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란 것도 그런 거요. 우린 다 세상에 뿌려진 씨앗이오. 어떤 씨앗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싹 터서 자라, 꼬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을 거요. 그것은 내가 기대하던 모습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 나는 박꽃인 줄 알고 열심히 물 주고 거름 주어 키웠는데, 배나무일 수도 있단 말이오. 헌데 내가 생각했던 박이 아니라고 해서 배가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오? 세상에 없어도 되는 거요? 내 기대가 잘못된 거지, 박이나 배는 애초에 가치가 정해져 있지않은 자연의 열매에 불과하오. 인간이 오만하게 자연에 제멋대로 가치를 매긴 것이 문제일 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음의 의미를 가지고 티어난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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