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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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할머니를 만난 뒤로 나는, 사람의 한 생을 마지막 한 방울로 증류한다면 각자에게 남는 그 마지막 정수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_ 돌연한 눈물 중 - P16

스스로 당황스러울 만큼 폭발적이었던 눈물, 통곡하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나 자신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숨은 감정이 폭발해 제2의 나를 만들고 내 피부 바깥으로 뛰쳐나왔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스스로 알지 못했던 그 강렬한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_ 돌연한 죽음 중 - P18

그까짓 발차기대회, 그게 뭐라고 나는 그것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교육적 지적 자극의 시작이라 생각하며 아기의 잠이 채 깨지도 않은 새벽에 그 난리를 쳤던가. 차라리 꿀짱아가 기분 좋게 잠에서 깰 수 있도록 중얼중얼 혼잣말이나 가벼운 콧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_ 아기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중 - P30

이전에 살았던 세계는 학교, 직장, 문화, 친구, 성취와 우정의 세계였다. 모두 두 글자 이상이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는 쉬, 똥, 침, 코, 토, 잠, 젖, 신기하도록 모두 한 글자였다.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36

나는 거의 언제나 녹초였다. 엄마가 된다는 건 심신이 피폐해지는 일이었다.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36

사랑한다는 것, 좋아한다는 것의 원래 모습. 몸을 낮추고, 손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데굴데굴 구르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 것. 만지고 부비고 냄새 맡고 즐기는 것. 내가 강아지를 보자마자 자동으로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딸에게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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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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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이 있는 한편 중국에서 전해진 새로운 경전과 예절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는 때때로 정반대의 풍조를 가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신국의 신관들은 남녀간에 교합함을 소중히 여기어 그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러나 천축과 중국에서는 수도함에 금욕함을 으뜸으로 여기어 혼인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애초 옛 풍습은 새로운 풍조를 배척하여 불화를 일으켰습니다만, 이제는 사람들이 새로운것도 옳다고 말합니다.

_ 천관사 중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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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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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한가위>

1. <나의 아름다운 정원>는 3대 (할머니-부모-남매)가 가족을 이루며 서울 서촌 달동네에서 살았던 77년부터 81년까지의 소설이다. 요즘으로 치면, 서울기준 1인 가구가 거의 40%에 이르는데, 그 시절은 3대가 함께 살아가는 가구도 많았을 것이다.

2. 아들 동구를 중심으로 지독한 할머니, 전근대적인 아버지, 마음씨 좋은 엄마 그리고 6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 한 사정을 살아간다. 물론 서울 서촌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 - 1212 쿠데타와 80년 광주-이 이야기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3. 너무나 착한 우리 동구에게는 집에 엄마와 3학년 담임인 박선생님이 있었다. 특히, 인생에서 저런 담임선생님은 꿈이자 행운일 것이다. 어린 시절 따뜻한 한마디와 애정어린 격려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나큰 밑거름이 되리라.

4. 세상 동구같은 친구만 있으면, 법없어도 세상은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설이>에서 작가가언급햤듯이 우리 동구는 행복했을까? 라는 질문에 선뜻 답할 수가 없다. ㅠ

5. 이 소설은 사실 이번 추석때 일부러 읽었다. 예전과 같지 않은 한가위여서 어릴적 함께 모여 즐거웠던 추석 명절에 적절한 소설이라 판단했다. 역사적 내용과 성장소설속에 그려진 한 가정의 희로애락이 그대로그려져 있다.

6. 2002년 쓰여진 소설이, 개정판을 내고 아직까지 읽혀지는 이유는우리 마음 한구석에 느껴지고 싶은 가족의 이상향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7. 추석을 맞이하여 예전 동네 독서모임 아저씨들께 선물하기도했던..동구와 비슷한 연령대 아저씨들...

8.오늘 심윤경작가 도서 신간 에세이<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와 소설 <사랑이 채우다>가 도착했다. 또한 <서라벌 사람들>은 마지막 장을 향했다. 9월은 심윤경 작가와 함께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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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은 태자의 복색을 입고 있는 형님의 말 없는 뒷모습에 질투심을 느꼈다. 황위의 계승자라는 신분을 시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아직까지도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 저려 하는것은, 이제 형님이 월성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황위의계승자와 월성의 주인, 세상 사람들에게는 거의 차이가 없는 말이겠지만 인문과 법민 형제에게는 미세하되 확실하게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적어도 인문에게는 분명히 그랬다.

_ 변신 중 - P115

장대한 황제와 재롱둥이 인문은 서로가 같은 종족에 속하지 아니함을 분명히 알았고 그 선을 넘으려는 뜻은 피차 아무도 가지지 않았다.

_ 변신 중 - P119

천한 무(武)와 화랑이 다른 것은 화랑이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화랑들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것을 사랑했다. 그들의 수련은 즐겁고 대담했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는 수련이 아니었다. 남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 자신의 몸이 즐거움을 느끼는 수련이었다.

_ 변신 중 - P131

신국에서 가장 칭송받는 가치는 아름다움이었다. 용맹이야 한낱 무부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_ 변신 중 - P132

삼한을 통일한 강렬한 집념으로, 황제는 오늘날 장대함을 이루었다. 눈을 뜨면 기름진 음식을 먹기 시작하여 해 질 무렵이면 피똥을 싸며 혼절했다. 하루에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수꿩 열 마리를 먹어치운 황제의 엉덩이 밑에서 용상이 무너졌다. 아름답고 용맹하던 황제는 백성들의 냉담으로동사(死)했다.

_ 변신 중 - P147

옛날, 동해 물가에
겨우 헛된 신기루를 보고
왜군이 왔다! 외치며
봉화를 올렸구나.
세화랑이 산 구경 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은 어두운 하늘을 밝히고
별들은 부지런히 밤길을 쓸었는데
혜성이다! 사람들은 수군거리네.
아아, 달 아래로 사라질 것을
어이구, 혜성이 뭐길래.

_ 혜성가 중 - P149

공자들께서 하늘에 나타난 낯선 별을 보시고두렵게 여기심은 사람의 본성이요,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자 하는 것은 현명한 마음입니다. 마땅히 점을 치고 신의 뜻을 물어 옳은 방도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_ 혜성가 중 - P176

융천사의 말에 세 화랑은 고개를 숙이고 탁자 아래쪽의 어둠을 응시했다. 봉화를 보고서도 금강산 유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혜성을 보고 죽음을 두려워한 것,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감정들이 탁자 밑에 어둠처럼 뭉쳐 있었다. 융천사의 담담한 답을 듣고 그들은 수치심을 느꼈다.

_ 혜성가 중 - P176

날아오를 듯이 발차기를 하며 화랑과 낭주들의 사이에서 법단을 휘젓던 원효대사가 드디어 바가지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이 순간을 기다리던 수만 명의 관중들이 떠나갈 듯이 환호했다. 원효대사는 바가지를 쓰고 날름 몸을 뒤집더니 두 손으로 땅을 짚지 않고 머리로 버티며 다리를 가위처럼 엇갈려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_ 천관사 중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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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ㅣ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2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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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은 여하튼 여분을 싫어하는 글이다. 아니, 글이 아니라 그것은 도면에 가깝다.

_ 합숙 중 - P53

종종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며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냐고 묻는데, 기쁜지 어떤지는 둘째 치고 ‘끝‘이라는 글자를 써넣은 뒤에는 가슴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 같은 것이 휙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오랫동안 내 안에서 둥지를 틀고 나를 지배해온마귀가 맥없이 사라진 듯한, 안도감 같기도 하고 외로움 같기도 한감각이다.

_ 합숙 중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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