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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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앞으로 나아가면 내가 기대하는 것이 언젠가 눈앞에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렸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 대해 젊은 피가 이렇게 고분고본하게 돌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P24

인간에 대한 선생님의 그런 생각은 어디세 온 것일까? 단지 냉철한 는으로 자신을 돌아보거나 현대를 관찰한 결과일까? 선생님은 앉아서 생각하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선생님 같은 머리만 있다면 앉아서 세상을 생각해도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가 나오는 것일까? 나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지만은 않았다. 선생님의 생각은 살아 있는 생각 같았다. 불에 탔다가 차갑게 식어버린 석조 가옥의 윤곽과는 달랐다. 내 눈에 비친 선생님은 확실히 사상가였다. 하지만 그 사상가가 정리한 주의(主義)에는 강력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자신과 분리된 타인의 사실이 아나라 자기 자신이 통절하게 맛본 사실, 피가 뜨거워지거나 맥박이 멈출 만큼의 사실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 P51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 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 P83

"...난 그들한테서 받은 굴욕과 손해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짊어지고 살아왔네. 아마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살겠지. 죽을 때까지 그 일을 잊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복수하지 않고 있네. 생각하면 나는 실제로 개인에 대한 복수 이상의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들만 증오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대표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일반을 증오하고 있거든...." - P88

그때는 흔히 한방에 두세 명이 책상을 나란히 놓고 지내곤 했네. K와 나도 둘이 한방을 썼지. 산에서 생포된 동물이 우리 안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바깥을 노려보는 것 같았을 거야. - P189

그의 지향점은 나보다 휠씬 높은 데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 나도 그걸 부정하지 않네. 하지만 눈만 높고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간단히 불구가 되지. 그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네. 그의 머리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그 자신이 훌륭해지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거지.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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