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설명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굳이 꼭 모든 걸 말해줘야 하는지, 어차피 한 번 이야기 섞고말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나를 위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나 역시 위로에 고마워하는 시늉을 하지 않는 편이 더 좋지 않을지.. 그래서 자주 거짓말을 했어, 아빠도, 지난 설에는여행을 간 척,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평범한 가정과 다를 게 없는하루인 척, 부동산과 주식이 삶의 가장 큰 고민인 척, 뱃살을 빼야 하는데 술 줄이는 게 제일 버거운 일인 척…… - P145
고민이 없다는 것은, 고민할 가능성조차 없다는 것은, 선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필연적인 목적성을 짓누르는 더 큰 욕망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