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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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술이 삶을 장식해주는 형용사라면 커피는삶을 움직여주는 동사다. 원두를 갈면 하루가 시작되고페달을 밟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디카페인커피를 마시면 하루가 끝난다. 형용사는 소중하지만, 동사는 필요하다. _ 커피와 술, 코로나 시대의 운동 중 - P196

결코 내 것일 수 없다고 여겼던, 내가 소중하다는 감각과 나를 다시 이어준 한 끼의 식사. 어떤 음식은 기도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_ 한 시절을 건너게 해준 중 - P211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느낌도 좋았지만, 결국 모든 글이 다정에 대한 소감이자, 다정에 대한 작은 감상이자,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인 것 같아서. 내 인생에 나타나준 다정패턴 디자이너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디자인에 워낙 재주가 없는 나에게 다정한 부분이 있다면그건 다 그들의 다정을 되새기고 흉내 내며 얼기설기 패턴을 만들어간 덕분일 것이다. _ 에필로그 중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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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도 쓴다. 잘 보이지 않고 잊히기 쉬운 작고 희미한 것들을 통에 담는 마음으로. _ 마트에서 비로소 중 - P20

타인이 더 나은 경험을 해보길 진심으로 바라서 하는 조언과, 무작정 던져놓는 냉소나 멸시는 분명 다르다. ‘세상의 빛을 보자‘는 게 ‘관광(觀光)‘이라면, 경험에 위계를 세워 서로를 압박하기보다는, 서로가 지닌 나와 다른 빛에도 눈을 떠보면 좋지 않을까. _ 여행에 정답이 있나요 중 - P30

그렇다. 여성들도 소리 지르고 때리고 맞는 훈련을해야 한다.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원초적 싸움의세계‘를 경험을 통해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_ 축구와 집주인 중 - P50

그러니까 가식의 영역 안에서, 비록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속속들이 모든 걸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에게 끝까지 좋은 사람이고자 하는 노력과 노력이 만나 빚어내는 존중과 다정이 존재했다. 나중에는 가식이 섞여들었다고 한들 B가 무려 3년 가까이 저런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걸 보면 이제는 가식이 아니라 그냥 성품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가식과 진실의 경계도 흐릿해졌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그를 믿고 좋아했고 따랐다. 더는 연기할 필요없이. _ 가식에 관하여 중 - P60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 주길 바란다. 때로는 거센 두드림이 유리 벽에 균열을 내길 바란다. 내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와 위로로 만들어진 평온하고 따듯한 방 안에서 지나치게 오래쉬고 있을 때, 누군가 ‘환기 타임!‘을 외치며 창문을 열고 매섭고 차가운 바깥 공기를 흘려 보내주기를 바란다. _ 나만을 믿을 수가 없어서 중 - P75

우리 눈에 ‘기본‘ 너머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닌데, 맞춤법 하나로 무시받아서는 안 되는 삶들이 도처에존재한다. 당신 곁에도 나의 곁에도. _ 그의 SNS를 보았다 중 - P108

관심이란 달짝지근한 음료수 같아서 한 모금 마시면 없던 갈증도 생긴다는 것을, 함께 마실 충분한 물이 없다면 건네지도 마시지도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한다. 순간의기분으로 문 너머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가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결국에는 가장 차가웠던 그때의내가 떠올라 발을 멈춘다. 끝까지 내밀 손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거둔다. 항상성이 없는 섣부른 호의가 만들어내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두렵다. 그래서 늘 머뭇댄다. ‘그럼에도 발을 디뎌야 할 때’와 ‘역시‘ 디디지 말아야 할때 사이에서. 이 사이 어딘가에서 잘못 디딘 발자국들사이에서. _ 문 앞에서 이제는 중 - P136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흔히말하는 ‘연대‘의 감각 아닐까. 망했다는 생각에 손마저얼어붙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손들 같은 것. 그 손들이 누군가를 필요한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정 같은 것. 등 뒤로 따뜻한 눈빛들을 가득 품고 살짝 펴보는 어깨 같은 것. 누군가 박살날까 봐 걱정될 때 가만있지 못하는 것. _ 비행기는 괜찮았어 중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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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예술기행 -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곽재구 글, 정정엽 그림 / 열림원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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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우당에서의 낙향 후 2년이 조금 지나 윤두서는 세상을 뜬다. 그의 시 <전가서사>에서처럼 현실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는 그것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힘이 없었다. 그는양반 출신이었으며, 남인이라는 굴레조차 그에게는 버리기 힘든 기득권이었을 것이다. 변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변혁 운동의 주체가될 수 없는 선비 지식인 집단의 한가운데 윤두서 또한 서 있었으리라. 물론 고통의 질과 양에서 충분히 남다를 수 있다는 진단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_ 변혁기 지식인의 두 초상 중 - P116

