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이윤주 작가를 알았다는 사실이다. 페북에 친구도 신청했지만, 팔로잉을 했다. 상관없다. ‘나의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보는 과정’을 이렇게 셍생하게 쓸 수 있을까?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 유행하는 심리 서적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거리가 필요해서-고통에 지지 않으려고-나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작게 실패하기 위해 등을 글을 왜 써야 하는지 글로 표현되어 있다. 요즘은 200페이지 내외의 신국판 크기의 책을 가방속에 가지고 다닌다. 공감과 소통도 되지만, 문학적인 표현 또한 등장한다. 남성 독서모임에게는 “관리자들”을 선물했고, 여성들에게 읽어보라고 주기 적절한 책이다. 조만간 누군가에게 들 듯~
인생은 과거의 연속이고 현재는 과거의 업보다. - P133
스스로 무용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힐 때는‘큰 성공보다 ‘작은 실패‘가 도움이 된다.몇 번 반복해도 그렇게 막 난리가 나지는 않는구나,하는 작은 실패들. 그 경험이 훨씬 소중하고장기적으로 쓸모가 크다. - P137
끼니는 그저 반복되는 것이지만 반복되기에 강한 것이었다.따뜻한 한 끼는 많은 순간에 어떤 사람을 일으키거나 버티게 할수 있다는 걸, 나는 좀 늦게 알았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고작‘ 먹는 일 따위가 아니라 무언가 더 추상적이고 원대한 감응일 거라고 오랫동안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이 비 맞은 새처럼 처량한 날에 나를 다독여준 것은, 무슨 원대한 감응의 순간보다는, 멸치 육수가 진하게 우러난 잔치국수 한 그릇이었다. - P150
하지만 물질은 압축될수록 좋고 정신은 확장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박절하다‘가 있는 일상이 내겐 확실히 덜 박절하다. _ 이를테면 책동네 사람들의 풍요란 중 - P166
어떤 인간이든 지나치게 외로운 처지에 빠지지 않을권리가 있고 그것이 인권의 다른 말 중 하나가 아닐까생각하곤 한다. 누구에게나 닿을 사람이 필요하고, 닿고자 하는 의지와 닿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차단된환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_ 지나치게 외롭게 두어서는 안 된다 중 - P143
밤에 읽는 책은 낮에읽는 책보다 명료하다. 밤에 듣는 음악은 낮에 듣는 음악보다 우아하다. 밤에 하는 생각은 낮에 하는 생각보다 반자본적이다. _ 프리랜서의 기쁨과 슬픔 중 - P183
어쩌면 내가 될 수 있었던 것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들. 그러나 놓쳐버리고 낭비해버리고 다 써버리고 탕진하고 되찾을 수 없는 것들.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텐데. 그걸 절제할 수 있었을 텐데. 소심했던 그때 대담할수 있었을 텐데. 경솔했던 그때 신중할 수 있었을 텐데.그녀에게 그렇게 상처 줄 필요가 없었는데.그에게 그렇게 말할 필요도.부서트릴 수 없는 것을 부서트리려고 기를 쓰느라 내 자신이 부서질 필요도.- F. 스콧 피츠제럴드, 잠과 캠」, 『천천히, 스미는, - P185
미니멀리스트나 맥시멀리스트나 인간에겐 최소한의끈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기준이 천차만별일 뿐.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없이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많지않다. - P190
‘그 자체로 누군가의 입이 되고, 또 누군가의 입을 열게 하는’ 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으며, 그 중에는 내가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내가 쓰고 싶은, 아니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했다. 압도당해도 괜찮고, 현실을 비틀거나 때론 무시해도 되며, 은유와 상징이 팩트를 넘어서는 글로 나는 돌아가고 싶었다. 그것은 아마도 문학이었다. _ 기자가 될 수 없는 사람 중 - P210
삶의 어떤 순간에는 슬프기 때문에 두서가 없고 슬프기 때문에 정교한 단어를 고를 수 없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기도한다.는 말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자체가 최선일 때도 있다고, 나는 나를 설득한다. 아무 꾸밈도 받을 수 없는 기도할게‘라는한마디가, 무얼 기도할 건지 얼마나 기도할 건지 어떻게 기도할건지가 촘촘히 담긴 구구절절보다 강하기를 바라면서. 글이든 말이든 그것이 삶‘을 넘을 수는 없다고 믿으면서. _ 삶을 넘을 수는 없다 중 - P238
나에게 개입하는 몇몇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그들 덕에 나는 지나치게 망가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아주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불 동굴밖으로 나온다. 글도 그렇다. 나는 글을 쓰며 수시로 내게 개입한다. 글을 통해 세상에 개입한다. 그렇게 매일 고쳐질 가능성‘을타진한다. 포기하지 않고. _ 내 속엔애놔 개가 있어서 중 - P100
어린 시절이 끝나고 시간의 지배를 받게 되면, 취하지 않고 오늘을 견디는 인간을 찾기 어려워진다. 불안을 피하려 일에 취하든, 상처를 덮으려 술에 취하든, 수치를 잊으려 명예에 취하든, 고독을 이기려 시선에 취하든, 열등감을 지우려 폭력에 취하든, 무엇에도 취하지 않은 채 오감을 깨우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어린시절을 끝낸 인간은 어딘가 취한 채, 자신의 과거와 싸우느라 매일을 소비한다. 이 싸움은 잘해야 본전이다. 이겨야 기껏 사람꼴‘이며, 졌을 때의 상황에는 바닥이 없다. 바닥 없음을 목격하는 일은 너무 잔인해서, 다시 취할 거리를 찾게 한다. _ 곱게 취한 어른들의 세상 중 - P103
웃음은 울증과 변비에 두루 통한다. 이 병들에 필요한 것은 이완이기 때문이다. _ 글을 썼다기보다 똥을 쌌늘 경우 중 - P110
