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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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저장

자네 말이 옳았어. 인간이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서 과거의 불행한 추억을 떠올리는 일에 매달리는 대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담담히 견단다면 고통이 훨씬 줄어든 텐데 - P11

나는 이번 일을 통해서 다시금 깨달았네. 술수나 악의보다는 오해와 게으름이 더 많은 갈등과 다툼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 - P12

황혼이 깃들면 나를 둘러싼 지상과 하늘이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내 영혼에 안식을 가져다준다네. 나는 이따금 상념에 잠기곤 하지. 아, 내 안에 가득 차오른 이 따사로움을 과연 그림으로 재현해 낼 수 있을까? 종이 위에 그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내 영혼이 무한한 신의 거울이듯 종이가 내 영혼의 거울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이내 자신이 없어진다네. 대자연의 장엄한 힘에 압도당하고 마는 걸세 - P14

사람들은 대게 먹고사는 일에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어쩌다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아주 불안해하고 말이야. 그러고는 갖은 수단을 동원해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네. 아, 인간의 운명이여! - P18

아이들은 무언가를 원하면서도 왜 그것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하지. 이 점에 대해서는 박식한 교사나 교육자들 모두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네. 그러나 어른들도 아이들과 별다를 바 없어. 이 지상에서 어쩔 줄 모르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닐 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네. 진정한 목적을 향해 행동하지 못하고 비스킷과 케이크, 아니면 회초리의 지배를 받지. 누구도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주 명백한 사실일세. - P22

그 이후로도 해와 달과 별들은 고요히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도무지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지낸다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온 세계가 사라져 버린 듯해. - P51

모든 일반적인 명제에는 예외가 있게 마련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변호를 할 필요가 뭐가 있어! 그는 자신이 뭔가 성급한 발언을 했거나 일반적이고 확실치 않은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말을 계속해서 제한하고 수정하고 가감한다네. 그래서 마지막엔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 - P88

"당신 같은 사람들은 어떤 일을 말할 때 ‘이건 좋다. 저건 나쁘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어떤 행동에 특별한 속사정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기나 했나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겁니다." - P89

"나약함 때문이라고요? 제발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폭군의 혹독한 압제하에서 신음하던 미눚ㅇ이 마침내 궐기하여 그 폭압의 사슬을 끊어 버리는 경우에도 그걸 나약이라고 말할 겁니까? 자기 집에 화재가 나자 놀란 나머지 맨 정신으로는 움직이지도 못할 짐들을 온 힘을 다해 드는 사람, 치욕을 당항 데 분노하여 여섯 명과 맞붙어 이기는 사람도 당신은 나약하다고 말할 건가요? 노력하고 앴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왜 정도를 벗어난 힘은 나약하다고 말하는 거죠?" - P91

"인간은 한계를 가진 존재입니다. 기쁨과 슬픔, 고통을 어느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면 무너져 버리지요.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어떤 사람이 약한가 강한가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그가 그 정도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에요. 나는 자살한 사람을 겁쟁이 취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심한 열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부른다면 정말 무례한 일 아니겠습니까?" - P94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 안되는 건 아닙니다. 심신이 쇠약재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다시 일어설 힘조차 없고 또 어떤 신통한 치료로도 몸이 회복되지 않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정도가 될 때 우리는 그걸 죽을병이라고 부르지요.
이것을 정신에 적용해 봅시다.사람의 마음이 점점 작아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는 여러 가지 인상들에 압도당하고, 마음속에는 관념들이 고착되어 가지요. 그러다가 점점 커져 가던 정열이 마침내 침착한 분별력을 앓고 파멸하고 맙니다.
평온하고 이성적인 사람이 이처럼 불행한 사람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조언을 해 줘도 소용이 없어요. 그건 건강한 사람이 환자 옆에 아무리 오랫동안 붙어 있다 해도, 정작 환자에게는 자신의 힘을 조금도 불어넣어 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P95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이 들뜬다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 보면서, 자유가 싫증이 나서 스스로 안장과 짐을 얹게해 달라고 했다가 죽도록 혹사당했다는 말의 우화를 떠올리곤하지. 어찌해야 될지 도무지 모르겠어. 환경의 변화를 동경하는 나의 욕망은 내 마음속의 불쾌한 조급함에 불과한 게 아닐까? 그것은 어딜 가든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지 않을까? - P105

