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객잔 - 김명리 산문집
김명리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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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던 차에 수사해당 붉은 꽃잎 모아 옛 수첩들을 태운다. 늙고 죽고 슬퍼하고 고통에 시달리고 절망에 빠지는 존재인 인간은 아름다운 것과 친교를 맺음으로써 해방될 수 있다"는 구절, 언젠가 책을 읽다가 적바림해놓은, 부서가 제자 아난에게 말했다는 구절에 새삼 가슴이 먹먹해진다. _ 옛 수첩을 태우며 - P109

‘더 가지 마, 인간이 알면 안 되는 부분이 있어‘라며 뭇 행인들이 옷소매를 거칠게 붙잡아 끌지만, 모든 위대한 작가는 매 번의 작품-그 물거품 속에서 죽고, 매 번의 작품 - 그 물거품 속에서 기어코 다시 소생하는것이다. 그러니 슬픔이여, 이 절명絶命의 아름다움을 또한 어찌할 것인가! _ 그림에 관한 짧은 노트 중 - P112

자못 태평스러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밑바닥을 두드려보면 어쩐지 슬픈 소리가 나는 때문일까. 멋드러진 풍자와 조소, 인성의 그로테스크함을그랄하게 고발하고 비웃는 고양이의 음성에도 적잖은 물기가 스며 있고 그 물기 속에는 얼마간의 나른한 꿈꾸는 듯한 졸음이 배어 있기까지 하다. _ 유머러스한 슬픔 속의 풍자 중 - P115

집 근처 산책길에서 만났던 빈집.
무너진 담벼락, 폐허를 타고 오르는 홍황의 단풍 빛이 사람의 비애조차 궁륭으로 만드는 듯했으니 잡풀 무성한 빈집의 마당에 누군들 햇곡식을 말리고 싶지 않았으랴.
더 깊이 들어가 되돌아 나올 수 없는 폐허면 어떤가. 낮고도 잠잠해, 귀기울이면 해금소리 한 자락 울려 퍼지는 왁자한 폐허.
_ 저 단풍 빛 - P142

어느 절의 행자가 절 마당을 깨끗이 쓸어놓으니 그 절집 스님 놀라 달려와 쓸어서 한쪽으로 몰아놓은 낙엽이며 검불이며 마른 꽃잎들을 무겁도록 안아다 깨끗한 빈 마당에 도로 흩뿌려 놓았다 한다. 가을 마당은 그렇게나 깨끗이 쓸어내는 게 아니라는 말씀. _ 가을 마당에 앉다 중 - P143

꽃이 아름답고 나무가 귀한 것은 내장이 없는 탓이다. _ 가을 대방출 중 - P144

"하루의 저녁도 슬퍼할 만한데, 일 년의 저녁을" 아니, 사람의 저녁을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_ 사람의 저녁 중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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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객잔 - 김명리 산문집
김명리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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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 속 계수나무까지 날아올라 한 줌 잎 푸른 식물을이 땅으로 가져오고 싶어 하는 시인의 노래에 더 오래 귀 기울이고 싶다. _ 달 속 계수나무 꺾으러 가세 중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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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리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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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다스리는 지혜에 있어서는 에스키모를 따라갈 사람들이 없대. 그 사람들 있지, 화가 나면 눈앞의 풍경을 향해 끝도 없이 성큼성큼 걷는다는 거야. 그것도 직선으로만! 그러면 자기 몸에 분노를 일으켰던 그 모든 감정들이 죄다 몸 밖으로 빠져나간대." _ 산골 민박집 방에 엎드려 중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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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객잔 - 김명리 산문집
김명리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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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절기를 애타는 마음으로 손꼽는 것만으로도 어디론가부터 보이지 않는 힘이 생겨나는 것 같다. 끝 간 데 없이 늘어진 마음을 추스르게 만드는 힘이 생겨나는 것 같다. _ 절기의 힘 중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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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객잔 - 김명리 산문집
김명리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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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관집婆羅館集』을 펼쳐 "산이 고요하면 낮도 밤 같고, 산이 담박하면 봄도 가을 같고, 산이 텅 비었으면 따뜻해도 추운 것 같고, 산이 깊숙하면 맑아도 비 내리는 것 같다" 라는 시문詩文 구절을 몇 번이고 읊조리며 부산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_ 종이야기 중 - P29

천지만물에 새움 트고 못 생물들의 푸르디푸를 성낭이 한사코 부풀기 시작하는 이맘때, 이르면 오늘내일 푸른 눈, 몽고반점을 두른 아기의울음소리가 귓전에 까마득히 들려올 듯한데......휴우, 이 계절의 가장 가냘픈 어린 꽃망울에 기도하듯 사람의 한숨이 스미면 회환 가득할 지난 겨울의 상처 언저리에도 치유의 노래, 신생의 노래 서럽도록 쟁쟁히 울려 퍼지지 않을 것인지.
_ 사샤의 집에는 봄이 왔는가? - P32

하천이 강을 발견해 물이 흐르기 시작했지. 봐, 물 위의 새들을! 벌써 사라졌잖아. _ 봐, 물 위의 새들을!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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