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로버트 킨케이드가 떠난 후, 그녀는 깨달았다.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감정을 심하게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도저히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것은 사실이라는 것을. 프란체스카는 그가 이미 이해했던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_ 길, 혹은 떠도는 영혼 중 - P157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않을 거요.‘ 길, 혹은 떠도는 영혼 중 - P159
하지만 당신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고, 또 당신의 감정을 존중해요. 어쩌면 당신 말이 옳았는지도 모르겠소. 그 무더운 금요일 아침, 당신 집 앞길을 빠져 나왔던 일이 내가 지금까지 한 일과 앞으로 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소. 사실, 살면서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을 겪을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지 의아스럽소. _ 재 중 - P174
하지만 결국, 나도 사람이오. 그리고 아무리 철학적인 이성을 끌어대도, 매일 매순간, 당신을 원하는 마음까지 막을 수는 없소. 자비심도 없이, 시간이,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없는 시간의 통곡 소리가 내 머릿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고 있소. 당신을 사랑하오. 깊이, 완벽하게. 그리고 언제나 그럴 것이오. _ 재 중 - P177
"그 세월 동안 그는 어머니와 연락하려고 애쓰지도 않았을거야. 그리고 혼자서 죽은 게 틀림없어. 그래서 카메라들이어머니에게 보내진 거야……. 핑크색 원피스를 놓고 엄마와내가 말다툼을 대판 벌였던 게 기억나 싸움이 며칠 갔지. 나는 비꼬면서 이유를 물었어. 그리고 엄마에게 말도 하지 않았지. 엄마가 한 말은 단지 ‘안 돼, 캐롤린, 그건 안 돼.‘ 뿐이었어." _ 프란체스카의 편지 중 - P196
왜 최은영 작가인지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내게 무해한 사랑>에 이어 3번째 책으로 읽었지만...오늘 가서 출간된 마지막 책 <밝은 밤>을 사가지고 왔다. 미세한 감정의 흐름과 그 속에 녹아있는 공감의 정서를 만날 수 있었다. 거대담론 속에서 나오는 서사(베트남전쟁, 간첩단사건, 노동운동, 학생운동, 세월호 등)도 다루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아니 살았던 사람들의 고민과 감정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운이었다. 특히 여성들의 시각과 관심에서 차분하게 그려져 있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 P5
세대는 거듭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의것만이 필요하다. 남녀의 끌어당기는 힘. 그 힘은 무한하고도 아름답다. 이런 힘이 작용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조금도 어긋나는 법이 없이 단순하고 또렷하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복잡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뿐. 프란체스카는 자기도 모르게 그 힘을 느꼈다. 세포 속속들이 자석 같은 그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그녀를 영원히 변하게 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_ 프란체스카 중 - P47
하지만 그는 지성과 타고난 열정,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고 마음과 정신의 섬세한 부분에도 감동받을 수 있는 능력을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무리 외모가 아름다운 여자라도 대부분의 젊은 여자들에게 끌리지 않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_ 프란체스카 중 - P58
‘옛날에 꿈이 있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꿈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내게 그런 꿈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_ 프란체스카 중 - P63
사물을 주어지는 대로 찍지는 않습니다. 뭔가 내 개인적인 의식이, 정신이 반영되는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이미지에서 시구를 찾아내려고 애씁니다._ 프란체스카 중 - P73
프란체스카는, 로버트 킨케이드에게는 이런 것이 일상적인 대화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이런 대화는 문학적인 대화였다. 매디슨 카운티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 이런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날씨와 농산물 가격, 새로 태어난 아기, 장례식, 정부의 프로그램, 운동 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지만 예술과 꿈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음악을 침묵하게 만드는 리얼리티니, 상자안에 가둬둔 꿈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프란체스카 중 - P75
프란체스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초지와 초원의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 하늘 색깔에 흥분하는 사람, 시를 약간 쓰지만 소설은 그다지 많이 쓰지 않는 남자에 대해생각했다. 기타를 치는 남자, 이미지로 밥벌이를 하고 장비를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남자. 바람같아 보이는 남자. 그리고 바람처럼 움직이는 남자. 어쩌면 바람을 타고 온 사람. _ 프란체스카 중 - P83
그에게 프란체스카는 무엇보다도 사업 동업자였다. 그녀도 어떤 면에서는 그것을 감사히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마음 속에 숨어 있었던 또 하나의 ‘내‘가 살랑거리며 소리를 냈다. 목욕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 싶어하는 사람이………그녀는 또 다른 자아에 의해 압도당하고 싶었다. 넋을 잃고,껍질이 벗겨지길 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나‘는 그녀의 마음 속에서조차 아주 희미할 뿐이었다. _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르 중 - P93
그는 다양한 렌즈와 다양한 필름, 때로는 필터로 빛을 새롭게 바꿔가며 화면에 자기 의지를 표현했다. 그냥 자연과맞붙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지성을 이용해 자연을 지배했다. 농부들 또한 화학 비료와 불도저로 땅을 지배했다. 하지만 로버트 킨케이드가 자연을 변화시키는 방식은 유연했고, 또 일을 마치고 나더라도 원래의 형태는 변함이 없었다._ 화요일의 다리 중 - P111
