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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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특혜자들 역시 우리를 시샘하고 있다. 우리가 신비와 미지의 것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은근히 부러운 모양이다. 정작 우리는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는 무의 장벽을 지각하지 못하는데, 우리가 없는 동안에도 삶을 계속 영위하는 그들은 오히려 그것을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더욱 샘이 나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적인 죽음을 마치 후가처럼 여기먼서 자그들은 사슬에 매여 있다고 느낀다. 대체로 그들은 염세주의에 잘 빠지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서 나와 같은 범주의 속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면서 더욱 빠른 생활 리듬을 따르다 보니 명랑한 기분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 P59

고백할 만한 속내 이야기가 없어서 그저 남의 얘기를 듣기만 해야 하는 신세만큼 처량한 것도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고전 비극에서 우리를 진자 슬프게 하는 것은 주인공의 비밀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의 비극이다. 평생 특별한 일이라곤 겪어본 적이 없는 순진한 사람들이 자기 모험을 자랑스러워하는 주인공의 장황한 이야기를 체념한 채 다소곳하게 듣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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