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야기 한국 근대 문학 기행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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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절대적인 곤경에 처했을 때 ‘타자‘, 즉 적이나 소수자 같은 약한 고리를 통해 그 어려움을 물리치거나 해소하려는 경향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할 것이다. 식민지조선에서도 1931년 말도 안 되는 오해에서 비롯한 평양의 화교 학살 폭동에서 그 끔찍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정도가 달랐다. 만행의 규모는 차치하고, 그 모든 일이 의도적이었고 조직적으로 일어났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_ 관동대지진과 불령선인들 중 - P205

1923년 일본 사회에 작동하던 초국가주의적 시스템, 그것밖에 더는 책임질 데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시스템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시스템에게 죄를 물어 감옥에 가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 P208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동경 유학생들이 등장하는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지친절하고도 자세하게 적은 작품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허다한 근대 소설에서 동경 유학생들이 도쿄에서 그저 연애만 한양 그려지고 있다고 해도 크게 무리한 지적은 아닐 것이다.

_도쿄는 공상의 낙원 중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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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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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라는 말이 거짓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대로라고 말하는것은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의 당신이 존재한다고, 그 사실이 내 눈에 보인다고 서로에게 일러주는 일에 가까웠다.

_ 몫 중 - P51

희영이 가진 장점들의 상당수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몇 가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타인의 상처에 대해 깊이 공감했고, 상처의 조건에 대한 직관을 지니고 있었다. 글쓰기에서는 빛날 수 있으나 삶에서는 쓸모없고 도리어 해가 되는 재능이었다. - P59

그러나 당신 또한 집회의 참가자였다. 비록 집회의 중심이 아니라 맨마지막 줄, 가장자리에 서 있었더라도. - P69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랬다는 거야.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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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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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핵심 임무는 돈의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고 그 가격은 그러한 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단기 자금을 빌릴 때 지불하는 단기 금리로 표현된다.

_ 보이지 암ㅎ는 구제 금융 중 - P332

여기에서 통렬한 아이러니는 연준이 수십 년 동안 단기 금리를 관리하는 주요 수단으로 레포시장을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뉴욕 연은의 트레이더들은 거의 날마다 레포 계약을 사거나 팔아서 은행 시스템에 정확한 양의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매우 미세하게 관리 가능한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거래가 바로 FOMC 이름에 들어있는 ‘공개시장‘ 운영이었다. 트레이더들이 공개시장으로 가서 레포대출을 사고팔아 화폐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다(연준은 미국채 거래를통한 공개시장운영 외에도 레포와 역레포 거래로 공개시장운영을 하며, 후자를 ‘일시적 temporary‘ 공개시장운영이라고 부른다). - P339

9월 17일에 연준은 레포시장에 개입해 절박하게 레포시장에서 돈을 빌리려 하는 모든 헤지펀드를 구제했다. 그날 레포 대출 금리는 9%였는데 연준은 즉시 돈을 찍어서 2.1%에 대출해주었다. - P348

엄청난 일이 평범한 일이 되었고 왜곡이 정상이 되었다. 대대적인 금융 구제가 일상적인 유지 보수 작업이 되었다. - P354

. "어느 경우든 우리는 우리 정책으로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대규모이고 격동적인 종류의 시장 사건에 대해 우리가 그것을 조절하거나 관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줄여야 합니다."

_ 감염 중 - P371

연준이 개입할 때마다 미래에도 개입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강화되었다. - P378

"근본적으로 이제 대출 위험은 사회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우리 경제가 기능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꾸었습니다." 연준 자문이며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책임자인 스콧 미너드가 말했다. "연준은 신중한 투자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힌 셈입니다." - P382

늘 그랬듯이 자산 인플레는 언론에서 ‘호황‘이라고 묘사되었다.
그리고 이번의 호황은 너무나 강력해서 초현실적일 정도였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수백만 명이 퇴거 위험에 처하고 식당들은문을 닫고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와중에 부채 시장과 주식시장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 P391

노동자의 가치는 줄었는데 다른 상품들의 가치는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연준이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


_ 긴 붕괴 중 - P402

이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2021년의 미국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장기적 사고가 꼭 필요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봄의융 붕괴는 연준이 어마어마하게 돈을 푼 덕에 아주 빠르게 진압되어서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지만, 무시무시한 결과를 남겼다. - P412

미국이 경제 문제의 해결을 연준에 의존했을 때, 이는 근본적으로 오류가 있는 수단에 문제 해결을 의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준의 돈은 승자와패자 사이의 거리를 더 넓혔고 더 큰 불안정성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취약해진 금융 시스템에 팬데믹의 타격이 닥쳤고 연준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더 많은 돈을 새로 찍어내 이전의 왜곡을 증폭했다.

