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렘은 겟세마네의 예수 앞에 꿇어앉았다. 빌렘은 조선에 부임한 이래 이 작은 반도 안에서 벌어진 죽음과 죽임을 생각했다. 교회 밖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닌지를 빌렘은 하느님께 물었다. 하느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였으므로 이토의사람들은 또 안중근을 죽일 테지만, 안중근이 사형을 당하기 전까지 아직은 며칠이 남아 있을 것이었다. 빌렘은 안중근의 생명이 살아 있는 그 며칠을 생각했다. - P248
황사영은 국가를 제거하려다가 죽임을 당했고 안중근은 국가를 회복하려고 남을 죽이고 저도 죽게 되었는데, 뮈텔은 이 젊은이들의 운명을 가로막고 있는 ‘국가‘를 가엾이 여겼다. - P251
이 세상의 배운 자들이 구사하는 지배적 언어는 헛되고 또 헛되었지만 말쑥한 논리를 갖추어서 세상의 질서를 이루고 있었다. - P254
놀라움은 친밀감이라기보다는 슬픔에 가까웠다. 이목구비가 닮았을 뿐 아니라, 어디라고 말할 수 없는 그늘까지도 닮아 있었다. 이것이 혈육이구나……… 끝날 날이 가까워지니까 안 보이던 것이 더러보였다. - P256
이토를 쏠 때, 이토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조준했습니다. 쓰러뜨리고 나서, 신부님께 세례 받던 날의 빛과 평화가 떠올랐습니다. - P273
빌렘은 ‘나의 시체를 하얼빈에 묻으라‘는 안중근의 유언을 신자들에게 전했다. 안중근의 시체는 하얼빈으로 가지 못하고 여순감옥의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빌렘은 전했다. 빌렘은 신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망자에게 평안을 주소서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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