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 김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4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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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야 어디로 갔건 간에 죽은 자는 죽어서 그 자신의 전쟁을 끝낸 것처럼 보였다. 이 끝없는 전쟁은 결국은 무의미한 장난이며, 이 세계도 마침내 무의미한 곳인가. 내 몸의 깊은 곳에서,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뼛속의 심연에서, 징징징, 칼이 울어대는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 나는 등판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캄캄한 바다는 인광으로 뒤채었다.

_ 칼의 울음 중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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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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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외로우면 자기를 나눠요. 외롭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은 자기를 확인하는 굉장히 안온한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고독도 있습니다. 버려짐의 고독이에요. 우리는 무엇에 의해서 버려지기 마련입니다. 다들 실연의 아픔이 있잖아요? 실연을 당하면 왜 이렇게 아플까요. 근본적으로 보면 버려짐이기 때문입니다. 이 버려짐은 다름 아닌 집 없음이에요. 갈 곳 없음이에요. 저는 실연을 한다음에 밖에 나가면 갈 데가 없었어요. 어딜 가야지 내가 안심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갈 곳 없음이라는 말아세요? ‘당신이 떠나간 이후에 나는 어디에도 갈 수 없네‘라는 유행가도 있잖아요. - P354

인테리어를 마주 보면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잘 훈련되어서 절망을 이기는 법도 알죠. ‘이딴 절망하느니 더 열심히살자. 아무 생각 말고 잠이나 자자‘ 다음 날 나가서 터 일심히 일하고 또 물건을 사 와서 채울 겁니다. 즉, 내부 공간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쉴 곳이 없어요. 쉴 곳이 없으면 자기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자기를 만날 수 없으면 타자에 대한 꿈도 안 생겨요.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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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 김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4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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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군사들이 술 취해서 먹은 것을 토하면 주린 백성들이 달려들어 머리를 틀어박고 빨아먹었다. 힘이 없는 자는 달려들지 못하고 뒷전에서 울었다(「난중잡록」). - P356

이순신의 죽음은 전투가 끝난 뒤에 알려졌다. 통곡이 바다를 덮썼다. 이날 전쟁은 끝났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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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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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삼 년 동안 린과 나는 누가 더 싼, 그러면서도 마실 만한브랜드의 와인을 구해오느냐 하는 별것 아닌 시합을 벌이고 있다. 병에 든 와인 말고 저렴한 박스 와인이 우리의 주종이고. 그런 것을 구하는 게 여의치 않으면 싼 미국 와인을 선택한다. 상표에 가짜 현대미술 작품이나 갈퀴를 든 포도주 상인이 그려진 것들로. 이따금은 보르도산이나 피노누아에 서슴없이 큰돈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누구나 딱 보면 아는 지역이나 연도가 없는 와인을 고집한다. 그저 단순히 ‘레드‘ ‘화이트‘ 아니면 한번씩 ‘핑크’ 와인이라 불리는 것들. - P199

"몰라." 그녀는 말한다. "아마 그랬겠지. 아버지는 특별히 그일을 어머니에게 숨기려고 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특별히 그 일에 대해 아버지하고 대면하려 들지 않았어. 나는 그것 때문에 어머니를 미워했었어. 아버지하고 대면하려 들지 않는 어머니 태도 때문에." - P201

"결혼을 깨는 것은 두 사람이야, 허니. 나는 그 두 사람 중 하나였고." - P208

이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내게 허락하는 동안 그녀를 곁에 안고, 그 곳에 린과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둘은 다만 멀리서 지켜본다. 호세의 입술을, 갑작스레 치몰리는그의 이맛살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를 말하여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한 소년을. - P215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기쁨처럼 보였다. 그 불빛, 자동차,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집으로돌아오고 있음을 안다는 그것은.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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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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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나의 고독이죠. 소외입니다. 내가 관계로부터 배척당해요. 그래서 외로움이 생기죠. 현대인의 고독이 생겨나요. 우리가 다음에 고독에 대해 얘기할 텐데요, 고독에는 두 양태가 있어요. 하나는 혼자 있음이고, 또 하나는 버려짐이에요. 혼자 있음은 우리에게 안온함을 가져다줘요. 우리는 때때로 혼자 있고 싶잖아요? 그런데 강제된 고독이 있습니다. 즉, 버려진 고독. 이건 견딜 수가 없어요. 악몽 같은 일이에요. 이게 현대인의 고독 아니에요? 배척당해서 강요된거예요.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테크놀로지의 문제와 만난다는 거죠.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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