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연필 - 시인의 사물감성사전 시인의 감성사전
권혁웅 지음, 변웅필 그림 / 난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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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가 망자들의 아파트라면 선산은 망자들의 집성촌이죠. 어느 쪽이나 죽음이 우리에게 빌려주는 영구임대주택이에요. (p.394)

2004년 스리랑카를 덮친 쓰나미. 20분 만에 4만 명을죽이고 해안선 4분의 3을 날려버렸다. 폐허를 사들인 건개발업자들, 그 자리에 민간 공항, 민자 고속도로, 관광단지를 지었다. 개발계획을 반대한 원주민들을 쓰나미가 몰아낸 셈이다. 인형술사의 이름은 자본, 인형의 이름은 쓰나미, 자본이 자연을 부린 거다. (p.441) _ 잔인한 마니오네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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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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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오늘날 그 과정은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다면? 1년 이내에 런던에서는 연극이 공연될 것이다. 대통령이·암살당한다면? 책이나 영화, 영화화된 책, 책으로 옮겨진 영화가 나올 것이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소설가를 전장에 보낸다. 소름 끼치는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면? 시인들의 무거운 음보에 귀를 기울이라. 우리는 물론 이 재난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재난을 이해하려면 재난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상력이 만들어낸 예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최소한이라도 그것을, 이 재난을, 정당화하고 용서할 필요가 있다. 이 인간적인 발광, 이 미친 자연의 행위는 왜 발생했는가? 어쨌든 그로부터 예술이 나오기는 했다. 결국 재난의 쓸모는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p.33)

19세기 프랑스 미술은 크게 색色과 선線의 다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들라크루아가 학술원의 승인을 추구한 또 하나의 이유는, 언제나 미술이 고도로 정치화되어온 사회이니만큼 그가 회원이 되면 학술원이 그의 그림에 공식적인 지지를 보내주리라는것이었다. 19세기 초, 선은 다비드와 그의 유파를 통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다 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인상주의를 통해 색의 영향력이 득세했다. 그리고 그사이의 시기는 선을 옹호하는 무리와 색을 옹호하는 무리가 자웅을 겨루는 각축장이었다(청 코너에는 앵그르가, 홍 코너에는 들라크루아가 있었다). 물론 이 대립이 항상 고상했던 것은 아니다. 들라크루아가 루브르에 다녀간 뒤 앵그르는 비난하듯이 "유황 냄새가 나서 환기를 시켜야겠다며 창문을 연 적이 있다. 뒤 캉은 한 은행가가 예술의 정치적인 면에 무지한 나머지 멍청하게도 두 화가를 동시에 같은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앵그르는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결국 자제력을 잃었다. 그는 커피 잔을 든 채 벽난로 앞에 있는 자신의 라이벌에게 다가가 이렇게 단언했다. 들라크루아 씨! 드로잉은 정직을 의미합니다!! 드로잉은 명예를 의미합니다!" 들라크루아의 침착한 모습에 더욱 화가 치민 나머지 앵그르는 그만 자신의 셔츠와 조끼에 커피를 얹질러버리고, 이에 모자를 집어 들고는 문을 열고 나가려다 돌아서서 이렇게 반복했다. "아무렴! 드로잉은 명예예요! 정직함입니다!" (pz75) _ 들라크루아 중에서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가 낭만주의에 맞지 않는 기질을 지녔다면,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참된 낭만주의자의 병적인 자기중심주의를 지녔다.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다. (p.93) _ 쿠르베 중

쿠르베의 죽음에는 그의 삶과 예술이 그랬듯이 과하고 끔찍한 무언가가 있었으니, 잔인하게도 이는 그에게 잘 어울리는 듯하다. (p. 102) _ 쿠르베 중에서

마찬가지로 미술의 경우, 벽돌은 마네가 던지고 부당이득을 챙긴 쪽은 인상파 화가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 이득의 크기를 100년도 더 지난 오늘날 성대하게 열리고 있는 인상파 전시회로 측정해 보자면 확실히 그렇다. (p. 107) _ 마네 중에서

되찾을 수 없는 진실이 무엇이든,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의 검열이 끼친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계속해서 작용하며 후대의 이해를 가로막는다. 문제는 그림만 억압을 받은 것이 아니라, 마네가 이 그림을 보여주려 했던 당대의 사람들, 이 그림을 어떻게 보는 게 가장 좋을지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었을 그들의 반응도 억압당했다는 사실이다. 반응에 대한 자료가 부재하기에, 오늘의 관람객들에게 이 그림은 더욱 분명하지 않게 되었다. 보다시피, 검열은 언제나처럼 성공한 셈이다. (p.132) _ 마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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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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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엄숙함에 대한 나의 추론은 틀렸다.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p.18) _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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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연필 - 시인의 사물감성사전 시인의 감성사전
권혁웅 지음, 변웅필 그림 / 난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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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인간은 자신의 모든 걸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시간을 지배했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가운데 많은것을 지움으로써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었지요. 그러니 기억과 망각이야말로 인간을 대표하는 두 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지우개 매단 연필이 인간의 자화상이란 뜻이에요. (p.198) _ 생각하는 연필

심장은 왼쪽에 있다. 열정과 이상이 진보의 몫이란 뜻이다. 간은 오른쪽에 있다. 보수는 묵묵히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른바 수구꼴통들. 공동체 자체를 파괴하려드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들. (p.251) _ 해부학 교실에서 글자 공부하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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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연필 - 시인의 사물감성사전 시인의 감성사전
권혁웅 지음, 변웅필 그림 / 난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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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는 ‘본다 see - 봤다 saw‘ 에서 온 말입니다. 나와 함께 시소를 탄 그는 내 앞에 보이다가(있다가), 안 보이다가(없다가) 합니다. 존재와 부재를, 현재와 과거를 왕복하는 거죠. 시소를 타면서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겁니다. (p.95)

백만 년에 1~5번꼴로 남극과 북극은 서로 자리를 바꾸는데, 이를 지자기역전(Geomagnetic Reversal)이라고 부른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지도를 거꾸로 펴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제일 큰 시소가 바로 지구였다는거다. (p.106)

<놀이터의 철학>

미끄럼틀, 그네, 시소는 놀이터의 삼항조(tripod)이다. 미끄럼틀이 사선운동, 그네가 전후운동을 일러준다, 시소는 상하운동을 가르쳐준다. 미끄럼뜰에서 만나는 이가 악당이고 (그는 당신을 벼랑에서 밀어버린다), 그네에서 만나는 이는 보조자라면 (그는 당신이 날 수 있게 해준다), 시소에서 만나는 이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가 없으면 당신은 시소 놀이를 완성할 수 없다. 미끄럼틀은 진리를, 그네는 선함을, 시소는 아름다움을 가르쳐준다. 한번에 전락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는 진리를,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아는 선량함을, 비례와 균형이라는 미의식을 우리는 이 셋에서 배운다. 아,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이미 놀이터에서 배웠구나!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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