낙천적인 마음가짐이라! 이런 말을 쓰면서도 웃음이 나온다네. 아, 내가 조금이라도 낙천적인 기질을 타고났더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어떤 사람들은 보잘것없는 힘과 재능을 가지고도 유쾌한 자기만족에 빠져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데, 어째서 나는 내가 가진 힘과 재능에 절망하는 걸까? 신이시여, 당신은 내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허락하시면서, 이찌하여 자신감과 만족감은 허락하지 않으셨습니까?
참자! 참는 거다! 그러면 더 나아질 거야. 그래, 빌헬름, 자네 말이 맞네. 날마다 세상 사름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면서 그들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 난 후부터는 훨씬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어. 확실히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 자신과 비교하도록 만들어진 모양일세. 행복이나 불행은 우리가 배교하는 대상에 달려 있는 것이지. 그러니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네. - P117

우리의 상상력은 본래 더 높은 것을 추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문학의 환상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 피조물들을 순서대로 죽 늘어세우는 경향이 있네. 거기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가장 아래에 두고, 우리 외의 것은 모두 우리보다 다 근사해 보이고 완벽하다고 여기지. 어찌 보면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는 곧잘 우리에게는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네. 그리고 하필 우리가 갖지 못한 그것을 다른 사람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또한 그에게 우리가 가진 것까지 모조리 다 주어 버리고, 그에 더하여 우리에게 없는 이상적인 특징까지 부여한다네. 그렇게 가장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을 완성시키는 걸세. 사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낸 창조물에 지나지 않아. - P118


반면 우리가 아무리 약하고 힘이 든다 해도 최선을 다해 전진해 나간다면, 비록 꾸물거리고 난관을 만난다 해도 돛을 달고 노를 저어 가는 다른 이들보다 어느새 앞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네. 그리하여 다른 사람과 나란히 가거나, 다른 사람을 앞지를 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느끼게 되는 법이지. - P119

서로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어야지. 건강, 명성, 기쁨, 휴식, 모조리 다! 다들 어리석고 무식하며 속이 좁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네. ‘좋은 의도‘라는 미명하에 말이지. 나는 가끔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라도 부탁하고 싶어져. 제발 그렇듯 성급하게 자신의 오장육부를 들쑤시고 다니며 스스로에게 성처를 주지 말라고. - P131

오, 내 마음이 쉽게 변한다면 좋겠어. 내 마음이 괴팍해져서 이런 기분을 날씨 탓을 한다든지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든지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원망하거나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탓할 수 있다면...... 그러면 견디기 힘든 불만과 불쾌라는 무거운 짐이 반으로 줄어들 텐데 말이야. - P167

그래, 그때 너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행복했구나! 하느님! 당신은 인간이 이성을 얻기 전과 이성을 잃었을 때에만 행복하도록 만드셨군요! - P179

불만과 불쾌감은 베르테르의 영혼에 점점 깊게 뿌리내렸고, 서로 강하게 엉켜서 그를 잠식해 나갔습니다. 정신의 조화는 완전히 깨져 버렸고, 내면의 흥분과 격정이 극에 달했습니다. 결국 그의 본성이 지녔던 모든 힘이 뒤죽박죽되어 그는 완전히 지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런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지금까지 모든 불행에 대항했을 때보다도 더욱 초조하게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나 극도의 초조함과 불안함은 그 안에 남아 있던 정신력을 모두 갉아먹어, 그의 생기와 명민함까지도 모두 소진시켰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점점 더 우울한 사람이 되었고 점점 불행해졌습니다. 그럴수록 판단력은 더 흐릿해졌구요. 적어도 알베르트의 친구들은 그렇게 말하더군요.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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