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문학 - 역사 문학 철학 종교 예술로 배우는 21세기 인문 경영
고승철 지음 / 책만드는집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서울대 인문대에서 CEO를 위한 인문학과정, 일명 AFP를 개설하고 이 과정을 2기로 수료한 동아일보 기자 출신 고승철님의 AFP경험기 및 정리기이다.  

   사실 나는 고승철이 누군지도 몰랐고 서울대에 그런 강좌가 개설됐었는지도 몰랐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뉴스 편식이 불러다 준 결과이다. 그런데 같이 야간에 공부하는 이 중에 어느 미남자가 책을 선물해주시며 나를 AFP 4.5기에 초대해주셨다. (이 강좌는 2009년 상반기에 4기가 진행중이다.) 첫 인상이 너무 두꺼워서 책을 손에 들면서도 '아, 이거 다 읽지도 못할 거 같은데... 책을 받아서리 부담스러워 어쩌지...' 라는 그 미남자가 알면 좀 괘씸할 생각을 했다.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책은 책꽂이에 꽂히지 않고 거실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서 온갖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니는 거실 탁자의 터줏대감 노릇을 한동안 해오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달, 드디어 책은 탁자를 벗어나 내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웬 일인가! 일단 첫 챕터를 지나니, 두께가 주는 것처럼 무거운 책이 아니었고 의외로 진도가 술술 나가는 게 아닌가! 

   책은 역사, 문학, 철학, 예술 그리고 현장학습까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 역사파트가 제일 이해도 빠르고 공감도 많이 됐었는데 인문학을 전공한 나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는 듯 하다. 이 다섯 개의 챕터는 각각 역사-10개, 문학-7개, 철학-8개, 예술-6개, 5군데의 현장학습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36개의 소주제 중에서 "연암 박지원의 생애와 사상" "청 제국과 조선" "우리 역사와 한문 교육" 편은 평소 관심이 있던 주제라 그런지 직접 대 교수님들의 강의를 경청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특히 "열하일기"는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추가하였다.   

   "플라톤의 향연" "칸트의 이성 비판과 현대인의 이성" "미래 사회와 가상 세계" 편도 잘 살피며 읽은 파트이다. 우리는 중/고교 시절에 그야말로 철학을 암기하면서 다녔던 세대이다.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유명 저서를 외우고 실존주의 계몽주의 철학자들 이름을 외우고 그들이 남긴 유명한 말들은 외우며 학교를 다녔고 시험도 첬다. 그런데 그래서? 솔직히 난 그 사람들이 뭘 말하고 사색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단지 철학은 너무 심오해라는 느낌만 가지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일부이나마 여기서 칸트의 생활을 알고나니 조금은 '아~~ 그거였나"하게 된다. 인문학도의 한 사람으로 다시 한번 느꼈다. 현대 대한민국은 철학과 사색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방황을 많이 하고있는 거라고. 우리 아이는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철학 수업을 제대로 받고 에세이도 쓰는 수업을 받게 할 순 없을까? 짧은 글이었지만 철학에의 접근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하게 해 주었다.  

   실은 이런 것들 보다도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것은, 작가인 고승철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으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책 곳곳에 수없이 많이 언급된 책이름들-나는 너무도 생소한-을 그는 대부분 다 읽었지만 사다두고 읽지못한 안타까움을 말하고 있다. 그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을 마나려면 얼마나 많은 개인적 유희를 접어야 했을까고 생각하니 방만하고 나태해진 내 생활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처음 할 때의 첫 마음처럼, 대학원에 입학한 첫 날처럼, 늘 처음처럼 나를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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