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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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여섯 개도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파도소리가 들려오며 술 한 잔이 생각나는 책. 게다가 장정마저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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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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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읽는 사람에게 작가 윤대녕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윤대녕이 한국문학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상당히 크니까 말이다. 하지만 윤대녕의 작품을 아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내 경우 윤대녕이라는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산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는 전혀 몰랐다. 

내가 읽은 윤대녕의 책은 소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끝까지 읽지 못했지만. 잡은 책은 좋든 싫든 어지간하면 끝까지 보는 성격이지만 이 소설만큼은 힘들었다. 나와는 도저히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사정 때문에 거의 백지 상태로(하지만 약간의 부정적 견해를 가진 채)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영 맞지 않아도 에세이는 즐겁게 읽었던 작가들이 꽤 있었기에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를 읽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 밀려왔다. 도대체 윤대녕 작가의 어떤 부분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일까. 겉으로 확 드러나지 않지만 글 아래 깔려있는 미묘하게 어둡고 까끌까끌한 정서 때문인 것 같았다. 꼬장꼬장하고 예민하고 까탈스러워 보였다. 사람으로 따지면 첫 만남에서 친해지고 싶지 않아 어색하게 인사만 하고 자리를 피하게 되는 타입이랄까. 

하지만 그런 불편함과는 별개로 윤대녕의 문장은 멋지다.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잘 세공된 보석처럼 깨끗하고 정갈하게 다듬어진 문장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운명은 어쩐지 태어날 때부터 그 집에서 이미 결정지어져 세상으로 내보내졌다는 쓸쓸한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뭔가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곤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집이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만, 내게는 어쩔 수 없이 그렇다. - 17쪽

낯가림이 있는 사람들은 막상 누구와 가까워지게 되면 연애라도 하듯 서로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어렵사리 마음을 터놓고 지내다 보니 그와 나는 동맹을 맺은 듯 어느덧 서로 놓여나지 못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 47쪽

나는 늘 고향의 너른 들판과 아침저녁으로 물안개가 서리는 개울과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과 심지어는 가축들까지 그리워하며 살았다. 수구초심이란 과연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 101쪽
단정하고 서정적인 문장이 마음에 들어 좀더 읽고 싶기도 하지만 역시 어려울 것 같다. 주변에 윤대녕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지만 내게는 힘든 작가이다. 작가의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란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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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왕녀 1
유키히로 우타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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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남자는 만화에서 사랑받는 소재이다. 여자처럼 고운 피부와 가는 팔다리, 무엇보다 아름다운 얼굴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2차 성징을 거친 남자들은 골격부터 여자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한다 해도 '여장'한 것으로 보이지 여자로는 보이지 않는다. 여장이 잘 어울리기로 유명한 몇몇 남자 연예인들도 얼굴을 제외한 부분은 착각하는 게 바보 같을 정도로 당연한 남자이다. 그렇다면 열살 전후의 남자아이들은 어떨까? 남녀의 특징이 분명하지 않은 '아이의 몸'을 가지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들은 여장이 훨씬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다 큰 남자에 비해 반전의 묘미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결국 여장남자의 판타지는 만화 속에서 가장 잘 표현될 수밖에 없다.  

 

『소년왕녀』는 여장남자 판타지에 왕자와 거지 이야기를 결합시킨 작품이다. 똑같이 생긴 왕자와 거지가 서로의 역할을 바꾼다는 왕자와 거지의 설정처럼 『소년왕녀』​도 같은 얼굴을 가진 두 사람이 역할을 바꾸면서 시작된다. 차이점이라면 두 사람의 성별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소년왕녀'이다. 남자가 천대받는 모리안 왕국에 사는 가난한 고아 소년 알베르는 친구 테오와 함께 성탄제 구경을 갔다가 노예상인에게 납치를 당한다. 우연히 그를 본 왕녀의 시종 기에게 팔려 궁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왕녀 알렉시아를 만난다. 알베르는 친구 테오를 구하기 위해 성인식 때까지 왕녀의 대역을 하라는 명령을 받아들인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당찬 성격을 지닌 알베르와 알렉시아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왕녀의 시종인 기의 캐릭터다. 왕녀의 교육담당 및 잡무를 담당하는 똑똑하고 냉철한 성격의 기는 사실 롤리타 콤플렉스이다. 심지어 남성혐오자이다. 그래서 왕녀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알베르를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척 기피한다. 왕녀 대신 알베르를 모셔야 하는 상황과 그의 롤리타 콤플렉스가 유발하는 갈등은 만화의 개그코드가 된다. ​그러나 『소년왕녀』​는 마냥 쾌활하고 즐겁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

 

... 그걸 알고 싶은 거야. 어마마마가 모르는 세상을 난 알고 싶어.

