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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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은 한때나 사이의 시간을 뜻하면서 또한 나무나물, 살갗의 무늬를 일컫기도 한다. 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라 어떤 단어와 함께했을 때 모호하고 상대적인 세계를 펼쳐 보이고, 후자는 선명하게 보일 뿐아니라 만질 수도 있어서 단어에 몸의 감각을 부여한다. 그래서 ‘결‘은 어느 쪽의 의미로든 ‘꿈‘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꿈은 실재하지 않지만 실감이 있고, 꿈을 꾼다는 것은 정신과 밀접하지만 결국 몸의 일이기도 하다. - P115

"눔에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옮기는 것." 바로 저녁이 하는 일, 저녁에 벌어지는 일이다.

_ 저녁이 왔을 뿐 중 - P124

삶의 마디마다 기꺼이 가라앉거나 떠오르는 선택이 필요하다면, 여기에서 방점은 ‘기꺼이‘라는 말 위에찍혀야 할 것이다. 기꺼이 떨어지고 기꺼이 태어날 것. 무게에 지지 않은 채 깊이를 획득하는 일은 그렇게 해서 가능해지지 않을까.

_ 회색의 힘 중 - P137

진실을 모두 말해 하지만 삐딱하게 말해
(......)
진실은 차츰 눈부셔야 해
안 그러면 다들 눈이 멀지도‘

_ 진실은 차츰 눈부셔야 해 중 - P143

산책자는 걸을 때만큼은 자신의 ‘몸‘보다 ‘몸이 아닌 것‘에 시선을 둔다. 지난밤의 꿈을 생각하고, 함께나눈 이야기를 혼자 복기하고, 궁금해하다가 미뤄둔 질문을 다시 꺼내보고, 까맣게 잊었던 얼굴을 문득 보고싶어 하다가, 방금 스쳐 지나간 사람의 모자와 나무를타는 다람쥐까지 일별한다. 그의 사유는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파도 같다.

_ 언덕 서너 개 구름 한 점 중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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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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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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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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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선 죽음이요이 세계의 슬픔이다.
이 모든 것들이 죽기에,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온 우주보다 조금 더 크다.

_ 온 우주보다 더 큰 중 - P12

내일은 눈이 녹을 것이다. 눈은 올 때는 소리가 없지만, 갈 때는 물소리를 얻는다.
그 소리에 나는 울음을 조금 보태지도 모르겠다.
괜찮다. 내 마음은 온 우주보다 더 크고, 거기에는 울음의 자리도 넉넉하다.

_ 온 우주보다 더 큰 중 - P14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대면하려는 삶에서도 내밀한 상상을 간직하는 일은 필요하다. 상상은 도망이 아니라, 믿음을 넓히는 일이다.

_ 추운 계절의 시작을 믿어보자 중 - P18

내가 당신이라는 목적지만을 찍어 단숨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소한 고단함과 아름다움을 거쳐 그것들의 총합이 당신을 만나게 하는 것. 그 내력을 가져보고 싶게 한다.

_ 산책이 시가 될 때 중 - P24

시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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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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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버지는 본인이 잘못한 상황일 때 상대에게 과한 선물을 줘서 그 순간 상대를 피해자가 아닌 부채자로 만들었다. 채운만 해도 아버지에게 받은 비싼 축구화며 유니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 P112

미술은 자기 정화 효과가 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제를 설명해주지만 쉽게 고통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 P119

숙소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부지불식간에 비명을 지르는 그런 현실로. 진짜 세계로, - P126

소리는 궁금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재능은 얼마만큼인지. 그 힘은 언제까지 필요하고 어떻게 이어지는지. 손에 이상을 느낀 뒤로 소리는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더 잃어갔다. 그림이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아닌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수단이 되다보니 그랬다. - P130

어쩌면 누군가 그걸 원해서, 산산조각난 유릿조각 앞에서자신이 통곡하는 모습을 그토록 생생히 그릴 정도로 바라서, 간절히 꿈꿔서, 자기가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 P140

자기 생애 첫 정장이 상복인 것도, 아름다운 꽃 속에 파묻힌 아버지 사진을 보는 것도 그랬다. - P151

아버지를 찌른 사람은 난데 사람들이 나를 위로합니다.
나는 무릎 꿇고 고개 숙여 그들에게 절합니다.
이곳은 내가 벌받는 자리입니다.
위로가 벌이 됩니다. - P163

그즈음 나는 집에서 늘 긴장했는데 그 사람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 어느 땐 옆에 있으면 한없이 잠이 쏟아졌지. 며칠이고함께 긴 잠을 자고 싶을 만큼. - P179

어제 강당에서 상담 교육을 받는데, 여기 봉사활동을 온정신의학과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더라.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같았어.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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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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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교실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동시에 와아아 웃었다. 그래서 소리도 따라 웃었다. 그러다 딱 한 명 웃지 않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바로 그 전입생이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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