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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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SS는 고강도에 저중량 기준을 충족하는 합금으로, 망간, 실리콘, 알루미늄,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바나듐을 첨가해서 만든다.

_ 철 중 - P278

오늘날 대부분의 제강 공장에서 생산하는 ‘평범한‘ 강철은 불과 몇십 년 전에 생산된동급의 강철에 비해 훨씬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강철의 강도, 전기적 성능, 부식을 견디는 내식성은 50년 전보다 10배 이상 향상되었다.

_ 철 중 - P278

그러므로 저배경 강철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945년 핵실험전에 이미 존재했던 금속들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전에 침몰한 전함이 인기가 많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스코틀랜드 북부의 스캐파플로에서 침몰한 독일 함선들의 잔해에서 나온 강철 일부는 의료 장비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는 오래된 전함에서 금속을 훔쳐서 파는 도둑질이 성행하고 있다.

_ 철 중 - P281

호주는 세계 최대의 철광석 매장량과 생산량을 자랑한다. 매년 경쟁국인 브라질보다 두 배 이상, 중국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양을 채굴한다. 여기에는 절대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1990년대 이래로 베이징의 주요 전략 목표 중 하나가 세계 최고의 철광석 산업국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강 생산, 콘크리트, 플라스틱, 기계 조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십억 위안과 수십억 노동 시간을 들여 성과를 냈지만, 이 분야에서만은 예외였다. 전 세계 국가가 거래 가능한 상품 대부분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철광석만은 어쩔 수 없었다. 중국도 철광석만큼은 호주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지리적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철광석 매장량은 필바라에 대적하지 못한다.

철 중 - P289

철, 금, 우라늄, 구리, 리튬 같은 광물이 많이 매장된 곳 치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권리와 기억을 침해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주칸 동굴들의 파괴와 관련하여 가장 마음에 걸리는 점은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여기에 얽힌 공모자라는 사실이다. 호주산 값싼 철광석은 중국이 전 세계에 저렴한 상품을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이다. 호주산 철광석으로 강철을 생산하면, 중국이 그 강철로 공장을 세우고 기계를 만든다. 이 공장과 기계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배터리가 조립되고, 아이들의 장난감이 제작된다.

_ 철 중 - P299

사정이 이러하니 잠깐만 생각해봐도 선진국들이 강철 재활용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래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30~40년마다 낡은 건물과 기반 시설을 해체하여 고철을 얻은 뒤, 그것을 전기로에서 녹여서 액상 강철로 다시 만드는 식이다. 산업혁명을 낳은 용광로와베서머 전로의 시대는 ‘고철강scrap steel의 시대‘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이 엄청난 변화를 향해 우리는 이미 서서히 나아가는 중이다. 현재 추세에 따르면, 21세기 후반에는 철광석보다 재활용 고철에서 더 많은 강철을 얻을 것이다. 필바라의 심장박동은 점차 느려지고, 중국은 갑자기 너무 많은 용광로를 갖게 될 것이다.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독일과 미국에서 공장을 벽돌 하나까지 통째로 수입했던 것과 비슷하게앞으로는 아프리카로 제강 공장들이 옮겨질 것이다.

_ 철 중 - P300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인간이 강철을 만드는일에 매우 능숙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물질의 세계에서 반복되는 주제와 또 한 번 만나게 된다. 물질의 유용함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물리적 특성만이 아니라 그것을 매우 쉽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획득할수 있는지이기도 하다. 철이 이토록 흔해진 시점은 언제일까? 삼림을 벌채하는 대신 화석연료를 이용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그 결과 탄소시대가 열리긴 했지만 말이다. 강철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순간은 수천 년 전 처음 발견되었을 때가 아니다.

_ 철 중 - P303

전기를 생산하여 각 가정으로 보내는 물질, 이러한 혁명을 초래한 물질은 바로 구리였다.

_ 구리 중 - P313

강철이 세상의 뼈대를 세우고 콘크리트가 살을 붙인다면, 구리는 문명을 이루는 신경계라 할 수 있다.

_ 구리 중 - P313

실제로 구리 옆에서 자석을 통과시키면 전류를 유도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현대의 가장 중요한 힘이 생성되는 것이다.

_ 구리 중 - P314

현대 사회에서 가장 저평가된 경제적 사건을 이야기할 때 전기모터의 탄생을 빼놓을 수 없다. 전기모터는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공장에서 투박하고 비효율적인 증기 엔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전기모터가 들어왔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의 제조업 생산성이 1930년대에 두 배나 증가했고, 1960년대에는 또다시 두 배 증가했다. 전기가 현대 생활 전반에 미친 영향은더 어마어마하다. 전기모터는 광산에서 암석을 분쇄했고, 전차와 기차의 바퀴를 굴러가게 했으며,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서 마천루 시대를열고, 건물에 냉난방을 제공하였고, 이 세상 전역을 사람이 살 수 있는곳으로 만들었다. 사소한 혁신으로 보였던 것도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구리로 만든 모터와 회로를 장착한 휴대용 전동 공구들은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에 필적할 만한 혁명을 일으켰다.

_ 구리 중 - P316

우리는 여전히 1831년에마이클 패러데이가 사용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한다. 자석 주변에서 구리를 회전시켜서 운동을 전기로 변환하는 방식 말이다.

_ 구리 중 - P317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스완지의 시대는 현대 금융시장에 희미한 흔적을 남겼다. 많은 금속이 3개월 단위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이는 칠레에서 스완지까지 구리를 운반하는 데 걸린 기간에서 비롯한 관행이다.

