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인문사회과학 서적이 아닌 다른 종류의 책이라면 마음들여 깊이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책이란, 문학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었고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통해 내 안에 지식을 모아두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필따위, 은행이나 미용실에서 잠깐 짬이 날 때 비치되어 있는 글모음집을 한 두번 쓰윽 훑어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수필 몇 편을 공감과 동감없이 밑줄 쫙 그은 텍스트로만 대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작년 지자체에서 운영한 <글쓰기 특강>을 수강한 이후로 나는 일상적 글쓰기-수필의 매력에 빠졌다.
거창한 문학이 아니더라도 방대한 지식이 아니더라도, 장삼이사의 글도 충분히 가슴을 울릴 수 있다.
과거 다른 이의 글과 책을 보고 '이것도 책이라고!' '이런 책을 뭐하러 냈대?' '이정도는 나도 쓰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수차례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이랍시고 몇 줄씩 써보니, 이 세상 모든 글은 다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글 한줄 문장 한 단락 한 편의 글을 써내기 위한 글쓴이의 고뇌는 그 별 것 아닌 글줄, 문단, 한 편의 열 곱접만큼이나 된다는 것을 나는 블로그에 글을 몇 개 쩌내면서야 비로서 알게 되었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함부로 평할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