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은 고통이 인간의 가치를 재는 척도가 되지는 못해. 고통은 인간을 고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비열하게도 만드니까. - P42
내 미래는 아직도 요원하다. 앞을 향해서 뛰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느긋하게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역시 여신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신보다 이해아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신은 인간이 만든 것이니까. - P61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밖에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동물뿐이죠. 저는 인간입니다. 그리고 우리 조국과 인민의 자식이죠. 조국과 인민의 경험은 즉 제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 경험에서부터 태어난 모든 문제를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 책임미여 권리이기도 하지요. - P119
인간이 어깨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반드시 자기의 머리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자기는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으로서 무슨 일에 있어서나 ‘왜?‘라는 질문을 던져 왔노라고 말한다. 희극적으로 비극을 연기하고, 비극적으로 희극을 연기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저주하고 누구를 동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 P169
씨왕 같은 청년은 역시 행복하다. 그들에게는 역사의 책임이 있을 뿐 역사의 부담은 없다. 우리들도 다시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이 우리들처럼 되는 것일까. - P173
나는 이신과 결혼했다. 행복은 비교함으로써 비로소 이해하고 느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 P203
생활이 계속 필요를 낳고, 물질의 필요가 조금씩 내 정신을 빼앗아. 마지막에는 정신을 대신해 버렸어. 욕망에는 제한이 없어. 그 하나하나가 분발의 목표가 되어 다른 것 따위는 생각할 틈도 없지. 철학은 철학자에게 맡기고, 정치는 정치가에게 맡겨 버렸어. 나는 생활의 전문가가 되어 살림을 꾸리는 연구를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만족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고 있어. 생활이라는 것은 본래 그런 것이야. 이것이 나의 이야기. 굼이 없는 생활이지만 덕택에 풍파도 일지 않아. 꿈이 있으면 언제나 풍파가 따르는 법이지. 다른 사람에게 주목을 받게 되면 반드시 그것을 깨뜨리려는 사람이 나타나. 하지만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지 않으면 평온 무사한 법이야! 인간, 그 외에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 P205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론 당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 내가 알 리가 있나. 그러나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도 모르겠다는 말은 난 믿지 않아. 자기의 필요에 의심을 갖는다든지, 두려워한다든지, 자신감이 없다든지 하는 것이라면 이해하겠지만. - P239
이 자리에서는 서로의 인생을 알 수 있을 뿐 영향을 줄 수는 없어. 하물며 서로 간섭하는 것은 말도 안 돼. - P272
"현실은 우리 세대에도 한한의 세대에도 부모 세대의 고난을 나누어 갖게 하고 싶어요. 우리들은 쭉 이런 말을 들어 왔습니다. 너희들은 앞 세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만 앞 세대는 다음 세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주었나요? 부모는 자식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주었습니까?" - P344
뭘 그렇게 흥분하지? 나를 자기와는 다른 세대에다 집어넣고서는 이상한 사람! 하지만 말하고 있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괴로움이 있는걸. "아직 어린 주제에!" 엄마는 언제나 내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엄마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를 생각해봐요. 내가 부딪히고 있는 것과 같은 이런 복잡한 문제에 부딪혀 본일이 있어요? 책에는 오이씨를 뿌리면 오리가 나고 콩을 심으면 콩이 난다고 씌어있었다. 나는 무엇을 뿌렸지? 아무것도 뿌리지 않았어. 어른을 따라서 걸어온 것뿐이야. 그런데도 내 바구니에는 벌써 쓴 오이들만 가득해. 너무 무거워서 들 수조차 없어. 그런데도 갑자기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거야. 마치 내가 역사에 대해 나쁜 짓이라도 한 것 처럼. 이걸 공평하다고 할 수 있는 거야? - P344
나는 고통의 표면에 마약을 바르고 싶지는 않다. 하물며 어제를 은폐의 대상이나 오늘의 웃음거리고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알고 있다. 고통은 다른 모든 감정과 마찬가지로 예술과 철학과 사상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청춘과 애정을 잃었지만 무의미하게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나는 열정이 불타고 난 뒤의 숯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를 따뜻이 데워 주고 내가 나아갈 길을 비춰 주기에 충분하다. - P368
수 천년에 걸친 봉건제에 의해서 우리들은 점점 다음과 같은 인간으로 길들여지고 말았다.-인간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는 습관이 없고, 생활에 대한 독자적 견해를 갖는 데에 익숙하지 못하며, 자기를 독특한 개성으로 고양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사회에 독특한 ‘이것‘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기를 ‘그것‘에 섞어 넣거나 복정시키는가, 다시 말해서 개성을 공통적으로 해소시키는가에 있는 것 같다. - P381
습관, 습관, 습관보다도 무섭고 권위가 있는 것이 있을까. 사람들은 모두 위를 보고 있다. 사람의 가치는 물론, 그 사람의 말의 가치도 지위에 따라서 다른 법이다. 지위가 높으면 말도 무겁고 지위가 낮으면 말도 가볍다. 이것은 진리는 아니다. 그러나 사실이다. 사실은 흔히 진리보다도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런 상태를 개선하지 않고 우리들에게 희망이 있는 것일까? - P402
참으로 좋은 공부가 된다. 만일 누군가에게 ‘단순한 일이 왜 이렇게 복잡해졌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일언지하에 대답할 것이다. 인간이라는 요소가 제1이라고. 여러 가지 목적으로 소란을 피우는 인간이 있고, 거기에 여려 가지 이유로 두려워하는 인간이 가세하고, 거기에 또 머리가 굳은 인간이 등장한다. 이렇게 되면 가장 단순한 일이라 할지라도 복잡해지고 말 것이다. 우연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세상사나 운명은 묘하게 되어 있는 법이다. - P443
나는 이미 ‘뛰어난 재목‘이 될 ‘최적기‘를 지났다. 닭으로 치면 늙은 닭이어서 제대로 달걀을 낳지도 못한다. 달걀로 친다면 반쯤 품다만 달걀이어서 새삼스럽게 부화될 수도 없다. 아직, 이대로 끝나 버려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길에 커다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신천지를 창조하고 개척하는 것은 전력을 다 해서 지지한다. 나는 누가 올린 성과이건 간에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며 누가 불행에 빠지건 간에 진심으로 동정을 보낸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인가? 꼭 내 자신이 영웅호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나는 불만을 느끼고 리이닝에게 말했다. "내게는 용기도 재능도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타인을 지지할 권리도 빼앗는 거요?" -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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