_ 구리 중 - P321

그렇다면 발전소 부근에 위치하지 않은 저 많은 지역을 어떻게 한단말인가? 이 문제는 웨스팅하우스와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교류방식을 개발하면서 해결되었다. 에디슨의 전선에 흐르는 전류는 아래로 흐르는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만 흘렀지만, 웨스팅하우스와 테슬라의 전선에 흐르는 전류는 바다의 파도처럼 고동쳤다. 교류의 비범함은매우 얇은 전선을 따라서 고압 전류를 송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세계에서 구리가 고갈될 염려가 사라졌고, 더는 발전소가 거주지 근처에 위치할 필요가 없어졌다.

_ 구리 중 - P324

철광석은 구리에 비해 광물 함량이 매우 높다. 철광석의 철 함량은 60퍼센트인 데비해, 동광석의 구리 함량은 겨우 0.6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구리 1톤을 얻으려면 철 1톤을 얻을 때보다 훨씬 많은 흙을 파내야 한다. 구리를 채굴할 때는 다른 금속에 비해 흙을 훨씬 많이 퍼내야 하지만그 최종 결과물은 매우 적다."

_ 구리 중 - P332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1848년에 발표한 <공산당 선언》에 "토지의 생산성은 자본, 노동, 과학을 이용하면 무한히 증가할 수 있다"라고 썼다.

_ 구리 중 - P340

사이먼은 <사이언스>에 이렇게 썼다. "나쁜 소식을 실어야 책, 신문, 잡지가 팔립니다. 좋은 소식은 그 절반만큼도 흥미롭지 않습니다." 그는 에를리히의 《인구 폭탄>, 로마 클럽의 《성장의 한계>에서 제시한 주장들을 검토한 뒤 대부분이 거짓이라고 기술했다. 식량 생산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고 있었고, 기근은 점점 드문 일이 되어갔다.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천연자원이 고갈되기 직전이라면 이 모든 것의 가격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_ 구리 중 - P341

그렇다면 전 세계 구리 매장량이 30~40년 분량만 남았다는 말은 어떻게 된 것일까? 오해와 오독이 끊이지 않는 이 통계를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광산기업들이 말하는 매장량이란, 그들이 소유하거나채굴권을 보유한 광산에 남아 있는 매장량을 뜻한다. 그러므로 전 세계에 구리가 30~40년 분량만 남았다는 말은, 실제로 땅속에 구리가그 정도만 있다는 뜻이 아니라 광산기업들이 채굴 계획을 세운 시계가그 정도라는 소리다.

_ 구리 중 - P351

이렇게 해서 드디어 진짜 문제점과 마주한다. 구리가 부족할까 혹은구릿값이 너무 오를까 하는 염려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진짜 걱정해야 하는 점은 구리 생산국들에서 얼마나 참아줄까이다. 현재, 칠레와 페루(전 세계 구리 생산량 2위)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국가들은 구리 채굴에 따르는 환경 부담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채굴 한도를 두기 시작했다.

_ 구리 중 - P353

화산과 용암, 간헐천의 땅인 아이슬란드는 대서양 중앙해령의 얼마 안 되는 육지 지역이다. 이제 깊은 바닷속에 이런 곳이 더 많다고 상상해보자.

_ 구리 중 - P358

제라드 배런이 말하는 ‘최후의 대규모 채굴이 해저가 아니라 사막풍경을 망치는 폐석 더미에서 이루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토르타에서 폐석을 꺼내어 구리를 쥐어짠 뒤 풍력발전 터빈과 태양광 패널에 사용한다면? 남은 흙은 인공 계곡에 다시 쏟아 넣는다면? 이렇게되면 추키카마타의 건물들은 돌무덤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아타카마의 계곡에 더는 가짜 언덕이나 계곡이 산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거대한 구덩이를 다시 메우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결말 아닐까?

_ 구리 중 - P373

당시는 석유 탐사 초창기였고, 위성 사진이나 비중같은 정교한 도구가 도입되기 한참 전이었다. 탐험가들은 지진감지기를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버그는 세심한 관찰과 약간의 추리 능력만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_ 석유 중 - P380

다시 말해서, 연료와 화학물질의 원천인 석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석유 덕분에 우리 삶이 나아지는 동안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기도 했다.

_ 석유 중 - P381

흔히 있는 일이지만, 부의 추구는 지식의 추구를 앞선다. 오직 지질학자들만이 원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발견되는지에 관한 지식을 모았다. 몇 년 후, 텍사스주 제퍼슨 카운티에서 거대한 분유정噴油발견되었다. 분유정이 위치한 스핀들톱spindletop 언덕은 알고 보니 암염돔salt dome의 꼭대기에 있었는데, 암염돔은 돔 모양처럼 위쪽으로 볼록튀어나온 암염층이다.

_ 석유 중 - P383

석유의 역사의 최신 챕터를 이해하려면 그 열쇠가 되어 줄 지질학을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명심해야 할 점은, 원유가 형성되는 곳과 발견되는 곳은 보통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석탄과는 꽤 다른 양상이다. 땅을 파고 발파해서 석탄을 캐는 작업은 고대의 삼림을 파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유 매장지에 구멍을 뚫는 작업은 고대의 해저를 건드리는 행위가 아니다. 버그가 발견한 매장층은 1억 년전에 플랑크톤과 해조류가 자리 잡은 위치가 아니라 원유가 실제로 형성되는 곳은 해저에서 화석화된 근원암source rock이 아라비아 반도의대부분을 덮고 있는 대단한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층이었다.

_ 석유 중 - P386

하지만 정유공장에서는 마치 연금술 같은 변화가 벌어진다. 만약이 연금술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지금과는 무척 달랐을 것이다. 정유공장의 파이프 안에서 원유가 순수한 탄화수소로 바뀌는데, 바로 이탄화수소를 활용하여 자동차, 집, 옷장 안에 들어가는 화학물질, 플라스틱, 연료 등의 물질을 만든다. 이때 하나의 분자 세트로 들어간 액체는 전혀 다른 분자 세트가 되어 나오기도 한다. 말하자면, 원유1배럴을 가져다가 아무것도 넣지 않고 1.25배럴로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공정이다.

