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사이 Goku Sai 1
사루와타리 테츠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예술은 잘 모르지만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서 회화 전시회에 종종 가곤 한다. 유화의 둔탁한 질감도 좋고, 수채화의 얇고 투명한 느낌도 좋고, 연필이나 콩테로 그린 소묘의 오묘함도 좋다. 특히 눈을 뗄 수 없는 그림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과 뿌듯함은 마약과도 같다. 그리는 재능은 없다 보니 보는 것에 집착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만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고쿠사이』는 '미술'을 소재로 한 만화이다. 천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많지만 화가가 주인공인 작품은 드문 편이라 기대가 되었다. 특히 사진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인 표지 그림은 기대치를 한껏 높여주었다. 물론 표지 그림에 비해 내지 그림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런데 '고쿠사이'의 뜻은 뭘까. 잠깐 검색해 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어서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았다. 극한의 재능, 혹은 궁극의 채색? 그런 뜻이 아닐까. 

 

아트란 표현한다는 것이며, '표현'이란 나타내는 것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다. 기쁨이나 슬픔. 마음의 아픔까지도...

 

'살아있는 동안 돈을 트럭으로 버는 화가'를 꿈꾸는 기묘한 천재 카라바 조. 마음 속 어둠이 투사되는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화가지망생 유토 리로. 우연히 조를 만난 리로는 열등감과 자괴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난생처음 인정받는 기쁨을 경험한 리로는 조와 함께 다니며 그의 특별한 재능에 점점 호기심과 경외감을 갖기 시작한다. 

 

 

『고쿠사이』는 친구에 대한 증오와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는 리로가 화가로 발전하는 이야기와 베일에 싸인 천재 조의 과거에 얽힌 비밀을 기둥 줄거리로 하면서 그림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흔한 구성이지만 에피소드 간의 완급조절이 괜찮은 편이다. 강렬해서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그림체 때문에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만화 속에서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이 놀랍도록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1권을 읽고 난 감상은 좀 애매하다. 그림도 일부만, 스토리도 일부만 마음에 드는 식이다.  

 

 

1권 마지막 부분에 조의 과거에 대한 단서가 던져진 것이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런 전개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또한 많은 유명화가의 그림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만화라서 흑백으로밖에 볼 수 없지만 작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세밀한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매력이 아직 모호하지만 그 부분이 보완되고 미스터리가 흥미롭게 전개된다면 기대해 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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