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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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가 흘러나온다. 숲속에는 빨간집 초록집 알록달록한 집이 있고 그 안에는 세모가족 네모가족 동글이 가족이 산다는 내용이다. - P7

감정과 생각을 모두 두꺼운 담요에 뚤뚤 말아서 땅속 깊은 곳에 파묻어 버린 것과 비슷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흑백 화면을 보는 것처럼 무심하게 일상을 흘려보냈다. - P12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은 제일 편안했다. - P18

하나같이 자신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고유한 파장을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에겐 그 빛이 없었다. - P36

비록 버려진 아이로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지만 이런 식의 냉대는 처음이었다. 보육원 아이라고 해서 모두 천덕꾸러기로 자랐다고생각해선 안 된다. 풀잎보육원 원장님은 나를 애지중지 키웠다. 세번의 파양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 구박이나 천대 같은 거칠고 야만스러운 일은 없었다. 서로 간에 어떤 사정이 있어서 헤어졌을 뿐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 P43

나는 문득 안방 장롱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견고하게 닫힌 여러 개의 문들이 나를 거절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P53

이 학교에서는 웃음의 의미가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걸 일주일 만에 깨달았다. 웃음을 호의로 해석해서도, 웃는 사람을 믿어서도 안 된다. - P56

나는 더 이상한 세상에 빠진 것을 알았다.
그 이상한 세상에 대해 의논하거나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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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ㅣ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2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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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를 그리워하지 말고 살아 있는 사람을 살아 있는 동안에 그리워하고 싶다. 살아 있는 동 세대 사람들이 살아서 힘을 낼 수 있는 동안 그들에게 가닿는 말로 성원을 보내는 것. 그것이 올해부터의 내 포부다.

_ 성원 중 - P19

와카기 씨는 그런 볼썽사나움을 배제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그 부분을 부각해서 왈가왈부하지도 않는 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것도 좋네"라고 말하는 보기드문 사진가다. ‘찍는‘ 것도 여러 가지다. 이렇게 인과응보를 이어나가며 자신의 일을 다시 알게 된다.

_ 찍다 중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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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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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다시 읽기>

어린왕자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본 소설이다. 이 책은 <어린왕자>속 글을 대상으로 내면자아와 성인자아간의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내고 재해석한다. 각 주제별로 숙제 및 답변 예시를 제시한다.

이 책의 장점은 1) 자아간의 대화, 2) 어린왕자 속으로, 3) 적용 으로 이어지는 실용서 같은 도서 기획 방식을 취했지만,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와 전달은 잘되는 편이다.

갠적으로, 동영상 강의도 있다면 듣어보고 싶다. 물론 <어린왕자> 도 다시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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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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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거였다. 아버지는 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우회 공격을 했다. 게다가 아버지는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않고 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의 약점을 공격함으로써 상대방에게상처를 주고 일을 덮어버렸다. 그래서 엄마가 비열하다고 말한 거였다.

_난독의 시대 중 - P128

열한 살의 나이 차이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던 나는 9년이라는시간 앞에서 결정적으로 기가 죽고 말았다. 그래. 그건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나를 어른으로 생각하시는 선생님, 웃으면 눈매가 활처럼 굽이치는 곡선을 그리는 선생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우리 둘만의 수많은 약속들을 만들고, 수업이 끝난 다음에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서로의 속마음을 남김없이 털어놓는 박영은 선생님, 선생님과 결혼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거의‘ 불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_ 난독의 시대 중 - P183

쿠데타가 또 일어날 수는 없을 거라고?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지? 그동안 권력은 군부의 손을 한시도 떠난 적이 없어. 권력자에게나 국민에게나 독재는 지겹도록 신은 낡은 구두 같은 거란 말이야. 반면 민주는 한 번도 신어본 적이 없는 새 구두지. 언제까지나 낡은 구두를 신고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당장은 새 구두보다 편안해. 군부는, 우리에게 다시 헌 구두를 내밀면서 너덜너덜해져서 더 이상 신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 신으라고 말할 거야. 지금 민주의 희망을 꺾고 다시 군부독재의 시절로 돌아가도록 강압한다면 사람들은 새 구두를 빼앗긴 것에 분노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새 구두를 신고 발뒤꿈치가 쏠리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도할 테지.

_ 황금빛 깃털의 새 중 - P242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토록 쥐어짜내려 했던 용기는 혁명의 대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동지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어요. 결국 나는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거죠.

_ 황금빛 깃털의 새 중 - P248

나는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영주가 상상했던 것처럼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시멘트 벽이 깨지도록 이마를 들이박았다. 아버지의 이마는 곧 틈새를 열고 짓뭉개진 애벌레의 진물을 내보냈다.

_ 황금빛 깃털의 새 중 - P297

아버지는 꽤 늦은 시간에야 혼자 들어왔다. 엄마와 함께 들어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나는 혼자 들어오는 아버지를 보자 맥이 탁풀렸다. 아버지는 방문을 열고 내다보는 나를 보자 걱정 말고 얼른자라고, 엄마는 내일 돌아오실 거라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엄마는 내일도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역시나 짐작대로 엄마는 다음 날 돌아오지 않았고, 단지 기력을 회복한 할머니가 일어나 앉아 모실 할머니가 차려놓은 밥상을 깨끗이 비웠다.

_ 정원을 떠나며 중 - P310

외양간에서 버석버석하는 볏짚을 깔고 자고, 깔고 있던 볏짚 한 가닥을 씹는 텅 빈 눈길의 소처럼, 남은 식구들은 물기 없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집안일을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엄마가 있는 집과 엄마가 없는 집은 하늘과 땅처럼 큰 차이가 있었다.

_ 정원을 떠나며 중 - P329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집에 없으니 집안 꼴도 엉망이고불편한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엄마에게 닥친 그 모든 일들을 곁에서 지켜보고서도 우리의 편리만을 따져서 엄마를 원망할수는 없었다

_ 정원을 떠나며 중 - P334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 하나의 영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차가운 철문을 힘주어 당기며 나는 아름다운 정원에 작별을 고했다. 안녕, 아름다운 정원. 안녕, 황금빛 곤줄박이.

아름다운 정원에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나는 섭섭해하지 않으려 한다.

_ 정원을 떠나며 중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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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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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는 게 서툴다, 잘 못 쓴다는 선생님의 말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아니니까 우리 집의 그 참혹한 불화가 선생님들 탓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의 상태를 사실대로 부모에게 알리는 그들의 성실한 임무 수행은 우리 가족에게 잠시 파탄 상태를 가져올 뿐 그것으로 내 읽고 쓰는 능력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것은 전혀 아니었다.

_ 난독의 시대 중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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