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 무장한 채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그곳이 아무리 어두워도 결국에는 불을 밝히고 떠나게 마련이다. 어른이 된 자신의 자아를 가져가니까.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게 아니라 다시 목격하는 것이다. - P166
그는 내가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그의 옆에서 학교 일은 거의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가 사는 우주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와 같이 있으면 어린 시절 그렸던 불명확한 지도들은 믿을 만하고 정확한 것이 되었다. - P198
우리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는 그대로 마주보았다. 이 순간에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 편이 안전했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은 생략과 침묵에 둘러싸였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들은 짐작만 할 수 있을 듯했다. - P210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라다 보면 사람들을 하루 단위로, 혹은 아ㅖ 더 안전하게 시간 단위로 대하게 된다. 사람들에 대해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차피 혼자니까. 그래서 나는 과거에 의존하고 그것을 다시 해석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행동을 기억하는 방식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유년 시절 대부분을 균형을 잡으며 수면에 떠서 보냈기 때문이다. - P232
나는 어머니가 네트 너머로 넘길 두 번째 서브를 받을 준비가 된 것처럼 말했다. - P237
"훌륭한 자질을 가진 사람은 다른 이들을 파멸로 몰아넣을 때가 많아." - P292
역사 연구는 필연적으로 삶에서 우연의 자리를 생략한다, 라는 말이 있다. - P317
십 대의 우리는 어리석다. 잘못된 말을 하는가 하면, 겸손하게 처신하는 법도 모르고, 수줍음을 덜 타는 법도 모른다.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그런 우리에게 주어졌던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변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배우고 또 성장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게 일어났던 일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내가 성취한 것들이 아니라, 내가 여기까지 도달한 방법에 따라서 말이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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