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맨얼굴 - 8인의 학자, 박정희 경제 신화 화장을 지우다
유종일 엮음 / 시사IN북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2012년 7월 지금, 죽은 지 33년이 된 죽은 박정희가 산 진보들을 잡고있다. 아니, 오히려 90년대 2000년대보다도 더 죽은 박정희의 망령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유유히 떠돌고 있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은 '그때가 좋았지'라며 향수에 빠져계시고 그들에게서 배운 젊은이들은 현실세계의 불만을 '그때는 좋았대. 지금 정치는 혹은 리더들은 뭐하는거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며 과거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듯 하다. 뭔가 강력한 힘을 가진 영웅이 나와서 나를 구해주기를 기다리면서.

 

     그런데 과연 그 때가 좋았을까? 노는 게 그저 좋았던 나의 유년기를 그 분시절에 보냈으므로 솔직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네, 나빴네 할 수 있는 건덕지가 없다. 그러면 다른 경험들에 의존해야 하는데, 나의 주변(엄마, 오빠)은 칭찬일색이다. "그런 대통령이 나와야 해. 지금은 그만한 인물이 없어.." 70대, 50대인 내 엄마와 오빠는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내가 배운 역사들은 박정희는 경제적으로 우리를 잘 살게 해주었으나 정치적으로 인권적으로 너무 많이 잘 못했다고 했다. 그렇군, 경제는 잘 했군. 울 엄마가 그리 생각할 만 하군.이라고 동의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과연 그럴까? 나이가 들면 대부분 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과거에의 향수에 빠지지 않나. 나는 박정희 겅제 예찬론이 혹 기억의 오류가 만든 착각이 아닐까 혹은 소수의 권력이 윤색한 사실은 아닐까 의문을 품었고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고르고 고른 책 중에 선택받은 책이 시사인북스에서 나오고 유종일씨가 엮은 '박정희의 맨얼굴'이다.

 

     이 책은 모두 3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거시경제 편은 경제성장 신화의 허와 실과 개발독재가 키운 두 괴물,물가/지가에 대하여 아주 쉽게 나와 있다. 2부 통제경제의 실상 편에서는 재벌 중심의 왜곡된 구조, 외환위기의 뿌리, 산업정책_협력에서 저항으로.로 되어 있고 마지막 3부는 성장의 그늘에 관한 것으로 노동정책과 노동운동의 성장, 농업 압축성장 속의 압축쇠퇴 그리고 복지없는 성장에 대하여 각각 개별 학자들이 전문 분야에 관련된 것을 일종의 논문식으로 설명해 놓았다.

 

     개인적으로 1부 거시경제편이 가장 쉽고 가슴에 와 닿았는데, 왜 지금에 와서 다시 박정희인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편의 저자인 유종일씨는 우리안의 파시즘, 그 시대 단맛을 느낀 권력 상부와 언론의 지속적 편향 보도와 세뇌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집권실패 등이 박정희 망령이 다시 살아난 이유로 꼽고 있다. 나는 특히 2번째 이유에 격하게 공감한다. 이는 우리가 왜 스스로 깨어있어야하는 것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다.

또한 이정우씨는 박정희 시대 물가/지가에 대하여 연구하였는데 참 놀랍다. 박정희 집권 19년 동안 땅값, 즉 부동산은 합이 180배가 올랐고 연평균 30%가 올랐다. 물가는 연평균 14%가 올랐으며 이승만부터 노무현까지 전체를 100으로 보았을 때 박정희 시대동안의 물가는 그 중 44.5%를 담당한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각종 토건사업을 일으켜 전국의 땅값과 물가를 이토록 어마어마하게 올려놓은 것이다. 물론 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서민/중산층말고 일부 개발관련자 및 정치권, 관료 등이 그 이익을 거의 독차지했다. 이는 곧 양극화의 주범이 되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즉 대한민국 경제의 나쁜 바탕과 토대는 박정희가 다 저질러놓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나타난 양극화와 부동산 상승의 현상만 보고 우리를 그 두 분을 적극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분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뿌리가 썩은 것은 놔두고 잎과 열매가 말랐으니 왜 말랐냐고 잎과 열매보고 뭐라하는 겪인 것이다. 원죄는 뿌리에 있는 데 말이다.

 

     2부에서는 현재 우리가 그톡록 자랑스러워마지않는 우리의 대기업, 삼성,현대 등등이 어떻게 독점자본적 성격으로 자랐는지 박정희와 어떤 관계였는지 보여준다. 현재 모두가 자랑스럽게 배우고 있는 박정희의 중화학공업 정책, 이것이야말로 현재 대기업 즉 재벌의 모태가 되었음을 이야기하는데, 빠른 성장을 원했던 박정희는 소수의 기업에게 특혜를 주고 관리가 쉬운 방법을 택했다. 이로 인하여 대기업들은 아주 손쉽게 기업을 성장, 발전시킬 수 있었다. 박정희 시대 후반에는 서로의 경쟁이 치열하고 중화학공업의 중복/과잉 투자가 빈번하여 국가 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이로 인하여 박정희는 대기업 통제를 하려고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중 말했던 '권력이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는 말은 비단 노무현시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듯 하다. 박정희도 재벌이 더 이상 통제하기가 힘듬을 알고 여러가지 정책을 시도했으나 이미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과거의 대기업이 아니었다.

이런 대기업을 이용한 박정희의 경제 정책은 이후 재벌은 더 크게 만들었고 IMF위기를 거치면서 그야말고 국가를 넘어서는 막강한 경제권력을 쥐게 되는 것이다. 고로 현재의 재벌로 인한 각종 문제들고 그 뿌리는 박정희시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3부는 그 시대에 우리 노동자. 농민의 삶을 수치로 보여주며 고속 성장을 위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얼마나 가혹한 희생을 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고속성장과 재벌의 발전은 실로 그 노동자, 농민의 일방적 희생이 없었다면 이루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숫자를 가지고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박정희정권 말기는 이미 노동자들의 지식화, 사회화가 집단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박정희정권은 무너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윤진호씨는 말한다. 진정 그렇다면 인위적인 10.26사태가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듯 다양한 방면, 관점에서 과연 박정희시대가 좋은 시절이었는지를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생각은 박정희는 미국 월스트리트가의 잘나가는 금융회사 CEO같다는 느낌이다. 그들은 CEO가 되면 일반 노동자들보다 약 500배나 많은 연봉을 받고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잘못된 방법일지라도 빨리 돈을 벌고 회사의 이익을 내는 방법을 사용하여 단시간내에 실적을 올린다. 보통 2~3년 쯤이다. 좋은 실적을 내야 더 좋은 연봉으로 받고 다른 데가 튈 수 있다. 이 업계의 진리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지갑따위 터는 것은 관심도 없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더 좋은 연봉을 위해) 주주의 이익을 채워주면 된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위기는 결국 이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99%들의 항거가 시작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다른 자유경제국가의 문제만은 아니다. 내가 우리가 바로 그 1%를 위해서 나도 모르게 일하고 있는 99%일 것이다. 이제 우리가 제대로 눈을 뜨고 똑똑히 지켜보아야 한다. 1%가 99%를 위해 능력을 쓰고 있는지 그들만의 잔치를 하는지를. 혼자서 빨간 약을 먹으면 외로운 싸움이지만 다같이 빨간 약을 먹는다면 그들이 진짜 1%밖에 안되는 그런 날이 될 것이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