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 밥 한 그릇의 시원 - 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최수연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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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잡아매는 사진들에 오래 머물러가며 느리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갑자기 쓸쓸함이 밀려오거나, 시인처럼 마음이 달떠 누군가에게 전화를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논에는 그런 힘이 있다.
_ 책머리에 - P7

논에 모내기하고 추수하는 대신 밤 줍는 것이 이곳의 일상 풍경이 되었다. 지리산 골짜기의 산비탈 논이 다 그렇듯이 중대마을의 논은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보는 사람이 현기증이 날 정도인데 그 비탈에 매달려 일구어낸 삶의 흔적이 이제는 사라져가는 풍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_ 논과 마을 그리고 땅의 사람들 중 - P191

어느새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박명보 씨는 다시 논두렁 다듬기에 여념이없다. 모내기 전에 논두렁을 부지런히 다져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애를 써도 핫바지에 방귀 새듯 물이 빠지는 것이 구들장논의 숙명이지만, 봄만 되면 논두렁으로 힘닿는대로 흙을 끌어 모아서물 빠짐을 늦추어야 하는 것도 청산도 사람드릐 숙명이다. - P200

실제로 다랑논들은 기계로 작업하기가 어려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아무런 가치도 없다. 그러나 논농사가 그렇듯이 논은 언제나 경제적 가치보다 높은 무언가가 있다. _ 무딤들판 너머엔 산비탈 다랑논 중 - P25

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운영이 피고 자운영이 진 자리에 벼가 자란다. 자운영은 제 생명 모두를 땅에게 주고 또 내년을 기약한다. 그것이 짧은 자운영의 삶이다. 평사리의 봄 들녘엔 자운영이 핀다. - P26

벼 밑동만 남은 다랑논에 지리산 가랑잎이 떨어져 덮인다. 너른 들은 너른 들대로, 산골짝 좁은 골은 좁은 골대로 빈 논배미는 하나같이황 량하다. 다랑논 한쪽의 감나무에 까치밥 홍시가 두어 개 매달려 있고 들판의 두 그루 소나무는 그저 푸르다. 줄 것을 다 주고 난 후의 고요한 침묵이 가을 들판이 전해주는 말이다. - P33

논은 생명의 소리를 뿜어올리고 인간은 그 소리에 장단 맞춰 흥에 겨워한다. 기계가 내는 소리 또한 흥에 겹고, 인간이 내는 소리가 또한 그러하다. 인간과 자연, 기계와 생물이 그 공간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살아간다. 인간의 삶은 그 속에서 때로는 치열하고 때로는 여유롭다. _ 논의 한살이 중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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