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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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하나의 종이라면 그 종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나는 산산조각 난 내 삶의 파편을 소중히 거둔다. 깨어진 종의 파편 파편마다 맑은 종소리가 숨어 있기때문이다. - P41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P23

외로움과 고독은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영역이다. 외로움이 상대적이고 사회적인 영역이라면, 고독은 절대적이고 존재적인 영역이다. 너와 나의 상대적 관계는 외로움의 영역에 속하고, 신과 나의 절대적 관계는 고독의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외로운 이웃들‘이라는 표현이 ’고독한 이웃들‘이라는 표현보다 더 옳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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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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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일들이 한꺼번에 오고
좋지 않은 자들이 봄을 밟고 와도
눈 녹은 땅에 꽃씨를 심어요

지구에서 보낸 한 생의 길에서
곧고 선한 걸음으로 꽃을 피워온 그대
사랑이 많아서 슬픔이 많았지요
사랑이 많아서 상처도 많았지요

그래도 좋은 사람에게 좋은 일이 오고
어려움이 많은 마음에 좋은 날이 오고
눈 녹은 땅에 씨 뿌려가는 걸음마다
봄이 걸어오네요
꽃이 걸어오네요

_ 꽃씨를 심어요 중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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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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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책 이야기를 하면, <물질의 세계> 책은 대박이다. 올해 얼추 역사서 범주로 엮을 수 있는 도서 3권을 읽었다. 다른 책들도 추천할 만 하지만, 현재까지 나에게 있어 올해의 책이다.

과학(물리, 화학 그리고 지질), (전쟁)역사 그리고 지리학이 서로 연결되지만, 스토리 기반의 설명과 인간 생활의 6가지 기본 물질을 대상으로 삼았다. 즉, 모래-소금-철-구리-석유-리튬이 어떻게 과거-현재-미래를 이끌어 가는지 보여주고, 무엇보다 6가지 물질이 연결되고 상호 의존적인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 모래에서 반도체가, 소금에서 의약품이, 철속에서 산업혁명이, 구리에서 전기를, 석유에서 플라스틱을, 리튬에서 저장시대로 이끄는 상호 연결하고 순환하는 세상을 만난다. 어느순간, 지정학을 넘어 지경학 개념이 국제면 뉴스들과 연결되고 있다.

비물질 세계에서 에너지, 원자재 같은 지저분한 것들과 완전히 결별했다고 자기기만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낙하산을 타고 물질 세계로 내려가자마자 당신은 곧바로 이런 교훈을 배운다. 경제학에서는 결국 모든 것이 에너지로 환원된다. 전혀 예상도 못한 물질들이 에너지로 환원된다. 비료, 소금, 화학제품, 플라스틱, 음식, 음료 이 모든 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화석연료에서 나왔다.
_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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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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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습니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입니다.

_ 작가의 말 중 - P7

부치지 않은 편지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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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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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형의 리튬 추출 작업은 비교적 단순하다. 아주 오래된 소금물은 소금 표면 아래 살라르 전체에 자리 잡은 소금우물salt well (염정)에서 퍼올려진다. 이렇게 퍼올린 소금물은 거대한 연못으로 보내져 물을 증발시킨다. 이 과정은 몇 달씩 느리게 진행된다. 먼저 염화나트륨이 침전되고, 이어 남은 소금물은 또 다른 커다란 연못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칼륨염이 침전된다. 이어 또 다른 증발용 연못으로 이동하여 마그네슘염이 제거된다. 결국 1년이 넘게 땅속 우물에 남은 담청색 소금물은 황록색 용액으로 농축되어 마치 형광펜처럼 밝게 보인다. 이 단계에서 대략 25퍼센트의 염화리튬 lithium chloride이 되는데, 녹색은 실제로 용액에 남아 있는 붕소에서 오는 것이다.

_ 리튬 중 - P462

배터리는 일종의 연료지만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화학적 연료다.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통제된 화학적 반응으로 물질에 포함된 폭발적 에너지를 전류로 바꾸는 것이다. 리튬보다 더 폭발적인 재료는 없었다.

리튬 중 - P466

회로, 반도체, 모뎀, 밝은 디스플레이 등을 갖춘 스마트폰은 전력 소모가 많아 가장 강력한 배터리가 필요했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휘팅엄, 구디너프, 그리고 요시노에서 비롯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운용된다. 세 사람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_ 리튬 중 - P470

청록색을 띠는 아타카마의 광대한 증발 연못만큼 인류세를 잘 드러내는 곳은 없다. 그것은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결심한 세상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나타내는 신호이다. 그러나 더 불편한 생각, 즉 인류는 지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 발자국을 또 다른 형태로 대체하려는 중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이곳 염호 아래 풍부한 리틉 소금물이 어떻게 침전되었는지 그 과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추출해서 정제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아니라면 다른 어디에서 리튬을 얻을 수 있을까?

