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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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인 저자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 복수의 아이덴디티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갖게 된 혼란의 이유를 알수 있다. 그리고 작자가 애초에 마음을 뺏긴 우리 6~80년대 좋은 시들을 작가가 좋아하게 된 배경과 함께 다시금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책으로서 기대에 조금 못미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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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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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는 나에게 지하실의 조그만 ‘창‘이었다. 작은 창은 벽 높은 곳에 있어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지만, 하늘의 변화나 공기가 흐르는 낌새를 느낄 수는 있다. 손이 닿지 않아 거기서 도망쳐버릴 수는 없지만 바로 그 작은 창이 있어서 살 수 있었다. - P50

나는 ‘목격자‘이고자 했다. ‘목격자‘는 방관자가 아니다. ‘목격자‘는 언젠가 증언한다. 그리고 나는 ‘목격‘으로부터 증언까지 2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자, 나는 증언했다. 내일이면 이미 나는 ‘목격자‘에 머물러 있진 않으리라. - P82

생각해보니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걷는 이가 많아지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의 <고향>에서 인용 - P108

위험한 지역에 그대로 머무르는 사람들은 스스로 위로받기 위해 만들어지 ㄴ위로의 진실에 매달리려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 거리가 떨어진 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고 거리가 가까운 이들은 고통스러운 진실에서 눈을 돌린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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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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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년전 읽었던 멋진 신세계를 독서모임에서 다시 읽었다. 혼자 읽을 때와 같이 읽을 때는 그 느끼는 바가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이 함께 읽기를 하고 굳이 불편을 감수하고 독서 토론과 독서 클럽을 조직하는 것일게다.

 

멋진 신세계는 올더시 헉슬리가 1932년에 쓴 미래 세계를 예언하듯 그린 소설이다.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미래 과학 문명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한 소설로 읽어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묘사와 장면들이 여기 저기 많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본 사회와 인물들이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와 매트릭스 안에서 살며 진실의 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네오(키아누 리브스)일행을 잡으려는 스미스 군단-생김도 똑같고 역할도 똑같은 스미스들을 우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볼 수 있다.

 

멋진 신세계에는 여러 계급이 있다. 제일 지적인 일을 담당하는 알파와 베타, 육체 노동과 잡일 담당하는 감마와 델타, 사회의 하층 계급으로 가장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는 앱실론. 알파 계급의 경우 생김이 다양하지만 하위로 갈수록 생김의 종류가 단순하다. 그래서 앱실론 계급은 수 만명의 사람(과연 사람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이 단지 서너 종류의 외모만을 갖고 있고 생김에 차별이 없어서 매트릭스의 스미스처럼 보는 것만으로는 구별을 할 수 없다. 매트릭스에서처럼 개체는 인공 부화로 태어나 부모가 없고 개인적 인연이 없다. 모든 교육은 국가가 계획하에 시행된다. 모든 것이 계획되고 통제되어-심지어 아름다움까지도-불안과 불안정이 없다. 이것이 신세계이다.

 

몇 년전 베스트셀러였던 기억전달자(The Giver)에서 모든 불안과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평안과 편안만이 존재하는 세상 역시 멋진 신세계에 존재하는 세계이다. 전쟁, 기아, 고통, 불행, 이별, 슬픔, 눈물이 없어진 세상에서 이것들은 오직 기억전달자로 선정된 사람만이 세대를 거쳐 기록도 영상도 아닌 기억만으로 전달되고 남겨지고 있다.