_ 석유 중 - P402

최종 제품은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된다. 자동차용 휘발유, 트럭·기차·기타 중량차용 경유,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제품, 등유 및 제트유, 왁스 및 윤활유, 도로의 표면을 덮는 아스팔트가 있다.

_ 석유 중 - P406

영국과 미국이 소금으로 초기 화학 산업을 구축했다면, 독일은 석탄과 연금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독일의 제약회사인 바이엘Bayer은독일산 석탄으로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 (아스피린)을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화학회사 바스프는 독일산 석탄으로 다양한 염료를 개발하여 돈방석에 올랐다. 독일산 석탄으로 탱크, 트럭, 비행기에 사용할 수 있는 휘발유를 개발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당연한 논리적 수순이었다.

_ 석유 중 - P409

이 이야기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접촉 분해 기술은 미국의 정유회사들이 옥탄가를 높이려는 목적에서 개발한 것으로, 혼합물에 납을 첨가하여 노킹을 줄이는 유해한 방식의 연장선에 있는 기술이었다.

_ 석유 중 - P416

그러나 아무리 미세한 양이더라도 인체에 안전한 납이란 없는 법이다. 납에 일단 노출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뇌, 뼈, 폐에 축적될 수 있다. 납을 흡입한 세대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IQ가 더 낮았다. 심지어, 유연 휘발유와 폭력적 행동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설득력있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_ 석유 중 - P418

이 제품들은 우리에게 옷과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청결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품목 대부분에 사용된다. 인류가 가장 최근에 만든 창조물 중 하나임에도 이제 이것들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해졌다. 이것들은 에너지 절약을 돕지만,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화석연료로 만들어졌다. 석유화학 제품들은 깨끗하지만 더럽고, 무척 흔하지만 보기 드문 모순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이 제품들에 대해서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_ 석유 중 - P424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 대부분은 따지고 보면 화석연료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식품 포장지, 요리책, 슈퍼마켓 선반 등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물질 세계에 대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도 이 사실을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마토가 우리 손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잠시 생각해보면 그 진정한 원천은 금방 분명해진다.

_ 석유 중 - P425

수천 가지 종류의 플라스틱이 있지만, 폴리에틸렌만큼 용도가 다양하고 유용한 플라스틱은 드물다.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은강철보다 더 단단하고, 저밀도 폴리에틸렌 LDPE은 밀랍만큼 부드럽다. 또한 폴리에틸렌은 놀라운 연성 덕분에 부러지기보다는 늘어나는 편이다. 물이 잘 스미지 않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물의 끓는점 이상에서 버티는 내열성이 있지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폴리에틸렌 몇 가닥을 엮으면 총알도 튕겨낼 정도로 튼튼해진다. 비전도성을 갖춘 완벽한 절연체이기도 하다.

_ 석유 중 - P431

저렴한 플라스틱 장난감, 구슬, 보석류, 자질구레한 장신구는 소비자의 욕구보다는 공급 과잉 덕분에 생겨난 물품들이다.

_ 석유 중 - P433

플라스틱 포장재 덕분에 더는 대량의 모래를 녹여서 유리를 만들거나 수많은 나무를 베어서 종이와 카드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폴리에틸렌으로 절연 처리를 하면서 말레이시아의 구타페르카 나무를 비롯한 다른 재료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 벨 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전화선을 폴리에틸렌이 아닌 납으로 계속 피복했다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납의 5분의 4를 사용해야 했으리라고 추정했다. 1

_ 석유 중 - P437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1배럴의 미세한 유분조차도 낭비하지 않으려 하는 무척 인색하고 단호한 석유 산업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제품과 수익으로 연결하겠다는 각오 끝에 나온 산물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그리고 플라스틱은 그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산업과 재료의 탄생을 도왔다. 우리는 매우 저렴하고 풍부해서 거의 가치가 없는 일회용품처럼 느껴지는 플라스틱에 매료되었다.

_ 석유 중 - P442

원유를 가지고 석유, 디젤, 기타 석유화학 제품을 정제하는 방법을발견한 순간 3차 에너지 대전환이 일어났다. 그리고 천연가스는 4차에너지 대전환을 상징한다. 석유는 대부분의 석탄 종류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고 내연기관용 연료로도 더 적합하지만, 연료를 동력으로 전환하는 데는 가스가 더 낫다. 오늘날 가스 터빈은 현존하는 에너지변환 장치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며, 가스를 가장 효율적이고 오염을 최소화하는 연료로 만들었다. 중국이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전부석탄에서 가스로 바꾸면 기후 목표를 금방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_ 석유 중 - P446

4차 에너지 전환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가스는 곧 석유나 석탄보다 최종 에너지를 더 많이 제공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천연가스에 의존하여 용광로를 가열해서 모래를 녹이고 유리를 만든다. 소금을 화학물질로 탈바꿈하는 일, 구리를 녹이고 제련하는 일 모두 천연가스에 의존한다. 오늘날 천연가스는 심지어 석탄과 함께 용광로에도 주입된다. 천연가스의 쓰임은 단지 비료, 석유화학제품, 토마토에 국한되지 않는다.