시간이나 때우며 대충 성인식 때까지 버티려던 알베르는 어머니의 냉정함과 혈육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살아온 왕녀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궁 밖의 세상을 알고 지키려고 하는 알렉시아의 진심에 감화된 알베르는 그때부터 자발적으로 왕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알베르의 운명도 크게 뒤바뀌고 만다. 진짜 왕녀와 여장남자 대역, 롤리타 콤플렉스 시종이라는 황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진정성을 지니는 이유는 '지도자로서의 자세'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1권부터 충격적인 전개를 선보인 『소년왕녀』이지만 그저 그런 흔한 이야기로 흘러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뻔한 결말이라도 참신하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운 등장인물로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는 성공했으니 앞으로는 예상을 뛰어넘는 탄탄하고 기발한 스토리로 독자의 마음도 사로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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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사이 Goku Sai 1
사루와타리 테츠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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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잘 모르지만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서 회화 전시회에 종종 가곤 한다. 유화의 둔탁한 질감도 좋고, 수채화의 얇고 투명한 느낌도 좋고, 연필이나 콩테로 그린 소묘의 오묘함도 좋다. 특히 눈을 뗄 수 없는 그림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과 뿌듯함은 마약과도 같다. 그리는 재능은 없다 보니 보는 것에 집착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만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고쿠사이』는 '미술'을 소재로 한 만화이다. 천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많지만 화가가 주인공인 작품은 드문 편이라 기대가 되었다. 특히 사진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인 표지 그림은 기대치를 한껏 높여주었다. 물론 표지 그림에 비해 내지 그림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런데 '고쿠사이'의 뜻은 뭘까. 잠깐 검색해 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어서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았다. 극한의 재능, 혹은 궁극의 채색? 그런 뜻이 아닐까. 

 

아트란 표현한다는 것이며, '표현'이란 나타내는 것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다. 기쁨이나 슬픔. 마음의 아픔까지도...

 

'살아있는 동안 돈을 트럭으로 버는 화가'를 꿈꾸는 기묘한 천재 카라바 조. 마음 속 어둠이 투사되는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화가지망생 유토 리로. 우연히 조를 만난 리로는 열등감과 자괴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난생처음 인정받는 기쁨을 경험한 리로는 조와 함께 다니며 그의 특별한 재능에 점점 호기심과 경외감을 갖기 시작한다. 

 

 

『고쿠사이』는 친구에 대한 증오와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는 리로가 화가로 발전하는 이야기와 베일에 싸인 천재 조의 과거에 얽힌 비밀을 기둥 줄거리로 하면서 그림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흔한 구성이지만 에피소드 간의 완급조절이 괜찮은 편이다. 강렬해서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그림체 때문에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만화 속에서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이 놀랍도록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1권을 읽고 난 감상은 좀 애매하다. 그림도 일부만, 스토리도 일부만 마음에 드는 식이다.  

 

 

1권 마지막 부분에 조의 과거에 대한 단서가 던져진 것이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런 전개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또한 많은 유명화가의 그림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만화라서 흑백으로밖에 볼 수 없지만 작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세밀한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매력이 아직 모호하지만 그 부분이 보완되고 미스터리가 흥미롭게 전개된다면 기대해 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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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 소년의 포구 이야기 / 오성은 / 봄아필

바다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포구' 이야기는 왠지 낯설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 그래서 바다 이야기와 육지 이야기를 동시에 품고 있을 것만 같은 포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저자가 마도로스의 아들이고 바다소년인 만큼 단순히 '여행자'의 시선과는 다른 관점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호주와 프랑스의 해변까지 소개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클 것이라 기대해 본다.  





2.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이기진 / 웅진서가

물리학자이자 아이돌그룹 2NE1의 멤버 씨엘의 아버지라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는 저자의 딴짓 퍼레이드. 그의 배경과 책의 목차만 봐도 호기심이 생긴다. 삶에 치여, 일에 치여 상상하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들에게 색다른 호기심 촉매제가 되어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현실을 오히려 절제하고 단조롭게 유지하면서 살기에, 그 나머지 삶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깊이 몰입하면서 딴짓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닿는다. 그의 딴짓 노하우(?)를 훔쳐보고 싶다.


3. 청춘의 낙서들 / 도인호 / 앨리스 

낙서를 수집하는 독특한 청년의 이야기. 누가 썼는지 언제 썼는지 왜 썼는지 확실하지도 않고, 잘 뜯어다 액자 속에 보관도 할 수 없는 낙서. 하지만 그것이 낙서를 의미있게 한다. 가장 의미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진심이 담겨있는 것이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눈을 잡아끄는 낙서들이 있다. 화려한 그래피티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화가 나서, 그리워서, 속이 답답해서 쏟아놓은 마구잡이 낙서들 안에서 내 마음을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들을.


4. 루시와 레몽의 집 / 신이현 / 이야기가있는집

일부러 '그곳에 꼭 가야지'라고 마음먹지 않는다면 발들이기 힘든 곳이 바로 외국의 시골마을이다. 그래서 그런 마을을 만날 수 있는 책은 반갑기 그지없다. 알자스 시골마을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루시와 레몽의 삶이 그들의 며느리의 손을 통해 글이 되었다는 사실부터 꽤나 신기하다.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말년에 가꾸던 정원에서의 삶이 떠오르기도 하는 알자스의 노부부 이야기는 우리에게 '네 삶은 살 만하니?'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5.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 최종규 / 숲속여우비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는 사회에서 책의 빛과 책의 숲을 되찾으려는 이들의 이야기. 인천 배다리에 있는 많은 헌책방 이야기이다. 배다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나처럼 책을 좋아하고 헌책의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궁금하지 않을 리 없다. '헌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헌책을 파는' 서점과 사람들의 사연이라는 점이 흥미를 끈다. 마지막까지도 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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