멋진 신세계에는 기억전달자가 아닌 포드님(하느님과 같은)이라고 불려지는 통제관이 바로 그 역할이다. 그는 과거를 알고 문학을 알고 과학을 알지만 오직 그만 가지고 있고 신세계는 이것이 배제된 사람의 역할과 감각과 순간의 즐거움만이 존재한다. 신세계에는 "오늘 누려도 되는 즐거음을 내일로 미루지마라"라는 말이 지배한다. 항상 욕망을 충족한다. 그래서 욕망과 욕구가 없다. 결핍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면 기시감을 느낀다. 어디서 본 것이고 어디서 들은 것이다. 제목은 멋진 신세계이지만 작품 내용은 하나도 신세계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언뜻보면 소재와 주제의 재탕 삼탕같아서 실망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시감의 원류는 바로 이 '멋진 신세계'다. 이 소설은 1932년에 나왔다. 지금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봐온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컨텐츠들은 실은 멋진 신세계가 그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전혀 아니다. 영화 매트릭스, 가타카, 블레이드러너, 아일랜드 등 인간 복제, 편리와 편안, 고뇌가 없는 세상 등 전부 신세계에서 다룬 아이템들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본다면 그 당시에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써내려갔을까하는 생각에 그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신세계는 이런 사회이다.

 "사회적인 불안정이 없으면 비극을 생산할 길이 없으니까요.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마땅히 따르도록 길이 든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P333)

 

신세계의 포드님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만일 행복에 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신세계에 행복은 없다. 다만 즐거움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행복과 즐거움은 다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일상이 늘 똑같이 편안할 때 행복을 늘 느끼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때는 어제보다 더 즐거울 때, 어제 고통과 번뇌가 찾아들었는데 오늘 그것이 사라졌을 때 힘든 노동을 인내하고 잠시의 휴식을 가질 때 우리는 보통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즉, 반드시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은 인간은 바닥이 있어야 고점이 있고 고통이 있어야 행복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거다. 그래서 지금 내가 행복하더라도 남을 돌아볼 줄 알고 겸손할 줄 아는 것이고 반대로 지금 내가 불행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뒤따를 행복을 기대하며 희망을 가지며 고통을 인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꼭 고통과 불행과 인내가 있어야만 하나? 신세계처럼 늘 즐거움만 있으면 안되나? 신세계의 세계관을 굳이 삐딱하게 봐야할까?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라면 항상 즐거운 것이 곧 행복아닐까?

 

책에는 세 명의 인물이 있다. 약간의 신체적 결함을 가진 신세계 사람 버나드, 정신적으로 과잉스러운 신세계 사람 헬름홀츠, 신세계가 아닌 보호구역에서 살았던 야만인 존.

버나드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으로 자유과 생각을 하곤 했던 인물이지만 결국 신세계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신세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삶을 선택했다.

존은 세익스피어를 이미 읽어버린 야만인(신세계 기준으로)으로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선을 원하고 죄악을 원하며 '사실상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며 스스로 고통의 삶을 선택하여 결국 자살을 택했다.

헬름홀츠는 이유는 모르지만 다른 알파와 달리 정신적 과잉을 가지게 되어 자유과 번뇌를 아는 알파 계급으로 그는 100% 고통의 삶 혹은 신세계에 적응하는 삶 대신 신세계가 지배하는 아일랜드로의 유배를 스스로 선택하여 비록 지루하고 즐거움이 없더라도 시와 과학을 연구하는 것을 삶을 선택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지금 이 세계에 살고 있는 나는 헬름홀츠의 삶을 선택할 것 같다. 하지만 신세계에서 태어나고 신세계에서만 살았더라면 과연 나는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인가.

 

통제관 포드가 멋지다고 역설한 신세계의 삶이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고 설핏 혹하기도 하지만, 이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는 나는 '멋진 신세계'에서 멋진 삶을 살고있는 버나드와 레니나와 헨리 포스터가 그렇게 멋져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내 나름으로 멋진 삶을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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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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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사 수업를 가르치던 천원석 선생에게서 장영희 교수를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으니 그의 수필을 접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건 당연지사.

 

천원석 선생은 그의 삶과 수필이 참으로 정수라고 하며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였는데, 요즘 내가 수필쓰기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이 책도 이제야 읽어볼 요량이 생겼다.