2008년의 긴 붕괴는 2020년의 긴 붕괴로 진화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아직 다 치러지지 않았다.

_ 긴붕괴 중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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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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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희에게는 그거면 되었다. 그의 성욕은 속물적이지않았다. 그의 성욕에는 그 어떤 의도도 없었다. 그저 성욕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게 상희에게는 제일 중요했다. 상희에게는 그의성욕이 자신을 둘러싼 속물적인 삶의 피난처였던 셈이다.

_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중 - P246

다 깊이 사랑할 수도,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이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그는 순전히 살아남기 위해서 위악을 선택했다. - P251

사랑은 수없이 많으나, 증오는 하나일 뿐이었으므로. 그는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통해 그들이 캠프에 있는 죄수들을 모두 죽이고야 말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다.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통해 그는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 P262

‘역사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더 매력적인 것은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라고, 옥중의 네루는 어린 딸 인디라에게 썼다. 네루는 또한 ‘사상의 종점은 행동이다‘ 라고도 썼다.

_ 뒷산에서 놀러 내려왔던 원숭이 바쿠도 중 - P298

하지만 말입니다. 폭력이란 양심의 문제도, 신념의 문제도 아니니까요. 폭력은 결국 체제의 문제인데, 스리랑카의 현체제하에서는 타밀족이든 싱할리족이든 폭력에 무한정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 P299

198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다른 감정들, 예를 들어 증오심이나 복수심, 혹은 공명심 등을 사랑으로 오인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므로 이 아무런 의지도 지니지 못하는, 폭력적 시대의 도구에 불과한 인간을 향해 우리가 지니는 연민의 감정은 절대로 사랑이랄 수 없었다. 그건 증오심과 복수심에 딸려나오는 여분의 감정일 뿐이었다. 아무리 베르크 씨가 증오는 하나이고 사랑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고 해도 이 사람만은 달랐다.

_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중 - P315

히로뽕은 필로폰(Philopon), 즉 ‘일을 사랑한다‘ 라는 희랍어에서 유래한 상표명을 붙이고 대일본제약이 1940년부터 시판한 각성제로, 약물로서의 이름은 메스암페타민이다. - P323

광주항쟁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광주항쟁은 남한에 있는 모든 젊은이들을 우연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_ 그러면 존재하는 현실은 무너지리라 중 - P346

그 전복의 효과는 대단했다. 망각과, 그리고 찾아온 고통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부인했다. 그에게 현실은 뒤집어져 있었다. - P357

그때부터 나는 당혹스러운 일 앞에서 당혹스러워하지 않는 자들을 불신하게 됐다. - P362

그리움의 본질은 온기의 결여였다.
_ 커다랗고 하햫고 넓른 침대로 중 - P368

그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었다. 우리가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된다면 모든 사람들은 우리를 잊겠지만, 아마도 감포의 물회와 생일의 유도후와 토요일 오후의 된장찌개는 여전히 우리를 기억할 것이었다. - P381

그렇다. 학설이 옳다면, 우리는 가끔씩 우리 자신의 바깥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강시우가 내게 건네주고 간 사진에서 우리가 여전히 볼 수 있는 바와같이.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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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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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미있는 사람도, 웃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나는 비정규직 은행원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어린 여자애였으며, 누군가에게는 일을 처리해줄 기계였고, 누군가에게는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감정도 생각도, 느낌도, 자기만의 엄어도 없는, 반격할 힘도 없는 인형이었으니까.

_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 - P15

그는 온통 붉어진 얼굴로 내게 사과했다. 당황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가 내 말을 끊었을 때, 그리고 내 발언을 평가절하했을 때 약간 무안했을 뿐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 말을 끊고, 내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상황이 내게는 익숙했다.

_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 - P24

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 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뿜이라고.

_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 - P31

기억하는 일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자신의 영혼을 증명하는 행동이라는 말을. - P33

나는 그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인지 종종 상상해보곤 했다.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희원씨가 세상 탓하면서 해소되지도 않을 억울함 느끼는 것 바라지 않아.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희원씨가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 그냥 무시해버렸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상처의 원인을 헤집으면서 스스로를 더 괴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_ 아주 화려한 빛으로도 중 - P41

나의 숨은 흰 수증기가 되어 공중에서 흩어졌다. 나는그때 내가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겨울은 사람의 숨이 눈으로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니까. 언젠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며 긴 숨을 내쉬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보일 것처럼 떠올랐다.

_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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