백련사의 동백꽃들이 우리를 마중했다. 따뜻한 바람 속에 이따금떨어지는 붉은 꽃잎들이 감미로웠다. 존경하는 스승을 위해 계율을팽개치는 물고기를 잡은 옛 스님의 자취는 이제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스님 또한 패러다임의 변경을 꾀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요사채 한쪽 귀에 매화가 꽃등을 켜고 있었다. 아득한 그 향기가 홀연 정신을 앗아갔다. 취하면 안 돼. 두꺼비나 지렁이가 되어서는 안 돼. 동백숲 속에서 으스스 바람이 일어섰다. _ 변혁기 지식인의 두 초상 중 - P124

새벽이 오고 있다.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스스로의 내면들을정비하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는 빛살. 조급해질 때마다 난 비센테알레익산드레를 읽는다. 앞으로도 몇 번을 더 읽게 될 것이다. 날이완전히 새기 전에 바다에 나가리라. 이 새벽, 먼 바다로 나가는 배가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 배에 오르리라. _ 미조 포구에서의 딻은 하룻밤의 기록 중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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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 밥 한 그릇의 시원 - 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최수연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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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논을 보러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심어준 책이다. 산에는 단풍, 들에는 국화, 논에는 벼이삭이다. 황금들판에 펼쳐진 사각의 논과 계단식 다랭이논의 곡선이 주는 들녁은 그자체가 예술품이 된다.가자,들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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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 밥 한 그릇의 시원 - 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최수연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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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잡아매는 사진들에 오래 머물러가며 느리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갑자기 쓸쓸함이 밀려오거나, 시인처럼 마음이 달떠 누군가에게 전화를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논에는 그런 힘이 있다.
_ 책머리에 - P7

논에 모내기하고 추수하는 대신 밤 줍는 것이 이곳의 일상 풍경이 되었다. 지리산 골짜기의 산비탈 논이 다 그렇듯이 중대마을의 논은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보는 사람이 현기증이 날 정도인데 그 비탈에 매달려 일구어낸 삶의 흔적이 이제는 사라져가는 풍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_ 논과 마을 그리고 땅의 사람들 중 - P191

어느새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박명보 씨는 다시 논두렁 다듬기에 여념이없다. 모내기 전에 논두렁을 부지런히 다져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애를 써도 핫바지에 방귀 새듯 물이 빠지는 것이 구들장논의 숙명이지만, 봄만 되면 논두렁으로 힘닿는대로 흙을 끌어 모아서물 빠짐을 늦추어야 하는 것도 청산도 사람드릐 숙명이다. - P200

실제로 다랑논들은 기계로 작업하기가 어려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아무런 가치도 없다. 그러나 논농사가 그렇듯이 논은 언제나 경제적 가치보다 높은 무언가가 있다. _ 무딤들판 너머엔 산비탈 다랑논 중 - P25

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운영이 피고 자운영이 진 자리에 벼가 자란다. 자운영은 제 생명 모두를 땅에게 주고 또 내년을 기약한다. 그것이 짧은 자운영의 삶이다. 평사리의 봄 들녘엔 자운영이 핀다. - P26

벼 밑동만 남은 다랑논에 지리산 가랑잎이 떨어져 덮인다. 너른 들은 너른 들대로, 산골짝 좁은 골은 좁은 골대로 빈 논배미는 하나같이황 량하다. 다랑논 한쪽의 감나무에 까치밥 홍시가 두어 개 매달려 있고 들판의 두 그루 소나무는 그저 푸르다. 줄 것을 다 주고 난 후의 고요한 침묵이 가을 들판이 전해주는 말이다. - P33

논은 생명의 소리를 뿜어올리고 인간은 그 소리에 장단 맞춰 흥에 겨워한다. 기계가 내는 소리 또한 흥에 겹고, 인간이 내는 소리가 또한 그러하다. 인간과 자연, 기계와 생물이 그 공간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살아간다. 인간의 삶은 그 속에서 때로는 치열하고 때로는 여유롭다. _ 논의 한살이 중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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