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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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무거운 인문.사회보다 진도가 빠르고 머리에 덜 부담이 될 것같은 소설을 읽기로 하고 박민규의 소솔을 추천받았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고등학교 시절 음악 과제로 클래식 듣기 평가가 있었는데, 그 중 한곡이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였다. 전혀 흥얼거릴 순 없지만 귀에 익숙한 좋은 곡이었다는 기억이 있다.

책 표지는 그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나니니(시녀들)'다. 제목이 시녀들인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고 이제 암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유명한 그림이다. 어두운 색체의 아마도 공주를 기다리는 시녀들이 모여 있는 그림, 그 중에서 특히 우락부탁하니 못생긴 키 작은 시녀에게 빛이 모아진 그림이다.

 

그림과 제목만으로 '흠....' 썩 내키진 않았지만 책을 추천해준 지인의 안목을 익히 알기에 선뜻 시작했다. 책에는 주인공 그와 주인공 그녀 (아주 열심히 꼼꼼히 읽었는데 주인공 이름이 작품에 나왔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언급이 안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서브 주인공 요한이 나오고, 중요 장소로 켄터키 치킨, 산토리니 아마도 S대, 유명 백화점이 나온다. 때는 1986년이 배경이고 겨울이다. 우연히 배우 아버지와 열심히 그를 뒤바라지하다 뒤통수를 맞은 어머니를 둔 주인공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백화점 지하 주차장 알바를 하게 되고 거기서 그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벨라스케스의 '라느 메나니니'의 그 빛있는 못생긴 시녀같은 주인공 그녀를 만나 알듯 말듯한 사랑을 하고, 아주 중요한 서브 주인공 요한은 험난한 세상의 다리처럼 두 주인공 남녀를 잇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작가의 입 역할을 하고 있다. (나에게는 그렇다.)

 

소설의 주제도 별스럽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예사스럽지 않으며, 대화와 글 행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회의식 문제의식도 기본적으로 깔아주고 있어서, 역시 추천해준 지인의 안목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소설인데도 가슴 졸이며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허를 찌르는게 맘에 든다.

 

처음엔 박민규 작가의 나른하고 졸린 듯한 글 쓰는 모양새가 적응이 쉬이 되지 않았으나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환경 변화 적응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나에게도 영항을 바로 주어서 이 감사운의 글체가 왠지 박민규스러운 듯 한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잘 모르겠다.

 

박민규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되게 싫어하는 가 보다. 문장 구석 구석에서 내버려둠, 자연스러움, 돈에 대한 환멸 등을 느낄 수 있다. 본인이 어떤 사정으로 도심과 떨어진 저 지방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도 상관이 잇을 수 도 있겠다. 요즈음의 내가 갖고 있는 고민과 대응되기에 책을 읽는 동안 같은 고민과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틀 뒤 지인을 만날텐데, 고맙다는 인사는 꼭 해야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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