_ 석유 중 - P448

소금사막 자체는 염호鹽湖, salt lake이지만, 즉 광대하고 평평하면서도하얗게 펼쳐진 미국 유타주의 그레이트솔트호Great Salt Lake나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과 같이 우리가 생각하는 부류의 염호와는 많이 다르다. 살라르 데 아타카마는 하얀 소금사막과는 대조적으로 표면이 갈색인 데다 생선 비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색이 갈색인 이유는 아주 얇게 모래가 덮여 있기 때문이다. 인근 사막의 모래가바람에 날려 소금에 달라붙은 것이다. 비늘 모양은 소금 표면이 천천히 증식하면서 새로 생긴 소금 줄기가 하늘을 향해 손가락처럼 뻗어자라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소금사막은 하얗고 평평하다. 빗줄기로 인해 모래가 씻겨 내려가고 소금이 비늘 모양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비가 내리지 않으므로 소금 손가락과 딱딱한 표면이 천천히 계속 자란다.

_ 리튬 중 - P458

배터리가 모든 답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해주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연결고리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배터리 내부에는 많은 화학물질이 있지만, 가볍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리튬을 능가하는 건 없다. 과학 저술가 세스 플레처 SethFletcher가 언급한 것처럼 "우주는 우리에게 그보다 더 나은 걸 주지 않았다.

_ 리튬 중 - 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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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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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나면 소금은 무기로 탈바꿈한다. 미국 독립전쟁 시기에 영국군은 미국의 항구들을 봉쇄하고 대서양 연안의 소금공장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 남북전쟁 동안에 북부군은 남부로 가는 군함에 실린 식량과 소금을 가로챘다. 북부군은 제염소를 찾아 파괴했으며, 남부군이 탈환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도록 펌프를 망가트렸다. 그들도 남부군과 싸우면서 굶어 죽어가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_ 소금 중 - P166

그러나 소금은 사람들이 흔히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물질이다. 소금은 경제적 교역의 기반이고 권략의 수단인가 하면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_ 소금 중 - P173

소금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소금을 얻는 방법으로, 수천 년 전 볼비에서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활용했다. 두 번째 방법은 땅에서 암염halite을 캐내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암염 광산은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파키스탄의 케우라 소금 광산Khewra Salt Mines 이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케우라 소금을 만났다. 케우라 소금은 오늘날 히말라야 핑크솔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케우라 소금광산은 실제로 히말라야산맥 기슭에서 322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점에 있으므로, 이런 식으로 뻔뻔하게 이름을 붙여서 마케팅하는 것은 런던의 템스강에서 물을 떠다가 요크셔데일스 샘물이라며 판매하는 행위와 비슷하다.

_ 소금 중 - P177

소금을 만드는 세 번째 방법은 지하로부터 일종의 소금물을 추출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바닷물의 염도는 3퍼센트 정도인데, 이 소금물의염도는 무려 30퍼센트다. 일명 ‘용해채굴법solution mining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광부가 직접 들어가서 소금을 채굴하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않다(용해채광법이라고도 한다). 단지 굴착기나 다이너마이트 대신 원격호스를 사용하여 압축된 물을 퍼올린다는 점만 다를 뿐 여전히 같은 암염충을 채굴한다.

_ 소금 중 - P178

달리 말하자면, 채굴 과정은 과학인 동시에 예술의 영역이다.

_ 소금 중 - P180

곧 리버풀은 브리스톨과 함께 노예 무역의 주축 항구로 부상했다. 이 수치스러운 삼각 무역은 영국이 아프리카로 상품을 가져가고, 노예를 미국으로 데려가고, 담배와 설탕을 대금으로 받아서 영국으로 가져오는 식이었다. 리버풀 항구는 체셔-리버풀-랭커셔를 잇는 또 다른 삼각 무역의 무대이기도 했다. 랭커셔 탄광에서 나오는 석탄으로는 체셔의 소금공장을 가동했다. 소금을 가득 싣고 리버풀을 떠난 배들은 아일랜드, 로테르담, 발트해 국가들을 향해 떠났고 돌아오는 길에는 철, 목재, 삼, 아마 등을 싣고 왔다. 리버풀의 배들은 프러시아, 네덜란드, 캐나다, 러시아로 갔다. 온 세상이 체셔 소금, 일명 ‘리버풀 소금‘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_ 소금 중 - P182

그 많은 소금은 어디에 쓰일까? 감자칩에 뿌리는 소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 염화나트륨을 6대 물질로 부르는 이유는, 소금이 오늘날 화학 산업과 제약 산업의 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체셔의지하 광산에서 퍼올린 소금물 중 일부만이 식염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파이프를 타고 공장들로 운반되어 우리의 생존을 돕는 제품들로 변신한다.

_ 소금 중 - P185

클로르알칼리 공정의 과실 덕분에 우리는 깨끗한 식수와 청결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비누와 세정제는값비싼 사치품에서 대량생산품으로 전환되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굉장한 혁명이었는지 자칫하면 간과하기 쉽다. 지난 200년 동안 값싼 비누와 위생 제품의 보급은 그 어떤 혁신보다 우리의 기대 수명을 늘려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소금이 있다.

_ 소금 중 - P187

소금물을 퍼내는 장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체셔 마을 노스위치에 가면, 소금 디아스포라의 또 다른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한때 ICI가 운영했던 공장을 현재는 인도 회사 타타 케미컬 Tata Chemicals이 운영하고 있는데, 타타 케미컬은 브리티시 솔트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과거에 간디에게 비폭력 저항운동의 원인을 제공했던 체셔 소금이 현재는 인도 회사에 의해 생산된다니, ㅁ ㄹ질 바깥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아이러니이다.

_ 소금 중 - P189

화학혁명은 어쩌면 산업혁명에서 가장 간과되어 온 측면이 아닐까. 화학제품의 발달은 강철의 대량생산보다 우리 생활을 더 많이 바꾸어놓았다. 화학혁명은 더 많은 목숨을 구했고, 식수를 정화했으며, 주택을 청결하게 했고, 박테리아와 세균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세균이 왜 위험한지 그 본질을 제대로 깨닫기도 전에 말이다. 우리는 제철 산업과 증기 산업의 개척자들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니콜라 르블랑이나 에르네스트 솔베이 같은 초창기 화학공업의 거인들은 쉽게 잊는다. 제철과 광산업을 기리는 박물관은 많이 있지만 화학적 유산들은 대부분 하얗게 지워졌다.