_ 리튬 중 - P471

다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한 가지가있다. 광산기업들은 더 많은 소금물을 퍼올리면서 수백만 년 걸린 이곳의 소금물 저장소를 고갈시키고 있다. 하지만 SQM의 선임 수리지질학자 코라도 토레Corrado Tore는 대다수 채굴 형태에 대해서도 똑같은말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_ 리튬 중 - P477

리튬의 경우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균형을 더욱 맞추기 어렵다. 하지만 내연기관이 인류가 하나의 구덩이 (말똥으로 인한 도시와 마을의 오염)에서 빠져나오는 걸 도와준 대신 또 다른 구덩이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_ 리튬 중 - P479

"다른 형태의 배터리를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우린 질산염으로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칠레 경제가 질산염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았지만, 갑자기 독일인들이 합성 질산염을 발명하자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어요. 특히 이 지역에서요. 원자재에 이렇게 의존도가 높으면 미래에도우리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될 겁니다."

_ 리튬 중 - P481

몇 년 전만 해도 화학적으로 부차적인 물건 취급을 받았던 리튬은 이제 하얀 황금을 얻기 위한 경쟁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리고 아타카마 사막으로부터 가루가 운반되는 과정, 여기에서 우리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정학 지도가 변화하는 것을 목격한다.

_ 리튬 중 - P484

다만 이번엔 세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우리가 에너지사다리를 오르기보단 내려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석유, 가스, 심지어 석탄보다 크게 낮은 에너지 밀도를 보인다. 둘째는우리가 채굴하는 물질들이 연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들의 동력은 증발되지 않고 배터리 내부에 설치되어 이론상 재활용될 수 있다. 셋째는 그런 물질을 추출하는 나라들이 과연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_ 리튬 중 - P484

소니 같은 일본 기업이 왜 초기 배터리 생산을 선도했는지를 설명하자면 핸디캠 같은 자사 제품용 배터리가 필요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픈식 조립 라인을 카세트테이프 대신 음극과 양극을 감는 용도로 변경할 수 있었고 그렇게 현대 배터리 시대를 탄생시켰다. 배터리 대기업의 연혁을 보면 보통 VHS와 오디오 카세트 쪽에서 당신이 기억하는(그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면) 브랜드 중 하나의 화석화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산요는 이제 파나소닉의 일부이며, TDK는 이제 비교적 최근에 창업한 중국 대기업 닝더스다이德時代, 이하 CATL의 소유가 되었다.

_ 리튬 중 - P494

중국 회사들은 전 세계 배터리 생산의 80퍼센트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료도 80퍼센트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생산망에서의 다음 단계는 다소 사소한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겉모습에 속아선 안 된다. 결국 배터리의 가장 귀중한요소는 엔지니어링이나 포장이 아니라, 양극과 음극에 슬러리 형태로 코팅하는 물질들(리튬과 흑연)이다.

_ 리튬 중 - P500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40킬로그램과 더불어 코발트 10킬로그램, 망간 10킬로그램, 니켈 40킬로그램을 포함한다. 이건 음극에들어가는 흑연을 고려하기 전의 수치이다. 이런 물질들은 물론 다른어떤 곳에서 가져와야 하고, 물질 확보를 위한 경쟁은 가속화되는 중이다. CATL의 소유주인 쩡위췬은 티베트에서 채굴권을 사들였지만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의 위치를 유지하려면 이런 저장고 정도로는 막대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 금속의 저장고는 소수 나라에 집중되었고, 따라서 다른 국가들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이 점한 우위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동안 베이징의 많은 회사들은 동시에 중국이 다른 국가들에 원료를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로 공황 상태에 빠져있다.

_ 리튬 중 - P502

다. 온 세상이 아시아의 우위와 야심이 드러내는 규모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데, 그것들이 배터리 가격을 어마어마하게 낮추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가격이 89퍼센트 하락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반도체 공급망의 통제를 두고서 치른 싸움에서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배터리에선 그렇지 못했다

_ 리튬 중 - P504

‘순환 경제‘라는 개념은 폐기물을 점점 더 자원의 일종이나 자원 그 자체로 취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세기가 자동차 운전자에서부터 모든 소비자가 자주 쓰는 제품을 최대한 업그레이드하도록 권장되던 계획적 내구성의 시대였다면, 다가오는 시대는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시대이다. 재활용은 부차적인 것에서 중대한 일로 격상되고, 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처럼 폐기물 재활용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_ 리튬 중 - P516

라이트는 이처럼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품질은 계속 향상되는 현상에 주목해 제품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생산비용이 약 15퍼센트 하락한다는 경험 법칙을 생각해냈다. 이것을 라이트의 법칙Wright‘sLaw이라고 하는데, 컨테이너선에서 특수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모든제품의 가격 하락을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해준다.

_ 에필로그 중 - P525

이 측면에서 보면, 적어도 선진국의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90년 65퍼센트이던 석탄 발전량이 2021년 3퍼센트 수준으로크게 하락했다. 영국은 전력의 절반 이상이 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에서 나온다. 다른 지역에서는 훨씬 고무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22년 며칠 동안 전력 수요의 100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도 했다. 텍사스주는 석유와 가스의 최대 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미국내에서 풍력발전량이 가장 많은 주이다.

_ 에필로그 중 - P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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