그럼 다시 저자로서, 글을 썼다기보다는 똥을 쌌다고 느껴질때 마음을 붙잡는 법. 나보다 많이 알고 많이 겪고 많이 써본 사람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더 많이 알고 겪고 써도 두개의 프리즘을 가질 수는 없다. 이 불편하고 부당한 세상에서 그것은 드물게 공정한 일이다. 공정하다면, 운동화 끈을 고쳐 묶지 못할 것도 없다. - P112
하지만 실패는 다르다. 실패는 그 자체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나를 단련시키기 때문이다. 작은 실패가 중요한 건그 때문이다. 너무 한 방에 때려눕히는 실패 말고, 몇 번쯤 겪어도스리슬쩍 넘어갈 수 있는 실패. 몇 번 반복해도 그렇게 막 난리가나지는 않는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는 작은 실패들, 그 경험이 훨씬 소중하고 장기적으로 쓸모가 크다. _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 중 - P124
‘거리‘는 본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중요한 조건이다. 그들은 틈과 간격 속에서 판단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듣자마자 대꾸하고, 말하자마자 행동하는 것은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속도다. 말보다 글이 편한 것도같은 이유에서다. 글에는 내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틈과간격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조바심이 생기지 않고, 내성적인 사람들의 에너지는 조바심이 없을 때 발휘된다. _ 세상은 내게 결코 편지를 쓰지 않겠지만 중 - P16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교감과 소통에 대한 갈망이 덜한 게 아니다. 다만 빨리, 한꺼번에 하지 못할 뿐이다. 머뭇거리고 주춤거리기 좋은 틈과 간격 속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은 더 깊고 단단한 통로를 낸다. 글쓰기도 그렇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따지기 앞서, 글을 적어나가는 과정에서 확보되는 거리가 쓰는 사람을 안심시킨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물러섰다가 한 번 더 고민한 뒤에 한 걸음만 나아가도 된다는 사실이 그들의 에너지를 끌어낸다. - P17
이것은 세계에 보내는 편지야.세계는 결코 나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지만.-- 에밀리 디킨슨 - P19
쓰기‘가 통증을 줄여준다는 것,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아팠나, 어떻게 아팠나, 얼마큼 아팠나, 아프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병원에 가면 의사가 으레 묻는 말들에 대답하듯 그냥 내가 직접 묻고 답했다. 다른 점은, 병원에서는 문진 뒤에 처방을 따로 해주지만 글쓰기는 자문자답의 과정 자체가 처방이 된다는 점이었다. 쓰면 나아졌다. _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중 - P21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쓰기 전에 슬픔은 나 자신이었지만쓰고 난 후에는 내게서 분리된다.손으로 공을 굴리듯,그것은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엇이 된다. - P22
글쓰기도 마가지다. 적어도 내게 이것은 기계적으로 채워지는 루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_ 쓰는 사람을 모욕하긴 힘들다 중 - P32
기쁨은 언어가 되는 순간 불어나고 슬픔은언어가 되는 순간 견딜 만한 것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_ 그건 짜증이 아니라 슬픔이지 중 - P37
내가 겪은 일을 언어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희한하게도 나를 일으켜 세웠다.그것이 구체적인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도,‘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내게 구체적인 힘이 되었다. - P41
삶이 너무 지독할 때는 쓸 수가 없다.하지만 지독하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다.그 중간의 어딘가에모든 글쓰기가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 P44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 P59
세상에서 나밖에 모르는 나의 고통을, 세상에서 내 고통이 으뜸이라는 술주정이 되지 않게 하면서도, 세상에 굳이 전달해야 하는 이유를 예리하게 찾아내야 한다. 고통받되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고 고통을 바라보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_ 에세이가 술주정이 되지 않으려면 중 - P66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이 사실 시간과 불안을 이기기 위한 것 아닌가. _ 프롤로그 중 - P5
내게 가장 소중한 일은 하루하루를 지나친 기대와 미움 없이살아내는 것이다.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으니 나 힘든걸 애먼 데 화풀이하지 않고, 최소한의 교양과 상식을 유지하며나이 드는 것이다. 다가오지 않은 것들을 염려하지 않고 흘러가는 것들에 목매지 않으며, 그렇게 사는 데에 글쓰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_ 프롤로그 중 - P6
세상은, 특히 한 인간의 생산성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자본의 세상은 그가 지켜내고자 하는 품위를 절로 보장해주지 않는다. 품위가 훼손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훼손된 인간은 공통적으로 모멸을 느낀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유독 모멸에 예민하다. 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모멸을 느낀다는 게 아니라, 공기 같은 억압과 소리 없는 차별처럼 자신이 훼손될 만한 상황을 신속히 감지한다는 뜻이다. -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