_ 소금 중 - P191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에서 비상용 가스를 저장한 장소도 이와 비슷한 소금 동굴들이었다. 일종의 에너지 뱅크로 삼아서 비상용 가스를 저장해 두었다가 시베리아에서 가스 공급이끊길 경우 유럽 국가들이 겨울을 나기 위한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전략 비축유‘를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지하의 오래된 소금 동굴에 원유를 보관한다. 이러한 장소들은 새로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자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대기 중 온실가스를 지하에 집적하는 공간도 있다.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 수소 같은 친환경 연료들을 보관하는 장소도 있다. 세계의 화학 산업이 문자 그대로 암염 위에 세워진 것처럼, 내일의 친환경에너지 산업도 소금 매장층 주위로 집결할 것이다. 우리는 이만큼이나 소금을 믿는다.

_ 소금 중 - P197

FCAB는 매우 특별한 철도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이 철도 부설한 목적부터 알아보자. FCAB는 사막에서 나오는 특별한 화물을 항구까지 수송하기 위해서 부설되었다. 그 화물은 소금의 일종인 질산칼륨saltpetre (초석)인데, 두 가지 의미에서 폭발적이었다. 질산칼륨을 뿌리면 식물이 건강하고 빠르게 자란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전쟁의 승리를 결정 지은 화약 fire drug의 핵심 성분이 바로 질산칼륨이라는 사실이다.

_ 소금 중 - P202

19세기 중반, 미국과 유럽은 이 모든 것을 뿌리째 뒤흔드는 페루 해안가 섬들의 소식을 들었다. 친차 제도Chincha Islands는 원래 부비새, 가마우지, 펭귄 등 주로 새들이 사는 바위섬이었다. 수천 년에 걸친 새들의 배설물이 바위에 쌓여서 그 두께가 30미터를 넘을 지경이었다. 새들의 배설물은 인산염 phosphate과 질소 화합물nitrogen compound을 풍부하게 함유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천연비료였다.
물론 새들의 배설물은 전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중국의 지하실이나 갠지스강의 진흙에서 발견된 질산칼륨과는 다르지만, 질소를 함유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질소는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핵심 요소로, 식물들이 광합성할 수 있도록 엽록소를 만드는 일을 돕는다. 탄소, 수소, 산소와 함께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의 핵심 원소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세포라는 집을 이루는 블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_ 소금 중 - P204

칼리치는 전통적인 질산칼륨과는 약간 다르다. 질산칼륨이 아닌 질산나트륨 sodium nitrate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차제도가 흥망성쇠를 겪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세기, 화학자들은 질산나트륨을 이용하여 중국식 화약의 변종을 더 폭발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질산나트륨은 질산, 니트로글리세린 nitroglycerine, 다이너마이트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고성능 폭약 덕분에 알프레드 노벨AlfredNobel은 세계 최고의 부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친차 제도의 구아노 무역이 종식되고 수십 년간 남아메리카의 질산염은 세상에서 가장중요한 원료 중 하나가 되었다.

_ 소금 중 - P207

만약 하버-보슈 공정이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1차 세계대전은 훨씬빨리 끝났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은 칠레 질산염으로 만든 포탄을 독일에 퍼부었고, 독일을 비롯한 동맹국은 합성질산염으로 만든 포탄으로 응수했다. 참호, 탱크, 대포, 몇 달간 거의이동이 없는 전선으로 상징되는 이 새로운 유형의 전쟁은 부분적으로는 과학, 산업, 폭발력을 가진 소금으로 만든 무기가 빚어낸 결과였다. 프리츠 하버의 오명은 염소 가스의 개발로 더욱 더럽혀졌다. 그는 이프레의 두 번째 전투에서 가스 살포를 직접 감독했고 그 결과 수천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_ 소금 중 - P213

들판에 질소를 뿌리고 나면 그 절반 정도는 농작물이 아닌 공기와물 속으로 흘러든다.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개천과 강으로 흘러들고, 물속에서 수중 생물을 질식시키는 거대한 조류 번식을 일으킨다. 프리츠 하버의 발견으로부터 한 세기가 흐른 지금, 세상은 무제한에 가까운 질산염 공급이 불러온 부작용을 잘 알게 되었다.

_ 소금 중 - P215

또한 폴리할라이트는 대부분의 비료처럼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단순히 땅에서 파내어 분쇄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도 있었다. 다른 비료(특히 질소 비료)는 제조 시막대한 에너지가 사용되지만, 그에 비하여 폴리할라이트는 매우 적은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_ 소금 중 - P222

금을 채굴할 때금광석의 99.99퍼센트 이상이 폐기되는 것에 반해, 폴리할라이트는 암석 1톤이 곧 제품 1톤이 된다. 여기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광물은 물론 소금뿐이다.

_ 소금 중 - P228

물질 세계의 특징 중 하나는 어디서도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않는다는 점이다. 영국의 정제 공장이든, 실리콘 웨이퍼를 반도체 칩으로 가공하는 대만의 불 꺼진 반도체 공장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이곳의 노동자 대부분은 높은 통제탑에서 스크린을 응시한다.

_ 소금 중 - P230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해서 소금길을 걷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많은 화학공장과 제약 공장이 여전히 암염층 위에 자리 잡은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고대 중국의 <염철론>이 여전히 유효한 데도 이유가 있다. 역사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소금을 지배한 자가 곧 세상을 지배했기때문이다.

