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반할 꽃시 - 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 알고 보면 반할 시리즈
성범중.안순태.노경희 지음 / 태학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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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화는 차와 술·떡·약, 심지어 베개까지 만들어 사용하는등 그 쓰임이 매우 큰 꽃이다. 그러나 시인 묵객들이 그토록 국화를 사랑한 것은 역시나 모든 꽃이 다 지고 난 이후 홀로 피어 빛나는 그 아름다움 때문이리라.

_ 홀로 가을을 맞이하네 중 - P325

그리움과 고통으로 시름하며 흐느끼는 사람의 마음이 동백의 꽃잎에 투사되어 꽃잎은 빨갛게 피멍이 들었다는 하소연이다. 외세와 유교적 질서 체계, 지연이나 학연 따위의 동이와 친소에 휩쓸려 다니다가 응어리진 상처를 보듬고 피어났다던 동백꽃, 그 붉은 꽃잎이 만개한 남녘 섬이나 바닷가를 찾아 거닐고 싶다.

_ 동백꽃 중 - P22

수선화는 제주도에 매우 흔한 꽃으로 이 지역에서는 ‘몰마농‘이라 불렀다. 이는 ‘말이먹는 마농(마늘)‘이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마늘 뿌리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_ 수선화 중 - P37

추사는 수선화를 "맑은 물가의 진정 해탈한 신선"이라 묘사하였다. 이는 척박한 제주도까지 밀려온 자신 또한 고결한 기품을 간직한 신선의 풍모를 잃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거듭 다짐하는 내용에 다름 아니다.

_ 수선화 중 - P43

산수유꽃은 층층나뭇과 낙엽 활엽 교목인 산수유나무에서 피는 꽃이다. 산수유나무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를 맺는다. 꽃봉오리가 직전 해 가을부터 맺히는데 겨울이 지나도록 죽지 않고 있다가 봄의 문턱에 꽃을 피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산수유꽃을 ‘정성스러운 꽃‘이라 하였다. 열매는 씨를 빼낸 뒤 잘 말려 차나 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는 산수유 열매가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주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에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_ 산수유꽃 중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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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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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바닷가 도시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레스토랑 메뉴에 피시fish 가 있었다. 대서양 생선 맛은 어떤가 싶어 80프랑이나 주고 시켰다. 나온 것은 홍합탕이었다. 거기 친구들, 이거 겁나게 좋아한다. 내가 홍합 일 할 때 태반이 수출품이었고 전량 유럽행이었다. 그곳사람들은 치즈나 버터를 넣어서 끓여먹는다. 그렇게 해먹고 싶다면양파나 파를 가늘고 길게 채 썰어 고명처럼 얹는다. 맛보다는 시각효과

_ 홍합 중 - P121

살아 있는 놈을 눈앞에서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하지만 회는 여덟 시간 정도 지난 것이 가장 맛 좋다. 죽음의 시간이 주는 맛이다. 병어는 신선도가 눈에 잘 보인다. 푸른색 도는 은빛이 풍부하고 맑을수록 싱싱하다. 내장도 아주 작아 손질하기가 쉽다. 조림을 많이 해먹는데 으뜸은 회이다. 병어회는 뼈째, 세로로 어슷하게 썬다. 뼈가 연하고 고소해 함께 먹는다. 흰살생선에서 이렇게 고소한 맛이 나는 경우는 드물다.

_ 병어 중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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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간으로부터 - 발아래에 새겨진 수백만 년에 대하여
헬렌 고든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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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와 깃털이 화석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전형적으로 검은색이거나 갈색인) 화석의 색은 화석화 과정의 결과이므로 살아 있는 생명체의 색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빈테르는 먹물주머니에 색소가 보존된다면 멜라닌이나 멜라닌이 들어 있는 멜라닌소체 역시 화석화된부와 깃털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에게는 자신의 가설을 검증할 연조직 화석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문제는 그 연조직 화석이 엄청나게 희귀하다는 것이었다.

_ 깊은 시간에 색을 입히며 중 - P248

멸종된 생명체의 색을 찾는 일은 심리적으로 중요하게 느껴진다. 깊은 시간의 흐릿한 혼란 속에서 끄집어낸 과거의 작은 조각 하나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것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종인 우리는 시각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보이는 사물은 우리에게 "진짜"가 된다.
고고학자이자 작가인 자케타 호크스는 1950년에 이렇게 썼다. "어쩔 수없이 감각은 상상력을 요구한다. 색이 있을까? 그러나 단조로운 회색의 석회암에 찍혀 있는 섬세한 깃털 조직 사이에 불쌍하게 뒤틀린 자세로 놓인 골격 이외에는 연구할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상상력은 스스로의패배를 시인한다."

_ 깊은 시간에 색을 입히며 중 - P250

니컬스가 보기에 고생물화 업계는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초점이 바뀌고 있다. "우리 중 몇몇은 이런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는 더 다양하고 복합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유형으로 복원하려고 애쓰고있어요." 미래에는 특히 색 복원 분야에서 첨단 과학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색 복원 연구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한 동물의 색과 무늬가 어떻게 보일지를 처음으로 정하는 사람이 된다는점이에요." 니컬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없는 무엇인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_ 깊은 시감에 색을 입히며 중 - P265

대리암 석판과 기둥을 통해서 우리는 수만 년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밝은색의 광맥은 원래는 석회암이었던 암석의 틈새로 특이한 광물을 잔뜩 머금은 뜨거운 열수가 스며든 자리이다. 대리암의 기질 속에 들어 있는 각양각색의 결정들은 그 암석이 어두운 지하의 열과 압력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고 변성되면서 수천 년을 보냈다는 증거이다. 암석에새겨진 깊은 시간의 친필 서명인 셈이다.

