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예술기행 -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곽재구 글, 정정엽 그림 / 열림원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녹우당에서의 낙향 후 2년이 조금 지나 윤두서는 세상을 뜬다. 그의 시 <전가서사>에서처럼 현실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는 그것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힘이 없었다. 그는양반 출신이었으며, 남인이라는 굴레조차 그에게는 버리기 힘든 기득권이었을 것이다. 변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변혁 운동의 주체가될 수 없는 선비 지식인 집단의 한가운데 윤두서 또한 서 있었으리라. 물론 고통의 질과 양에서 충분히 남다를 수 있다는 진단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_ 변혁기 지식인의 두 초상 중 - P116

백련사의 동백꽃들이 우리를 마중했다. 따뜻한 바람 속에 이따금떨어지는 붉은 꽃잎들이 감미로웠다. 존경하는 스승을 위해 계율을팽개치는 물고기를 잡은 옛 스님의 자취는 이제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스님 또한 패러다임의 변경을 꾀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요사채 한쪽 귀에 매화가 꽃등을 켜고 있었다. 아득한 그 향기가 홀연 정신을 앗아갔다. 취하면 안 돼. 두꺼비나 지렁이가 되어서는 안 돼. 동백숲 속에서 으스스 바람이 일어섰다. _ 변혁기 지식인의 두 초상 중 - P124

새벽이 오고 있다.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스스로의 내면들을정비하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는 빛살. 조급해질 때마다 난 비센테알레익산드레를 읽는다. 앞으로도 몇 번을 더 읽게 될 것이다. 날이완전히 새기 전에 바다에 나가리라. 이 새벽, 먼 바다로 나가는 배가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 배에 오르리라. _ 미조 포구에서의 딻은 하룻밤의 기록 중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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