_ 소금 중 - P233

세상 모든 것이 강철로 만들어지진 않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강철로 제작한 기계로 만들어진다.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이런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철강업은 지저분하고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기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제철소를 폐쇄하고 국내 생산을 줄이는 추세이며, 탄소 배출이 덜 문제시되는 나라에서 완제품을 수입한다. 그들은 방열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뜨거운 쇳물을 용광로에 집어넣는 사진을 보면서 철강업은 이제 과거의 일이라고들 말한다.

_ 철 중 - P241

만약 인간이라는 존재가 서로 협력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면, 철과 강철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핵심이다. 모래가 세상을 직조하는 실이고, 소금이 세상을 변형하는 마법의 재료라면, 철은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게끔 만든다. 장소를 이동하는 일, 건물을 짓는 일, 상품을 만드는 일, (이건 문제지만) 서로를 죽이는 일을가능하게 한다. 철과 강철은 이 모든 일을 아우르는 공통 맥락 속에 있다.

_ 철 중 - P241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또 다른 문제를 안겨준다. 강철 생산 과정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7~8퍼센트가 배출된다. 만약 모든 사람이 선진국처럼 1인당 15톤의 강철을 소비하기를 바란다면, 이 합금의 전 세계 재고를 1200억 톤으로 늘려야 한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강철을 생산해 온 양의 거의 네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없이 강철을 생산하는 방법은 여전히 실험 단계이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탈탄소와 개발, 이 두 가지 목표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국가가 더 부유해지고 번영할수록, 서양의 발전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쏟아붓고 강철로 만들어온 것들을 부정해야 할까?

_ 철 중 - P248

아조우스탈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제철소들이 전 세계네온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던 것이다. 츠키티슈빌리의 폐쇄 조치 뒤, 전 세계에서는 네온 부족이 발생했다.

_ 철 중 - P257

그러나 철은 소금이나 유리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기반을 형성하는물질이다. 고대에도, 산업화 시대에도 그랬다. 강철은 과거의 기술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중요하며 강철 없이는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 그런데도 오늘날 강철의 생산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중세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P259

석탄을 투입하는 목적은 단지 용광로를 가열하는 것뿐만 아니라 용광로 내부에서 벌어지는 매우 중요한 화학반응을 촉진하기 위해서이다. 철광석은 산화철을 풍부하게 함유한 암석으로, 본질만 놓고 보면알갱이 형태의 녹rust이라고 할 수 있다. 철광석을 금속으로 탈바꿈하려면 산소와 철을 분리해야 한다. 이 거대한 용광로가 여기 있는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철광석에서 분리된 산소와 석탄에서 나온탄소가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용광로의 최종 산출물은 용광로 측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철광석혹은 나중에 배출되는 슬래그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이며, 그 양이 엄청나다.

_ 철 중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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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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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탄소 배출 문제가 해결된다면 콘크리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물질 세계의 주력 제품일 것이다.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터빈, 태양광 패널 등이 아무리 환경친화적이라고 해도 나름의 환경 발자국을 남기듯이 가장 환경친화적인 시멘트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환경친화적인 시멘트를 만들 때도 물이 필요하다. 석회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래, 그것도 딱 맞는 모래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대지에서 더 많은 모래를 파내야 하고, 생태계에 또 다른 위험을 안긴다. 이런 식으로 물질 세계의 불가피한 딜레마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_ 모래 중 - P110

암석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마모되지만, 모래는 순환하는 과정 동안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것은 물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놀라운 여행이다.

_ 모래 중 - P114

실리콘이라면 모래, 돌 혹은 콘크리트의 성분 아니던가. 실리콘은 경이로운 물질이다. 유리가 될 수 있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고, 콘크리트가 되어 건물을 지탱할 정도로 단단하다. 주기율표의 다른 원소들과 차별화된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어서 반도체가 될 수 있다.

_ 모래 중 - P115

오늘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들은적혈구보다 1,000배 더 작고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도 작다. 코로나19바이러스 하나에 트랜지스터 4개가 들어갈 정도인데, 각각의 트랜지스터는 바이러스의 중심에서 내뻗은 막대기 모양의 덩굴손인 스파이크단백질과 비슷한 크기이다.

_ 모래 중 - P117

세라발에서 나오는 석영은 흔하진 않지만 굉장히 희귀한 것도 아니다. 노르웨이, 러시아, 중국, 튀르키예, 이집트에도 석영암맥이 있다. 세라발 석영은 눈처럼 희지만, 로칼린이나 퐁텐블로 등의 모래 광산에서나오는 모래보다 실리카 함량이 약간 낮은 편이다. 물론 실리카 함량이 전부는 아니며, 실리콘메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형태이다. 우덴-웬트워스 기준에 따르면, 여기서는 모래가 아니라 야구공보다 약간 더 큰 돌덩어리를 살펴본다.

_ 모래 중 - P121

전 세계에서 오직 소수의 학자만이 이러한 공급망의 복잡한 원리를 알고 있는데, 그중 독일 학자 라이너 하우스 Riner Haus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들은 대형 용광로이고, 그 안에는 부글부글 끓는 이산화탄소 대류가 일어납니다. 만약 모래를 사용하면 필터를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용해될 수가 없겠죠. 그러므로 주먹 크기의 석영 덩어리가 필요한겁니다." - P123

순도 99.999999퍼센트의 실리콘은 숫자 9가 여덟 개 들어가는데, 이는 다결정 태양광발전 등급의 폴리실리콘이다. 9가 아홉 개인 순도99.9999999퍼센트의 실리콘은 단결정 태양광발전 등급의 폴리실리콘이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폴리실리콘이 태양광 패널로 쓰이는데 대다수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중국이 아직도 실리콘세계의 마지막 관문인 반도체 등급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등급의 폴리실리콘은 순도가 99.9999999퍼센트에 달하는데 순수 실리콘 원자 10억 개 중 불순물 원자가 딱 하나인 수준이다.