 

나는 본디 서사를 좋아하고 감성과 서정을 노래하는 것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여 주로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이고 상대적으로 시와 수필은 가까이 하지 않았다. 무릇 글이라 함은 스토리가 있어야지, 잘 짜여진 플롯이 있고 다양한 인물과 배경이 있어야지, 내 느낌 달랑 한줄 내 생각 두어 장 갈긴 것은 글이라기 보단 낙서장에 갈긴 내 일기 정도로 치부했다고나 할까. 원래 무식하면 용감한 것이라는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인 것 같다.

 

장영희 교수는 1952년에 태어났고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과 휠체어를 벗으로 삼아 살았던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다. 안타깝게도 그는 2009년에 5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낫다. 그는 장왕록이라는 우리나라 영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이 아버지였는데 장영희 교수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또 그 역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 수필집에서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많이 나온다.

장영희씨는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그야말고 청렴하고 성실하게 학생들을 사랑하며 존경받는 스승으로 삶을 살았던 듯 보여진다.

 

그의 수필은, 하루 글 한 편을 쓰고 있는 나에게 아주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과서에서 읽은 것이 내가 읽은 수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비로소 수필을 그것도 한 사람이 쓴 수필집을 온전히 재미를 갖고 감동으로 읽어낸 것은 처음이다. 그처럼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은 가슴에 울리는 바가 크다.

 

결코 유려하거나 필체가 뛰어난 문필가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수필 각 한 편 한 편이 솔직하고 담백해서 화려하지 않아도 마치 단편소설을 읽는 양 재미가 있고 감동도 있다. 영문학자라 그런가 영미문학이나 소설가들의 명언도 많이 알아서 군데 군데 끼워넣은 격언, 명언, 명사들의 비유와 은유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딱 맞아떨어져서 결코 '~체'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어떤 수필은 온전히 자신의 느낌만으로, 또 어떤 수필은 적절한 에피소드를 잘 엮어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내는 것으로, 또 어느 것은 최근 일어났던 사회 현상이 사건 들을 가지고 한 편의 멋진 일상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 놓았다. 결코 현학적이지 않고 언뜻 보면 누구나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이 쉽게 보이는 글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이리 쉽게 보이는 글 한편도 써 내려면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뇌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지를. 요즘 하루 한 편 짧은 글, 일주일에 한 편의 긴 글을 써보면서 온전한 글 한편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생산의 고통, 그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꾸 쓰다보면 장영희처럼 쓸 수 있을까?

 

진정 수필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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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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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노래했지만 거꾸로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 아닌지. 진정 남을 위해 흘리는 이들의 눈물이 자갈밭같이 메마른 내 가슴을 촉촉히 적셨다. - P27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깨어지기 쉽고, 날카로운 모서리를 갖고 있고, 또는 너무 비싸서 아주 조심스럽게 두루어야 하는 장난감은 진짜가 될 수 없어. 진자가 될 즈음에는 대부분 털은 다 빠져 버리고 눈도 없어지고 팔다리가 떨어져 아주 남루해 보이지. 하지만 그건 문제 되지 않아. 왜냐하면 진짜는 항상 아름다운 거니까."

<벨벳토끼> 중에서 재인용 - P30

언젠가 먼 훗날 나의 삶이 사그라질 때 짝사랑에 대해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면 미국 소설가 잭 런던과 같이 말하리라. "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재가 되겠다."고. 그 말에는 무덤둠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보다느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찬란한 섬광 속에서 사랑의 불꽃을 한껏 태우는 삶이 더 나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 P35

내 머리속에는 항상 언어의 주파수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 P160

설사 운명이란 것이 있어서 내가 내 삶의 승리자나 패배자가 되는 것이 나의 자유 의지와 무관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싸우겠습니다. 에이허브처럼. 에이허브는 인간의 무능과 허약함에 반기를 들었고, 단지 삶이 그에게 주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동냥 자루가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그의 노력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죽음을 가져왔지만, 굴복하는 삶보다는 도전하는 죽음을 택한 것입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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