모든 결혼이, 모든 관계가, 그렇게 될 여지가 많았다. 습관은 미리 예측할 수있게 해 주고,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편안함을 가져다 주니까. 프란체스카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_ 화요일의 다리 중 - P118
우린 자유를 포기하고, 점점 조직화되어가면서 우리 감정을 하찮게 여깁니다. 효능과 효율성, 지성적인 기교 같은 것만 강조하죠. 자유를 상실하면서 카우보이가 사라졌죠. 아메리카 사자도, 얼룩이리도 함께 사라졌죠. 이젠 방랑자들이설 자리가 거의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_ 다시 춤출 수 있는 여유 중 - P132
그는 대단히 공격적인 면을 지니고 있었지만 자제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원하면 그런 감정의 방향을 돌릴 수도 있는 듯했다. 그런 점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끌어당겼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인함. 하지만 자제할 수 있고, 따스함과 존귀함이 뒤섞인, 화살 같은 강인함. _ 다시 춤출 수 있는 여유 중 - P133
추억을 절제하는 것,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지난 몇 년동안은 추억의 조각들이 세세한 곳에 이르기까지 자주 밀려들긴 했지만, 이제 그녀는 문을 열었다. 그녀의 마음 속으로 그를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았던 울타리를 치워 버렸다. 이미지는 분명하고, 현실적이고, 늘 현재 같았다. 그렇게 오래전 일인데도, 22년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일인데도, 추억 속의 이미지들은 이제 다시 그녀의 현실이 되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느끼며 살고 싶어하는 현실이었다. _ 다시 춤출 수 있는 여유 중 - P135
그리고 마침내, 그는 알았다. 지금까지 그가 걸었던 인적드문 해안의 작은 발자국들의 의미를 한 번도 항해를 떠나본 적이 없는 배에 실린 비밀스런 화물의 의미를. 황혼녘 도시의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는 그를 커튼 뒤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눈동자들의 의미를. 그는 먼 여행을 떠났다가 이제는 집에 돌아와 난로 앞에서 불꽃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녹이는 사냥꾼이었다. 마침내, 드디어. 그는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렇게 멀리까지. 그는 그녀 위에 누워서 그녀를 향한 사랑을 결정지었다. 완벽하게 변할 수 없게. 마침내. _ 다시 춤출 수 있는 여유 중 - P140
"로버트, 난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에요. 만일 당신이 나를품에 안고 당신의 트럭으로 데려가서 꼭 당신과 함께 가야한다고 고집한다면, 나는 불평 한 마디 늘어놓지 않을 거예요. 당신 말 한 마디에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그러기에는 너무나 감각적이고, 내 감정을 너무나 잘 아니까요. 그리고 나는 이 곳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_ 길, 혹은 떠도는 영혼 중 - P148
아까도 말했듯이, 당신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나도도리가 없어요. 내겐 힘도 없어요. 느낌이란 느낌은 다 당신에게 주어버렸으니까. 당신을 구속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내가 간다면 그건 이기적으로 당신을 원하기 때문이에요. _ 길, 혹은 떠도는 영혼 중 - P149
우리는 싸움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서로를 견뎠다. 감정을 분출하고 서로에게 욕을 해서 그 반동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싸움도 일말의 애정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았고 그도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받지 않았다.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장 나쁜 건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지도 못하는 그 무지 안에 있었다. _ 한지와 영주 중 - P129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 한지와 영주 중 - P164
"네가 왜 이러는지 묻지 않을게. 알게 된다면 마음은 후련해지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니. 내가 너에게 잘못한 게 있다면, 용서하고용서하지 않고는 너의 자유야. 나의 잘못 때문도 아니라면, 너의 사정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 나는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누군가의 말 때문에 날 오해했다면, 내 진심을 보지 못했다면 그건 정말안타까운 일일 거야." _ 한지와 여ㅇ주 중 - P172
침묵은 나의 헐벗은 마음을 정직하게 보게 했다.사랑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깊이 결합하여 분리되고 싶지 않은마음, 잊고 싶은 마음, 잊고 싶지 않은 마음, 잊히고 싶은 마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아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도 한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_ 한지와 영주 중 - P174
나는 우리 노래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고 생각해. 나만은 어둠을 따라 살지 말자는다짐.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행복.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해. 나는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조회시간에 태극기 앞에서 부르는 애국가같은 게 아니길 바랐어. _ 먼 곳에서 온 편지 중 - P201
나에 대한 선배의 끝없는 관심과 조언이 고마웠지만 그 고마움만큼이나 불쾌감도 커졌다. 선배가 ‘나‘의 테두리를 짓밟고, ‘나‘라는 공간을 무례하게 침입하는 것 같았다. 선배는 멀리에 있으면서도 내게 너무 가까웠다. 나는 나의 가장 추한 얼굴까지도 거부하지 않는 선배의마음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애초부터 사랑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인간이었으니까. _ 먼 곳에서 온노래 중 - P206
그녀는 차라리 엄마가 스스로의 처지에 솔직해져서 불평하기를 바랐다. 초라한 현실에 대한 엄마의 감사가 얼마간은 기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_ 미카엘라 중 -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