_ 모래 중 - P126

닐이 가장 신경 쓰는 나라가 어딘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실리콘 업계의 많은 부분에서 주도적 위치로 부상했다. 오늘날 실리콘 생산량의 90퍼센트가 컴퓨터 칩이 아닌 태양광 패널에 사용된다. 그 생산지는 미국 동부 해안이 아닌 중국인데, 여기에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유럽의 실리콘은 대체에너지, 즉 수력발전으로 생산되지만 중국의 실리콘은 석영을 폴리실리콘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를 석탄에 의존한다. 실리콘 생산은 생각보다 지저분한 일인데, 중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둘째, 중국의 실리콘 제조사들, 특히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위치한 기업들은비인간적 노동 환경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_ 모래 중 - P131

세라발의 눈처럼 희고 순수한 백석영을 다른 곳에서도 찾는 게 어렵다면, 스프루스파인만큼 순수한 석영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할 수 있다.

_ 모래 중 - P133

화학물질이 없는 반도체 공장은 본질적으로 쓸모가 없다. 화학물질 없이는 트랜지스터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_ 모래 중 - P137

브래그 반사경을 만드는 법은 업계 비밀로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자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거울은 50킬로그램의 실리콘 덩어리를 갈아서 만들어지는데, 로봇이 이온 빔ion beam을 쏘아서 거울 표면을 광내고 조정한다. 한 ASML 엔지니어는 브래그 반사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것 중에 가장 매끄러운 구조물일 겁니다." 거울을 미국 국토 크기로 확대하더라도 가장 많이 튀어나온 요철의 높이는 0.5밀리미터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다층 거울에 반사된 13.5나노미터 극자외선의 파장을 이용해 웨이퍼에 복잡한 설계 회로를 새긴다. 놀랍도록 완벽한 실리콘 웨이퍼가 기막히게 평평한 유리에 조각되는 이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SF소설에 나올 법한 일이지만, 판타지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 실리콘 공급망의 중심에는 1차세계대전 동안 영국의 고무를 얻기 위해 독일이 어쩔 수 없이 내주었던 쌍안경용 유리를 제조한 바로 그 회사 자이스가 있다.

_ 모래 중 - P141

강철 생산, 시멘트, 제조업, 유통업, 심지어 소셜미디어에서까지 중국은 다른 국가들을 따라잡거나 능가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복잡도와 가치가 낮은 저급 실리콘 칩에서는두각을 드러냈지만, 반도체 설계에서는 아직 선두를 뒤쫓는 처지다. 정부에서 엄청나게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대만과 중국을 갈라놓는 것은 해협만이 아니라 기술의 심연이기도 하다. 이 격차가 양쪽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킨다. 2019년 모리스 창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더는 평화롭지 않기 때문에 TSMC는 전략 지정학적 관점에서 극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_ 모래 중 - P143

이 문제는 더 생각해볼 만하다. 세계를 이끄는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의 본국 회귀, 즉 리쇼어링 reshoring을 점점 더 소리높여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은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촉진하는 법안을 입법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미국 복귀를 꾀하고 있다. 시진핑은 ‘중국제조 2025 Made in China 2025‘라는 정책을 수립하여 복잡한 기계부터 반도체까지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자급자족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반도체의 기나긴 여정이 단 하나의 국가 안에서 모두 이루어진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다른 국가들의 회사나 수입품에 의존하지 않은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 P147

그러나 유물은 발굴 작업의 시작일 뿐이었다. 땅속을 깊게 파고들수록 더 많은 것을 발견했고 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앵글로-색슨 공동묘지(630~670년) 아래에는 로마식 건축물(70~140년)이있었고, 그 밑에는 철기시대 정착촌(기원전 200~기원후 1년)이, 더 아래쪽에는 신석기시대 유적지(기원전 3800~3700년)가 있었다. 스티브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할수록 놀라운 발견이 쏟아졌다.
다양한 시대의 유물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바로 소금이었다. 사람들은 로마시대와 철기시대, 그리고 신석기시대에 이미 소금을 만든 것으로 보였다. 어째서 소금일까? 왜 이곳에서 만들어졌을까?

소금 중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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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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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운명은 땅에서 캐내 목적에 맞추어 응용한 것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P29

비물질 세계에서 에너지, 원자재 같은 지저분한 것들과 완전히 결별했다고 자기기만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낙하산을 타고 물질 세계로내려가자마자 당신은 곧바로 이런 교훈을 배운다. 경제학에서는 결국모든 것이 에너지로 환원된다. 전혀 예상도 못한 물질들이 에너지로환원된다. 비료, 소금, 화학제품, 플라스틱, 음식, 음료 이 모든 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화석연료에서 나왔다.

_ 프롤로그 중 - P31

자연에서 발생한 또 다른 유리들도 있다. 선사시대 조상들이 도구의재료로 사용했던 흑요석obsidian은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급격히 식어굳어진 광물로 화산이 만들어내는 화산 유리의 일종이다. 유리질 조각으로 구성된 텍타이트rektite는 유성이나 혜성이 지표면과 충돌할 때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짝이는 암석이다. 섬전암fulgurite은 해변이나 사구에 번개가 내리쳐서 만들어지는데, 속이 비어 있는 튜브형 유리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과 비교해도 클레이턴이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노란색 유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순도를 자랑한다.

