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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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밝혀라"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떠돌이 기사로서 신분 따위는 없었다. 사람들은 꽤나 근본을 중시했다. 원산지를 따져가며 농수산물을 사 먹듯 인간도 누구에게서 생산되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나는 그냥 나다. 물론 나를 태어나게 한 생물학적 부모는 존재할 테지만, 내가 그들을 모른다고 해서, 그들에게서 키워지지 않았다 해서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나느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부모가 누구인지보다 휠씬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 P44

생각이 많다는 건 칭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물론 가끔은 쓸데없는 생각들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 P51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예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 P111

우리가 원하는 진짜 어른은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볼수 있다고 믿고, 자신들이 모르는 걸 우리가 알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 P112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건 그 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거야말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몰랐다. - P146

가족이란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인지도 몰랐다. ‘먼발치‘라는 말의 뜻은 시야에는 들어오지만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거리, 라고 한다.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 속 거리가 아닐까. - P160

재능은 얼마나 잘하는가에 달려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절대 멈추지 않는 것, 그게 재능 같았다. - P167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이론을 알고 있다고 해서 삶이 바뀌는 건 아니라고. - P178

"생각이 많다고 해서 걱정도 많은 건 아니예요." - P195

모른다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으니까. 삶이란 결국 몰랐던 것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긴 여행 아닐까?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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