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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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는 어쩔 수 없는 시간이다. 살다 보면 ‘물때‘와 같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시간‘이 있슴을 깨닫게 된다. 물이 들 때가 있고, 나갈 때가 있다. 잘될 때가 있으면 안될 때가 당연히 있다. 이 ‘물때‘와 같은 시간마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조급함‘이다. 항상 잘되어야하고, 안되면 불안해 어쩔 줄 모르는 조급함 때문에 참 많은 이가 불행해졌다. - P40

‘교환가치‘는 내 구체적 필요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추상적 기준일 뿐이다.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은 무엇보다도 주택이 ‘사는 곳(사용가치)‘이 아니라 ‘사는 것(교환가치)‘이 되면서부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되도록 난 한 번도 내 구체적 사용가치로 결정한 공간을 갖지 못했다. 이나이에도 내 ‘사용가치‘가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고, 추상적 ‘교환가치‘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면 인생을 아주 잘못 산 거다. 추구하는 삶의 내용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P60

사회는 담론적이어야 하고 삶은 단언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다. - P69

공연한 불안의 개념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그 개념들을 가나다순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는 것은 개념의 개념화, 즉 메타 개념화라 할 수 있다.(...) 개념화된 불안을 다시 한번 상대화하면 불안의 실체가 더욱 분명해진다. 더 이상은 정서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불안은 기하급수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힘으로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 P83

우리 인생이 자주 꼬이는 이유는 질투와 열등감때문이다. 질투가 외부를 향한다면 열등감은 내부를 향해 있다. (...) 내면의 뿌리 깊은 질투와 열등감이 정의라는 정당화의 겉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내 마음‘의 문제는 쏙 빼놓고 사회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 P94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이다. 자신의 ‘순서‘를 빼앗긴 상대방은 ‘분노‘할 수 밖에 없다. - P106

좋은 삶을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고, 싦어하는 것을 줄이면 된다. 제발 ‘좋은 것‘과 ‘비싼 것‘을 혼동하지 말자! 자신의 좋은 것이 명확치 않으니 비싼 것만 찾는 것이다. - P110

미니멀리즘이란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다. ‘나쁜 것‘을 줄이는 거다. - P115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기억과 관련해 ‘정점-종점 규칙‘을 주장한다. 지난 일을 평가할 때 가장 좋았던 일과 가장 마지막 일이 그 경험 내용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시가닝 지나면 정점과 종점을 제외한 일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이 행복하려면 마자막 순간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 P117

지식과 정보를 동여상과 검색으로 휘씬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면 책은 도대체 왜 읽어야 하는가?
침을 바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침 바르기‘는 존재확인의 숭고한 행위다. (...) 침바르기가 동반되는 독서는 성찰적이며 상호작용적이다. 영상을 통해 지식과 벙보를 흡수하는 일은 일방적이고 수동적이다. 속기 쉽다는 이야기다.(...) 독서는 저자의 뻥&구라에 내가 끊임없이 개입하며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건과 내용을 새롭게 편집하는 아주 특별한 ‘의미의 구성 과정‘이다. - P126

공연히 불안하면 미술관, 박물관을 찾아야 한다. 그곳은 불안을 극복한 인류의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 P144

한국 사회에 만연하 미래 예측의 ‘비겁한 신 놀음‘이야말로 ‘냉소적 이성‘의 전형적 형태다. 슬로터다이크는 냉소적 이성을 극복하려면 "살아온 대로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이제까지 했던 말들을 제대로 기럭할 때 이 무책임한 냉소주의가 극복된다는 거다. - P150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가에 대한 기억도 아주 디테일하게 공유해야 한다. 핵폭탄의 위협이 난무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분단의 상황에서 온 인류의 겨울 축제 ‘평창 올림픽‘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대한 기억도 공유해야 한다. 더 이상 굶주리지 않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이 한류의 풍요로움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대한 아주 자세한 기억도 공유해야 한다.
공유하는 기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거다. - P152

문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서구의 근대화는 이 ‘리스펙트‘를 제도와 관습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세계사의 전례가 없는 압축 성장을 통해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부를 얻었다. 그러나 상호 인정의 규칙을 제도화하고 실천하는 일은 건너뛰었다.(...) 그렇게 생략하고 건너뛰어도 될 줄 알았던 ‘상호 인정‘이라는 근대 시민사회의 근본 원칙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긴급한 요청이었다. 그래서 갑질, 무시, 모멸감에 관한 사회심리학적 담론과 산업화 세대의 급격한 정치적 몰락은 같은 맥락으로 봐야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 윤리문제였다는 거다. - P167

은은하게 조명을 밝히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도 쭉 늘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간이 있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도 생기고, 봐줄 만한 매력도 생기는 거다.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 - P206

우주선을 타고 먼 우주에서 처음 지구를 바라본 우주 비행사들은 지구에 귀한한 후 인생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 P220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 체계가 그 시효를 다했다는 뜻이다. - P221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된다. 직선의 모더니티는 평균수명이 채 50세도 안 되던 시절의 이데올로기다. 빨리 죽으니, 서둘러 가야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재수없으면 백 살 까지 산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는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하는 거다! 구불구불 돌아가며 사아야 동화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다. 부딪히면 돌아가는 곡선을 심리학적으로는 관대함이라한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가장 못하는 거다. 이렇게 곡선의 섬에서 직선의 삶에 관한 메타 인지적 통찰을 얻는다. - P231.

내가 이렇게 여수 남쪽 섬에 내려와서도 그리 큰 문제 없이 버티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영어, 독일어, 일본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의 편집‘, 즉 ‘에디톨로지‘를 가능케 하는 데이터 축적에 아주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하라면 결코 하기 싦은 젊은 날의 그 경험들이 지금 이렇게 나를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 P272

나보다 먼저 나이 든 이들은 죄다 눈이 고장나서 책을 오래 못 봅니다. 책을 볼 수 있을 때 많이 봤어야 한다고 한탄을 합니다. 새로 유입되는 지식이 없으니, 엤날에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하는 겁니다. - P277

심리학자 비고츠키의 이론 중에 ‘내적 언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생각‘ㅣㅇ란 내적언어라는 뜻입니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기호와 상징을 매개로 내면화된 결과가 생각, 즉 내적 언어라는 겁니다. 책은 이 같은 내적 대화를 가능케 하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입니다. 내 공간충동의 최종 목적지는 자신과의 내적 대화, 즉 생각입니다.
몰론 담보로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외로움‘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외로움을 담보로 해야 책을 매개로 한 내적 대화가 진실해집니다. - P279

‘공간충동‘을 지속적으로 충족하려면 그 공간에서 추구할 수 있는 의미와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내 나름의 콘텐츠가 있어야 그 공간도 유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미역창고‘에서 앞으로 십 년간 해야 할 일의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웠습니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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