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덕에 시간은 상거래의 핵심이 되었다. 상인들은 예전에는 여기서 싸게 사서 저기서 비싸게 파는 식으로 지역 간의 가격 차이를 활용했지만 이제는 시간대를 넘나들며 거래했다. 케리의 말마따나 공간에서 시간으로, 차익 거래에서 선물 거래로 바뀐 것이다. 데이터 센터의 사유화된 시간대는 최근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_ 노동 중 - P98
이제 AI 주도의 추출 및 감시 시스템은 노동 조직들이단일 전선으로 맞서 싸워야 할 공동의 적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기술 노동자다‘라는 말은 프로그래머, 청소부, 카페 종업원, 엔지니어를 막론하고 기술 관련 시위의 단골 구호가 되었다. _ 노동 중 - P104
그것은 모든 것이 데이터이고 수집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확고한 믿음이다. 사진이 어디서 찍혔는지, 취약하거나 고통받는 순간에 찍혔는지, 대상자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등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할수만있다면 무엇이든 수집하고 이용하는 관행이업계 전반에 어찌나 일상화되었던지 그 이면의 정치적 성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_ 데이터 중 - P112
나는 이것이 ‘이미지‘에서 ‘인프라‘로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이미지나 장면 뒤의 맥락에 부여될 수도 있는 의미나 배려는 포괄적 시스템을 떠받칠 덩어리의 일부가 되는 순간소거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모든 것은 함수에 입력되는 데이터로, 기술적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흡수해야 할 자료로 취급된다. 이것이야말로 데이터 추출 이데올로기의 핵심 전제다._ 데이터 중 - P112
1980년대 중엽 즈음 연구실들은 확률론적 접근법이나 무차별 접근법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최적의 결과를 찾기 위해 연산 주기를 수없이 돌려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계산한다는 것이었다._ 데이터 중 - P119
보다 가상적인 글에서 배비지는 자료 일람표를 그려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계보기 반복 시계를 이용하여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한 완벽한 작업 흐름을 상상했다." 연산, 감시, 노동 규율을 조합하면 효율과 품질 통제의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주장이었다." 이것은 기이한 방식으로 예언자적인 선견지명이었다. 연산과 노동자동화라는 배비지의 독특한 쌍둥이 목표가 일정한 규모에서 가능해진 것은 작업장에 인공지능이 도입된 최근에 들어서다._ 노동 중 - P86
기업들이 자동화 확대의 과실을 따 먹는 동안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더 많은 직업을 겸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불안정한 처지에 놓인 채 더 오래 일하고 있다._ 노동 중 - P88
기술 스타트업에서 곧잘 찬미되는 일중독과 사생활 포기는 다른 노동자들을 평가하는 암묵적 기준이 되고 남성적이고 편협하고 타인의 무급(또는 저임금) 돌봄 노동에 의존하는 노동자가 표준적이라는 이상을 만들어낸다._ 노동 중 - P94
요컨대 1543년 《주자대전>의 간행과 1561년 퇴계의 《주자서절요>의 간행은 주자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했지만, 조선의지식인들은 《주자대전》이라는 마르지 않는 거대한 호수를 벗어날 수없었다. 호수에 갇힌 그들은 다른 사유와 학문을 볼 수 없었다. _ 주자대전ㄹ 섭렵한 퇴계 이황 중 - P99
하지만 주해는 궁극적으로 오해다. 주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원래 화자의 견해가 아니라 주해자의 견해일 뿐이다. 주자의 사서에 대한 주해에서 드러나는 것은, 공자와 맹자가 말하려 했던 의미가 아니라 주자의 생각일 뿐이다._ 율곡 이이의 독서 예찬 중 - P103
이 책을 읽고 통영이 생각났다. 우리 것들의 아름다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가지고 국중박이나 고궁박물관에 가야할 듯...나전칠기 공예 작품을 보면 세심한 노력과 오랜 제작 기간에 감탄하게 된다. 그 외에 방풍속의 화려함과 변화무쌍함이란... 우리 것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단지 잘 모를 뿐이고 상대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통영 기행을 하는데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통영 부속 섬여행이고, 또 하나는 문화예술기행이다. 통영이란 도시를 우선 <삼군수군통제영>의 역사성을 중심으로 살펴야 한다. 수군의 지휘본부이지만, 통제사는 거의 1년마다 교체되었다. 그만큼 한양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주군이 아닐까? 통제영은 자체 주전소가 있어 발권력을 가진 도시로서 공방의 발전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역할은 역동적인 도시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통영의 음식 문화는 여타 경상도 지역과 달리 배후에 있는 풍부한 농수산물의 공급에 사람의 교류가 만들어낸 지역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통영의 문학과 예술의 발자취를 만나려면, 발로 걸으면서 만날 수 있다. 박경리-유치환-김춘수-윤이상-전혁림-이중섭 등의 만남이 있는 곳, 통영이다. 통영여행 중 일행이 봄날의 책방에서 이 책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