_ 모래 중 - P47

어떤 모래는 그 가치 때문에, 어떤 모래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어떤모래는 그 결정의 형태 때문에, 어떤 모래는 그 순도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는 해변의 명물인 흰모래를 가져가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해안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어느 섬의 클레오파트라 해변에서는 흰모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서 해변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발을 씻어야 한다. 우연이라도 단 한 톨의 모래알이 해변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강의 생태계가 위협받는 중이다. 암시장에서 밀무역하는 모래 채굴업자들이 건설용 모래와 골재에 대한 수요를 무한히 충족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강을 파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 생명체들이 파괴되고 환경이 위기에 처한 것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물질에 다들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_ 모래 중 - P49

지난 세기 동안 각국 정부는 모래에서 파생한 또 다른 선진 기술의주도권을 놓고 경쟁했다. 사용자들에게 엄청난 권력을 부여한 이 기술의 정체는 유리 제조법이다. 오늘날 정부가 반도체 산업, 전기자동차 부문을 강화하려고 애쓴다면, 이전 정부들은 유리 무역을 통제하기 위해서 산업 전략부터 속임수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에게 특화된 기술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명하고 얇고 아름다운 유리 제조법을 최초로 발견한 이탈리아 무라노섬 장인들도 비슷한 의무를 지고 있었다. 그들은 베네치아 석호에 있는 무라노섬으로 거주를 제한당했으며,
섬 밖으로 도망치면 사형에 처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_ 유리 중 - P52

어느 유리 제조업자가 말했듯이, 유리는물질이 아니라 상태이며, 명사라기보다 형용사에 더 가깝다. 1977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필립 앤더슨Philip Anderson은 199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고체 이론solid state theory"에서 가장 심오하고 흥미로운 미제는 유리의 성질과 전이에 대한 이론이다." 이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미해결로 남아 있다.

_ 유리 중 - P58

그러니까 지금껏 지구를 수놓은 것은 생물학적 작용보다는 지질학적 작용이었다는 이야기이다.

_ 유리 중 - P61

고무와 유리, 두 강대국은 한동안 이 물질들을 손에 넣기 위해 전쟁의 통상적 규칙을 위반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사건은 자주 일어나지않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 가치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쌍안경이든, 반도체든, 기본 금속이든 세계 곳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전쟁, 팬데믹, 수에즈운하 사고 등 예기치 못한 대참사가 벌어지면 원활하다고 믿었던 공급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_ 유리 중 - P70

영국의 유리 기근 사태에 대해 세금과 자유방임주의 경제 정책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일이 유리 제조업에서 선두를 치고 나간 것은 결코 행운의 결과가 아니었다. 독일 정부는 유리뿐만 아니라 화학및 제약 산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들은 과거 장인들의 일을 회사의 업무로 받아들였고, 엄정한 과학 기술을 도입했다. 19세기독일에서는 연구 개발이 본격적 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물질 세계를연구 대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 P75

온 세상의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는 모래처럼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물질도 없을 것이다. 모래는 현대적 삶의 기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물질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더 나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 P82

지질학자들의 자료에 따르면 1955년부터 그래왔다. 2020년에 이르러 철, 콘크리트 등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산물의 총 무게는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무게 총합보다 더 무거워졌다.

_ 모래 중 - P89

모래는 중요한 비즈니스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모래 위기‘에서벗어나고 싶다면 모래를 흔해 빠진 천연자원이 아니라 전략적 광물로여겨야 한다. 그러니까 리튬 같은 배터리 원료 또는 구리 등과 비슷한수준의 광물 취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시 한 걸음 물러서서 모래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래가 없다면 건설 환경도 경제 성장도 성립할 수없다. 모래는 수백만 명의 사람을 결핍과 가난으로부터 구해내어 함께잘 살도록 돕는 물질이다.

_ 모래 중 - P93

콘크리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창출한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이다. 에디슨은 콘크리트의 역사에 훙미로운 주석을 덧붙였다. 그는 콘크리트 가구, 콘크리트 침대, 콘크리트 축음기 등 아예 콘크리트로 집 전체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오늘날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그의 기여는 콘크리트의 대량생산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모래 중 - P99

시멘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건 시멘트 자체의 마법적 성질도 있지만,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널리 공급될 수 있었던 영향이 더 크다. - P101

강도, 손쉬운 도포, 저렴함은 콘크리트의 중요한 매력이지만, 동시에저주가 되기도 한다. 콘크리트는 어디에나 있다. 필수 인프라와 주택,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과 가장 긴 다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Lloyd Wright 나 오스카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의 상징적 건물, 시드니오페라 하우스, 1960년대의 브루탈리즘 건축물 등 어느 곳에나 콘크리트가 쓰였다. 황량한 주차장과 고층 건물 단지, 흉물스럽고 별 특징도 없는 고가도로, 전 세계의 공장과 사무실 등지에서도 콘크리트가과용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끔 오사용되기까지 했다.

_ 모래 중 - P104

하지만 화학반응은 해결이 훨씬 까다로운 문제이다. 인류는 지난 수천 년간 산화칼슘calcium oxide 혹은 생석회 quicklime를 얻기 위해 탄산칼슘을 가열해왔다. 이는 시멘트를 생산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화학반응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인류 최초로 대규모 탄소 배출이 일어났는데, 화석연료 시대보다 수천 년을 앞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도우리는 아직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서 탄소를 제거하는 손쉬운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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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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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주에서 돌아온 뒤 나는 이런 질문들을 몇 달간 계속 곱씹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활에 별 지장 없는 금속을 지하에서 채굴하기 위해 그렇게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실제로 필요한 물질들을 채굴하려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물질은 무엇일까?

_ 프롤로그 중 - P13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일상용품이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하여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이토록 복잡한 제조 과정을 단 한 사람이 맡거나, 더 나아가 통제한다는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대에 집필된 <나, 연필>은 특히 두 번째 교훈을 강조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은 이 에세이를 예로 들면서 소련 경제학자들의 주장, 즉 중앙위원회에서 경제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잘못됐다고 반격했다.

_ 프롤로그 중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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