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도 쓴다. 잘 보이지 않고 잊히기 쉬운 작고 희미한 것들을 통에 담는 마음으로. _ 마트에서 비로소 중 - P20

타인이 더 나은 경험을 해보길 진심으로 바라서 하는 조언과, 무작정 던져놓는 냉소나 멸시는 분명 다르다. ‘세상의 빛을 보자‘는 게 ‘관광(觀光)‘이라면, 경험에 위계를 세워 서로를 압박하기보다는, 서로가 지닌 나와 다른 빛에도 눈을 떠보면 좋지 않을까. _ 여행에 정답이 있나요 중 - P30

그렇다. 여성들도 소리 지르고 때리고 맞는 훈련을해야 한다.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원초적 싸움의세계‘를 경험을 통해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_ 축구와 집주인 중 - P50

그러니까 가식의 영역 안에서, 비록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속속들이 모든 걸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에게 끝까지 좋은 사람이고자 하는 노력과 노력이 만나 빚어내는 존중과 다정이 존재했다. 나중에는 가식이 섞여들었다고 한들 B가 무려 3년 가까이 저런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걸 보면 이제는 가식이 아니라 그냥 성품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가식과 진실의 경계도 흐릿해졌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그를 믿고 좋아했고 따랐다. 더는 연기할 필요없이. _ 가식에 관하여 중 - P60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 주길 바란다. 때로는 거센 두드림이 유리 벽에 균열을 내길 바란다. 내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와 위로로 만들어진 평온하고 따듯한 방 안에서 지나치게 오래쉬고 있을 때, 누군가 ‘환기 타임!‘을 외치며 창문을 열고 매섭고 차가운 바깥 공기를 흘려 보내주기를 바란다. _ 나만을 믿을 수가 없어서 중 - P75

우리 눈에 ‘기본‘ 너머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닌데, 맞춤법 하나로 무시받아서는 안 되는 삶들이 도처에존재한다. 당신 곁에도 나의 곁에도. _ 그의 SNS를 보았다 중 - P108

관심이란 달짝지근한 음료수 같아서 한 모금 마시면 없던 갈증도 생긴다는 것을, 함께 마실 충분한 물이 없다면 건네지도 마시지도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한다. 순간의기분으로 문 너머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가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결국에는 가장 차가웠던 그때의내가 떠올라 발을 멈춘다. 끝까지 내밀 손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거둔다. 항상성이 없는 섣부른 호의가 만들어내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두렵다. 그래서 늘 머뭇댄다. ‘그럼에도 발을 디뎌야 할 때’와 ‘역시‘ 디디지 말아야 할때 사이에서. 이 사이 어딘가에서 잘못 디딘 발자국들사이에서. _ 문 앞에서 이제는 중 - P136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흔히말하는 ‘연대‘의 감각 아닐까. 망했다는 생각에 손마저얼어붙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손들 같은 것. 그 손들이 누군가를 필요한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정 같은 것. 등 뒤로 따뜻한 눈빛들을 가득 품고 살짝 펴보는 어깨 같은 것. 누군가 박살날까 봐 걱정될 때 가만있지 못하는 것. _ 비행기는 괜찮았어 중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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