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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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일본을 알고 있는가?>

일단 책이 출간된 시점에 읽지 않으면 1년을 홀쩍 지나버린다. 이 책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주변에서 추천함에도 계속 뒤로 밀린 이유가 하나가 300페이지 미만의 책두께와도 관련이 있다. 무거우니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 어려운 환경도 솔직히 무시할 수 없다.

이제까지 일본을 한번 다녀왔다. 물론 여행으로, 18년 유니벌스튜디오를 가자는 딸래미의 성화에 못이겨 2박3일 오사카를 다녀왔는데, 막연하게 연상되었던 일본과 실제 본 일본의 차이는 무엇때문이었는지...1) 기차(전철)에서 본 일본 학생들은 그 당시 대부분 아이폰을 사용했으며, 2) 기차의 전산화정도는 어린시절 기차표를 연상한 아날로그 방식에 놀랐으며, 3) 오사카 구도심의 치안은 한국보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4)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현지 주민이용 식당에서 반갑게 제공하는 호의는 또 무엇인지, 5) 전철역앞에서 유인물을 나누어주는 우익같지 않은 백발의 노인들은 정체는 무엇인지...이런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프롤로그, 추천사 그리고 목차를 읽으면서 일단 재미있을 듯하고 무언가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주는 책임을 직감했다. 그러니까 12쇄 인쇄본 책을 내가 보고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일본인도 아니지만, 몇년 기간동안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도 아닌...40년동안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본이란 나라를 정치, 경제, 역사, 문화 그리고 외교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이다. 내부인의 맥락과 외부인의 분석이 결합된 인류학적 연구방법이 통용한 책이다. 저자는 금융투자자와 현직 교수 생활은 체계적으로 일본사회를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서 일본이란 단어를 한국으로 대치하면 너무나 유사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저출산 노령화, 세대갈등, 지방 토호 건설의 존재 메카니즘, 관료의 문제, 정치의 후진성(?), 외교적 역량 부족 등은 한국이라해도 별무리가 없을 듯하다.

메이지유신의 이념(정신)세계에서 나타난 굴레가 일본은 동아시아가 아니라는 생각을 주입했고, 책임의 부재가 일본 정치 특징이 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한다. 일본의 경제력과 미국의 국방외교의 의존은 현재 어떤 질곡으로 나타나는지 보여준더.

일본사회와 우리 사회의 실크로율이 가장 높은 부분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존재이다. NHK를 비롯한 언론의 문제, 재무성(예산부서)에 대한 정치 통제 부재와 검찰권한의 남용등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책에서 일본 정치의 후진성을 보면, 한 사회의 성장에 있어 운은 계속될 수 없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벽돌까지는 아니에도 꽤 두껍고 의미있는 책을 읽은 즐거움을 연말에 만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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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커버 특별판, 양장)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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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우주적 정의의 감각 같은 건 그 까칠하고 무의미한 조직 속 어디에도 새겨져 있지 않을 만큼 야멸차기 때문이다.

_ 데우스 엑스 마키나 중 - P235

어떤가. 그럴듯한가?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내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_ 데우스 엑스 마키나 중 - P242

그 센 적수는 바로 직관이다. 그는 사람들이 결코 편안함을 진실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_ 데우스 엑스 마키나 중 - P244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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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커버 특별판, 양장)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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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는 그보다 훨씬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예전에자기 학생들에게 제안했던 "박멸"을 실현할 방법. 그것은 바로 "부적합해 보이는 사람들의 생식기를 그냥 잘라내는 것으로, 데이비드는 청중들에게 "백치들은 모두 자기 핏줄의 마지막 세대가 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_ 진정한 공포의 공간 중 - P184

무엇보다 이견의 핵심은 《종의 기원》에 있었다. 어째선지 데이비드와 프랜시스 골턴은 둘 다 그 결정적인 사실을 흘려버렸다.
한 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기온 급변, 경쟁자, 약탈자, 해충의침략 등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_ 진정한 공포의 공간 중 - P187

"적합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서는 불쾌하게"54 보일 수있는 특징들이 사실 좀 전체나 생태계에는 이로울 수도 있고, 혹은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린에게 경쟁자에 대한 우위를 갖춰준 것은 그 거추장스러운 목이었고, 바다표범이 심한 추위에도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움직이지 못할 만큼 무거워 보이는 체지방 덕분이었으며, 대다수가 생각도 할 수 없는 발명과 발견, 혁명을 이루게 한 열쇠는 확산적 사고를 하는 뇌일 것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외부 형질에만 영향을미칠 수 있지만, (・・・) 자연은 외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 자연은 모든 내부 기관과 모든 미세한 체질적 차이에, 생명의 전체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_ 진정한 공포의 공간 중 - P188

그런데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던 판결은 아직도 법전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다. 캐리 벅 소송의 대법원 판결은 이후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다. 우리가 도달한 가장 높은 발전 단계에서도,
만약 당신이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정부는 당신을집에서 끌어내 당신의 배를 칼로 긋고 당신의 혈통을 끊어버릴 권리를 지금도 갖고 있는 것이다.

