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범우문고 307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홍경호 옮김 / 범우사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년 시절엔 누구나 그 나름대로 신비와 경이를 가지는 법이다. 하지만 누가 그걸 표현할 수 있으며 그 뜻을 풀어서 말할 수 있겠는가? - P13

그날은 우울한 날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집에 돌아오셔서도 내가 버릇없이 굴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날 밤 나를 잠자리까지 데려다 주셨고, 나는 기도를 드렸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좋아해서는 안된다는 그 남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자주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25

어떤 옛 현자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난파당한 작은 배의 조각들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중에서 몇 개의 조각은 서로 만나 잠시 붙어서 다녔으나 잠시 후 폭퐁이 덮쳐와 그 두 조각을, 하나는 서쪽으로 하나는 동쪽으로 몰로 가 버렸다. 그것들은 이 세상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운명도 이와 같다. 다만 그와 같은 커다란 난파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을 따름이다. - P29

나는 나의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38

어떤 사람이든, 포플러가 서 있는 단조롭고 먼지 낀 길을 걸어가며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시기가 일생 중에 있게 마련이다. 그런 시기에 대한 회상이라면 자기가 무척 먼 길을 걸어왔으며 나이가 들었다는 슬픈 감정밖에는 아무런 추억도 남지 않게 마련이다. 인생이라는 강물이 조용히 흐르는 동안에는 그 강 자체는 항상 동일한 강이고, 변하는 것은 오직 양쪽 언덕의 풍경뿐인 것처럼 생각된다. - P41

"그런데 사랑에 있어서도 확실한 사랑의 표시를 나타내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알아내기는 참으로힘든 일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기 스스로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사랑을 받고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건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사랑을 믿는 범위 내에서만 다른 사람의 사랑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65

"창조주이신 아버지시여,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시고, 땅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제게서도이루어지게 하옵소서."
...중략...
신의 뜻이 아니면 아무리 하찮은 일도 네게 일어나지 않으리라. - P108

인간은 어찌하여 삶이란 것을 장난으로 여긴단 말인가. 그리고 어찌하여 하루하루가 자신의 최후가 될 수도 있으며,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영원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과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미를 하루하루 뒤로 미룬단 말인가. - P110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은 먼 바다까지 헤엄쳐 나가서 팔에 힘이 빠질 때에야 비로소 돌아올 것을 생각한다. 그는 허겁지겁 급히 파도를 타지만, 감히 멀리 있는 해안을 쳐다볼 원기가 없고, 한 번 팡을 저을 때마다 힘이 다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않고있다는 것을 느낀다. 드디어 그는 목표도 잃고 거의 의식도 잃고 경련을 일으킬 지경에 이른다. 그대 갑자기 가의 발이 굳건한 땅을 딛게 되고 팔은 해안에 있는 최초의 돌을 잡게 된다. ...중략...
하나의 새로운 현실이 내게 마주쳐 왔고, 내가 당했던 고통은 하나의 꿈이 되었다. 인간의 생애에서 그런 순간은 별로 많지 않으며, 그런 환희를 맛보는 살마도 별로 많지 않다. 처음으로 아기를 팔에 안아 보는 어머니, 전쟁으로부터 명예롭게 귀환한 외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 동포로부터 환호를 받는 시인, 사랑하는 애인으로부터 따뜻한 손길을 받는 젊은이......이런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그 기분을. - P114

그대의 오빠가 되든,
그대의 아버지가 되든,
그 무엇이든 되어 주리라.

‘그 무엇이든‘에 대한 올바른 이름이 찾아져야만 했다. 세상은 이름 없는 것은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 P149

왜 우리들은 자신의 마음속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해명하려고 애를 써야 된단 말인가? 결국 자연계에 있어서나 인간에게 있어서나 우리의 마음속에 있어서나, 설명할 수 없는 것만이 우리 마음을 가장 사로잡는 것이다. - P149

아침이 되었다. 나는 그 여자 앞에 섰다. 정말로 그 여자 앞에. 오, 육체 없는 정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지 마라! 완전한 존재, 완전한 의식, 완전한 기쁨은 정산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곳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은 육체화된 정신이며 정신화된 육체다. 육체 없는 정신은 없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유령일 뿐이다. 정신 없는 육체도 없다. 있다고 한다면 그건 시체일 뿐이다. ...중략... 진짜 삶은 어디에서나 육체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삶이며, 진짜 향연은 어디에서나 육체적이면서도 정신적인 향연이요, 진자 함께 잇다는 것은 어느 경우에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함께 있는 것이다. - P156

"그런데 당신은 왜 나 같은 것을 사랑하시는 거예요?"
하고 그녀는 아직도 결단의 순간을 망설이는 듯 나직이 물었다.
"왜냐구요?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그가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당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 P1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