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미술 전문기자의 유럽 미술관 그랜드투어
김슬기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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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너무 거창한 감상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그만큼 나에게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어스』의 더글러스에게서 내가 배운 건 ‘인생도, 여행도, 사랑도 우리 뜻대로 순조로울 순 없다‘는 교훈이었다. 나도 이 단순한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번 배웠다. 예측불허의 사건이 이어졌던 여행, 미술관에 걸린 명작들 속 인생과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_ 프롤로그 중 - P11

초상화를 주로 그렸던 조플링은 자신을 드러낸 적이 드물었다.
미술사가들은 거울 안의 이젤을 통해 이 그림이 단순한 신데렐라의 그림이 아닌 자화상이 아닐지 추측한다. 마침내 주인공이 된여성 화가로는 루이스 조플링도 있었다.

_ 국립 초상화 미술관 중 - P27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로는 뭐가 있을까. 하일랜드의 광활한 자연과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거대한 붉은 사슴이나 소 같은 동물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위스키 이름에 단골로 등장하는 글렌glen이라는 단어는 스코틀랜드 언어인 게일어로 ‘계곡‘을 뜻한다.

_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 중 - P36

스코틀랜드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화파는 ‘글래스고 보이스Glasgow Boys‘다. 1880년대 초, 스코틀랜드 모더니즘 미술이 태동했다. 미술계가 역사화를 강조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 동시대 젊은 작가들은 실외로 뛰쳐나갔다. 시골 생활과 자연 환경을 기록하며 야외에서 작업했다. 이들은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사실주의, 미국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그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 P37

의자에 앉으니 경탄과 경외와 매혹의 표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반 고흐의 힘은 그림이나 미술에 관심이 전혀 없는 이들조차도 빠져들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물론 화려한 복장의 관광객도많았다. <해바라기>는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이 마치 난생처음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감동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0월의 런던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아쉬울 것이 분명하다.

_ 내셔널 갤러리 중 - P55

왜 두 그림에 이런 공통점이 있을까. 유다의 배신을 강조하기 위해 두 작가는 충성심의 상징인 개를 그린 것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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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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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사귀게 되면 만족감도 더 커진다. 갑자기 당신이 있는 곳에 완전히 신선하고 익숙하지 않은 삶이 나타난다. 발견되지 않은 과거와 아직 탐험해야 할 미래가 눈앞에 있다. 따라서 지금 이야기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것이 ‘새로운 새‘ 친구의 즐거움이다. 반면 ‘새로운 오랜‘ 친구를 실제로 사귈 수 있다면, 자족감과 사내들만의 편견에 젖어들기 십상일 게 분명하다. 감상에 푹 젖어 코르덴 바지를 입고 파이프를 씹으며 맺는 유대감 비슷한 것.

_ 이야기의 끝 중 - P144

"감정을 보여주는 것과 감정을 표현하는 건 달라." - P150

"노력은 한다. 그래, 내가 그냥 넘어가 주느라 노력하고 있지." - P152

"사랑에는 늘 키스하는 쪽과 뺨을 내미는 쪽이 있다" - P174

그리고 더 유명한 말. "사랑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게 역사적으로 꽤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와 소셜미디어로 꽉 찬 오늘날의 세상에서 사랑에 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사실 그래서 지금은 모두가 사랑이 자기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_ 이야기의 끝 중 - P175

더 심각한 것은, 마치 어떤 고대 희곡 속의 불운한 운명의 피조물들처럼, 자신들이그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거나 이해하지도 못한 채 자기 삶을 반복해야 하는 저주에 걸려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마지막 문장은, 인정하거니와, 어느 정신의학 저널에서 가져온 게 아니라 내가 쓴 거다. - P173

그의 비극은 사랑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의 비극은 사랑을 할 수는 없는데 그녀가 주고자 하는것이 사랑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 P182

사람들 말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기억이 자주 돌아온다. 동시에 중간에 낀 세월을 쥐는 힘이 약해진다. 아직 나한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노쇠가 자리를 잡으면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상상할 수는있다. 우리의 정신적 공간은 생생한 초기 장면들, 그다음에는 긴 공백, 그다음에는 반복되는 나날, 그리고 반복되는 혼란이 구름처럼 흐릿하게 지나가고 있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무가치한 현재가 점령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삶은, 다시 말해서, 중간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이야기로 축소될 것이다.

_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중 - P219

나는 병과 노쇠를 생각할 때 가끔 이 사건을 떠올린다. 그냥 우주가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당신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그러니까 씨발 어서 안으로 꺼져, 알았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나? - P240

대신 나는 어딘지 모르는 어느 나라의 어딘지 모르는 어느 소도시의 한 카페 실외석에 앉아 있는 작가와 독자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따뜻한 날씨고 우리 앞에는 시원한 음료가 있다. - P262

그러므로 내용에 대해서도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이 기나긴 작별의 글이 2022년부터 2025년에 걸쳐 아주 느리게 쓰였으며,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는 사실만 밝혀두고 싶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당신이 우리의 관계를 기쁘게 여겼기를 바란다. 나는 분명히 그랬다." 오랜 세월. 우리의 관계, 기쁨, 돌이켜 보니 오랜 세월, 우리의 관계... 그건 기쁨이 맞았다. 그 기쁨에 감사한다.

_ 김연가(소설가) 중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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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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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록하는 것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따라서 일종의 선별이 일어나고 있다-그리고/또는 나중에 글을 쓸 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따라서 또 한 종류의 선별이 발생한다-이다. 하지만 삶에 대한 이런 자세한 주석이 실제로 벌어진 일과 마찬가지라고 연역하는 것은 어리석을 터다. 나는 중요한 걸 간과하거나 잊는 일이 흔하다. 확실성으로 향해 서둘러 달려가다길을 잃고 하기 때문이다. - P48

그들은 억만장자이기 십상이어서, 우주여행이나 편집증적 환상에 빠져든다. 그들은 죽음의 덫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인간 수명을 연장하는 것, 노화 과정을 뒤집는 것, 호흡속도가 느려져서 훨씬, 훨씬 오래 살게 되는 어떤 행성으로인간을 보내는 것(그런 극단적 몽상가들이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겠지만)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행성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삶을 미래 세대들이 살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_ 관리 가능 중 - P107

하지만 그 말은 내 귀에 칭찬처럼 들렸다. 기차에서 나는그 말을 생각했다. 내가 살면서 기회주의자였나? 때로는 그랬고, 때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 말은 그게 아니었다. 그녀의 말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기회로 삼는 사람이라는 뜻. 하지만 그건 소설가가 다 그렇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적어도 자기 책에서는.

_ 이야기의 끝 중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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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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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자신이 지겹지 않은 사람들, 공개 석상에서 자기 살아온 이야기와 반복되는 일화들을 되풀이하며 즐거움을 맛보는 사람들은 대개이 행성에서 가장 지겨운 인간들이다. 이들 또한 남자들이다, 대체로 - P16

자기 삶에 잠시 머무는 손님이라니.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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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도 못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3
김중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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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살겠다고 갱생씩이나 하나,
믿지 않으니 다시 태어나지는 않을 테고
좀더 놀자, 발 질질 끌며

_ 금연 포기 중 - P27

지진 같은 치통과
이마에는 빗살 무늬,
살을 째는 각질을 달고 여기까지 왔는데

사막에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 없는 곳이 사막인 거라서

_ 바람의 묘미명 중 - P49

선명할수록 악이다
회색 또한 다양해서
내게 잿더미 같은 평화라도 주지 않더냐

_ 원년, 안전선 중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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