_ 진정한 공포의 공간 중 - P195

그러다 마침내 나는 제비들이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페니키스 섬의 헛간에서 루이 아가시가 젊은 데이비드의 정신에 관념의 씨앗 하나를 심어놓는 순간에 다다랐다. 그것은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연의 사다리,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

_ 사다리 중 - P203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그토록 노력했던점이다. 사다리는 없다.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과학자의 입으로 외쳤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층들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이였고, 비범한 적응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건 작건, 깃털이있건 빛을 발하건, 혹이 있건 미끈하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그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_ 사다리 중 - P206

나는 애나의 배에 불거진 흉터에 대해 생각했다. 자기 몸을 내려다볼 때 대법원이 인정한 무가치함의 스탬프가 보이는 건 어떤느낌일지 궁금했다. 보랏빛 리본 같은 그 흉터가 사실은 하나의 선물로 의도된 것임을, 아마도 그들이 원한 방식이었을, 그 자리에서바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생을 끝까지 살도록 허용해주는 국가의 자비였음을 아는 건 어떤 느낌일까.
_ 민들레 중 - P221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_ 민들레 중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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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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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

개인적으로 2022년 비문학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파이넌셜 타임스 편집국장인 질리언 테트의 저서로, 인류학적 연구 방법으로 ‘맥락‘을 짚고 진실을 파악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제목때문에 다소 늦게 읽기 시작했지만, 유려한 글쓰기와 빨려들어가는 힘이 이 책의 장점이다. 언론이 조롱받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력 신문사 편집국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글 솜씨를 보여준다.

트럼프 말을 해석하는 지지자들의 모습은 내가 전혀보지 않는 전국노래자랑이나 트롯트쇼를 보는 사람들의 이해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대립에서 반대진영을 이해하는데 인사이트를 주었다. 요즘 만병통치약처럼 말하는 Ai 능력의 한계(˝왜˝를 설명하지 않는 그리고 인과관계의 부재)를 말한다.

이 책의 한 챕터인 <서구인의 이상한WEIRD 특성에 대한 이론>이다. 서양의(Western), 교육받은(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한(Rich), 민주주주 국가의(Democratic)로 전제로 이해하는 도구나 분석 틀이 가지는 가정의 문제점을 설득력있게 쓰여있다.

사실 사회적 침묵을 찾아내는 방법도 가정이나 전제 기반의 정량화된 모델이 아닌 인류학적 방법(전제없니 그 속으로 들어가 보고 듣는 방법)에서 출발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저자는 91년 구소련 타지할스탄에서의 마을 문화 연구로 시작하고 있다.

동네아저씨들 연말 책선물(3권)로 이 책을 선정했다. 총 5권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인류학적 연구방법은 작년 <대치동>이 눈길을 끌었다. 상괸관계가 아닌 인과관계의 중요성을 알려면 이런 류의 책을 봐야할 듯하다. 화려한 수식이나 압축된 전문용어의 한계를 알려면 인류학적 사고나 연구방법이 도움이 된다는 걸 이 책을 보여준다. 특히 내가 작가로서 좋아하는 언론인의 글빨 또한 훌륭하다. 10권까지 선물로서 채워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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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22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11월에 산 이후, 여태 제목만 보고 있다가 mailbird님 리뷰 읽으니 ‘사실 잘 했다...근데 읽어야 겠다‘ 자극 받습니다. 선물로 10권 채우시겠다니 진정 산타이십니다^^

mailbird 2022-12-22 18:45   좋아요 1 | URL
저도 책을 주문할 때, 여러권하는데 마지막으로 읽었습니다. 아마도 제목이 영향을 미친 듯ㅠㅠ 책을 다 읽고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한 권씩 나눠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하여튼, 재미있는 독서가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커버 특별판, 양장)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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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힘들어하는 어떤 사람을 붙잡고그 사람이 자신에 관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약간 더 긍정적인 이야기―그가 실제보다 조금 더 강한 사람, 실제보다 더 친절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이야기, 연인과의 이별에서 자신의 잘못이 겉보기만큼 그렇게 크지 않게 보이는 이야기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에 심오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_ 기만에 대하여 중 - P140

그렇다면 어떤 인지적 결함이 그릿을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될까? 바로 긍정적 착각이다. 다른 연구들도 마찬가지로 긍정적 착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좌절을 겪은 뒤에 낙담할 가능성이 적다는것을 보여주었다. 그릿이란 여러 특성들이 섞인 칵테일 같은 것이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좌절을 겪은 뒤에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능력, 또는 더크워스의 표현을 빌리면 "실패와 역경, 정체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노력과 흥미를 유지하는 것" 말이다.

_ 기만에 대ㅏ여 중 - P143

기만의 기이한 연금술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졌다. 작은 거짓말들이 동으로, 은으로, 금으로 변했다. 겸손을 유지하라는수천 년 이어져온 경고는 잊어라. 어쩌면 이것이 신이 없는 세계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속적으로 오만을 복용하는 것이야말로 실패할 운명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보여주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_ 기만에 대하여 중 - P146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공격적인 사람들은대개 자신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며, 이에 대한 증거는 민족주의적 제국주의, ‘지배자 민족‘ 이데올로기, 귀족들의 결투, 학교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아이들, 길거리 깡패들의 언어 구사 등에서 볼 수 있다."

_ 기만에 대하여 중 - P150

나는 스탠퍼드에서 보았던 그 오싹한 물고기, 데이비드 스타조던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붙인 유일한 바닷물고기를 다시 떠올렸다. 서로 반대쪽에 위치한 두 면이 돌돌 말리듯 어디서 만나는지도 모르게 하나로 합쳐지는 뫼비우스 띠 모양의 그 가시 박힌 용말이다. "모서리가 없는 조던" 그가 선택한 이 물고기에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는 걸까? 그의 매력 아래 도사린 어두운 면에 대한 인정일까?

_ 기만에 대하여 중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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