_ 도시지질학 중 - P270

그는 오늘날 "도시지질학urban geology" 또는 "거리지질학street geology"이라고 알려진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도시지질학자들에게 도시는 엄청나게 많은 표본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보관장이나 다름없다. 도시는 지질학적으로 경이로운 장소이다.
민주주의자이자 열정적인 교육자인 로빈슨은 학생과 대중이 런던 지역을 걸으면서 지질을 탐구할 수 있는 길잡이 시리즈를 출간했는데, 그중에는 오늘날에도 따라갈 수 있는 코스가 많다.

_ 도시지질학 중 - P271

"콘크리트는 새로운 종류의 암석이에요.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콘크리트와 비슷한 것은 없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콘크리트는 약5,000억 톤이에요. 그 정도면 육지 바다 할 것 없이 지구 표면 1제곱미터당 1킬로그램은 족히 되는 양이에요."

_ 인류세를 찾아서 중 - P288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류세 개념은 인간을 다시 세상의 중심에 가져다놓는 것이다. 수백 년 동안 우리의 자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바로그 자리로 말이다. 그리고 그 대가가 비록 환경 재앙이라고 해도 우리는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에 끌릴 수밖에 없다.

_ 인류세를 찾아서 중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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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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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은 흔한 생선 취급이다. 숭어 잡는 어법이 너무 심하게 발달되어버린 듯하다. 양식도 한다. 항구 회센터에 가면 이것저것 섞어 3만원, 5만원 하는데 숭어가 없으면 양이 확 줄어들어버린다. 한창 철에는 씨름선수 팔뚝만 한 놈이 몇천원까지 떨어진다. 반대로 생각하면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소리, 가난한 우리 서민에게는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_ 숭어 중 - P52

군소는 회나 매운탕이 안 되고 구이도 시원치 않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삶아 무쳐먹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구황식품이었다. 우리 어렸을 때는 군것질거리, 참 심하게 없었다. 등에서 삘기 뽑아먹고 남의 밭에서 무 뽑아먹는 게 유일했다. 고구마나 감자는 군것질 아니었다. 음식이었다.
우리의 간식은 바닷가에 있었다.

_ 군소 중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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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간으로부터 - 발아래에 새겨진 수백만 년에 대하여
헬렌 고든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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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데본 카운티에서 이름을 딴 데본기는 영국의 지질학자인 애덤 세지윅과 로리 머치슨에 의해서 1839년에 공식적으로 설명되었다. 데본기는 4억1,900만~3억5,900만 년 전까지 지속되었고, 최초의 공룡이 나타나기 약 1억 년 전에 끝났다. 데본기의 가장 유명한 지층은 구적색 사암이다(조금 당혹스럽지만, 이 암석군이 모두 빨갛거나 사암인 것은 아니다). 구적색 사암은 처음 쌓인 때로부터 수억 년의 시간이흐른 뒤에 다시 캐내어져서 헤리퍼드 대성당, 시카포인트의 세인트헬렌성당, 틴턴 수도원 같은 건물이 되었다.

_ 최초의 숲 중 - P204

"이 새로운 숲이 해낸 가장 대단한 일은 지구의 토양을 바꾼 거예요." 존 마셜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무뿌리에 암석이 부서지면서 광물과 영양분이 방출되어 더욱 비옥하고 안정된 토양이 형성되었다. 이런 좋은 토양은 다시 식물의 생장을 촉진했고, 그로 인해서 침식 속도가 둔화되면서 육지의 형태가 바뀌었다. 번성하는 나무들은 물의 순환을 완전히 바꿔놓았다(이를테면 지표수가 줄고 강수량이 증가했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했다. 일부 연구자는 고생대 전반에 걸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90퍼센트까지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_ 최초의 숲 중 - P214

나는 고생물학자들에게 종종 궁금했던 것을 카펜터에게 물어보았다.
왜 굳이 오래 전에 죽은 생명체의 외형과 행동을 복원하기 위해서 애를쓰는지, 다시 말해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과 실용적 연관성이 없는것을 추구하는 일에 왜 평생을 바치는지를 물었다.
"나는 가르치는 일이 좋아요. 과거 생물의 진가를 사람들이 더 잘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과거는 현재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고생물학자의 말이 어쩌면 본심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내 개인적 의견이요? 그런 건 관심 없어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뿐이에요."
"자연과학을 하는 주된 이유는 대체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_ 공룡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 중 - P235

・・・・ 최상위 포식자인 공룡을 제거하면 쥐라기의 생태계가 조금 달라지기는 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잘 돌아갔을 것이다. 인간을 제거하면 현재 세계 역시 우리 인간종이 등장하기 2억 년에 그랬듯이 꽤 행복하게 잘 돌아갈 것이다. 반면 지렁이와 곤충과 다른 것들을 없애면 심각한 와해가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세균을 없애고, 더 오래된 그들의 사촌인 고세균과 바이러스까지 없애면, 세상은 죽을 것이다."

_ 공룡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 중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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