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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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로 인해 문화 콘텐츠가 풍성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오래된 파일 형식, 웹사이트, 데이터베이스를 읽을 수 없게 되는 속도 또한 가공할 정도로 빨라졌기에 과연 우리가 조상들보다 과거를정말로 잘 보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문화의 저장과 배포기술은 바뀌었지만 문화가 작용하는 방식, 즉 저장되고 전파되고 교환되고 복원되는 방식을 지배하는 법칙은 변하지 않았다. 인류의 거의 모든 문화가 끊임없이 서로 접촉하는 세상에서도 보존과 파괴, 상실과 복구 오류와 적응의 상호작용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된다. 우리는 과거와 그 과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누가 문화를 소유하고 그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싸운다. - P25

요셉이 비축을 활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집트가 저장 혁명에서 이익을 본 것은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저장 혁명의 바탕에는농업이 있다. 인간은 이를 통해 도시에 정착하고 붐비는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수자원뿐 아니라 영양분 가득한 범람원까지 제공하는 나일강은 이러한 새로운 생활 방식에 완벽했다. - P51

목동들과 이집트 군주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유일한 기록은 목동들이 가나안에 정착하여 도시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작은 왕국을 건설한 뒤 후대에 남긴 글에서만 찾을 수 있다. 그글이 바로 히브리 성경이다. - P52

우리는 과거를 이용하면서 우리의 필요와 편견에 따라 그것을 끊임없이 세웠다가 무너뜨린다. - P56

그리스를 포함해 이집트만큼 운이 좋지 못한 문화권에서는 화재와 홍수가 발생했지만 이집트는 두 자연재해에서 안전했고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을 잘 통제했으며 오히려 범람이 농업에 이로웠다. 안정적 환경이라는 축복을 받은 이집트는 장수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집트에 비하면 그리스는 후발 주자이자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 P62

페니키아 (현재의 레바논) 무역 상인들은 소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문자 체계를 그리스에 전해 주었다. 그 뒤 몇백 년이 흐르면서 다른 문자 체계보다 훨씬 간편한 이 알파벳은 혁신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기존 문자 체계는 전문 필경사만의 영역이었으나 새로운 알파벳이 들어오면서 읽기와 쓰기를 훨씬 빨리 배울 수 있게 되자 식자율이 높은 시대가 시작되었다. - P63

플라톤은 종종 고전 그리스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 플라톤은 예외적 인물로 이집트를 찬양했으며 오래된 문자 체계와 사원들, 사제들을 갈망했다. 그는 이집트를 찬양함으로써 자신의 문화를 공격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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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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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업적으로부터 새로운 문화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것은 시간과 장소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 놀라울 정도로 연결되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끼치는 이야기이다. 항상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며 아름답게 그려서도 안 되지만 이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야기다. 문화를 만드는 종으로서 인간의 역사,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 P12

물론 인간 역시 느린 진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다른 동물과 달리 우리는 또 다른 진화 과정을, 언어와 문화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과정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 과정은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정보와 기술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능력에 달쳐 있다. - P15

두개골, 신화적 인물, 추상적 상징은 이 동굴이 의식, 빛의 효과, 이야기, 음악과 관련된 특별한 경험의 무대였음을 암시한다. - P17

동굴은 인간이 의미를 만드는 장소였다. 그것은 방법에 대한 지식 노하우 know-how가 아니라 이유에 대한 지식 노와이 know-why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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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2-29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관심이 많아서 찜해두었어요.
 
호호호 (여름 에디션)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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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걸으며 깨달은 유일한 것이 있다면,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전진실이었다. 목표한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때론 목표한 곳 없이 떠돌아다녀도 나는 단지 걸을 수 있어 행복했으니까 - P196

한편, 예전엔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 새롭게 좋아진것들에 대해서도 계속 떠들고 싶다. 가령, 어차피 내려갈 걸애초에 왜 올라가느냐고 투덜거렸던 등산이 이제는 틈만 나면 즐기는 최고의 여가 활동이 된 일이라든가. 눈만 마주쳐도 두려워 피해 다닌 동네 길고양이들이 지금은 가장 친애하는 이웃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라든가.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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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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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서 언제나처럼 모르는 일은 모르는 채로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 P27

"불쌍하기도 하지." 아주머니가 속삭인다. "네가 내 딸이라면 절대 모르는 사람 집에 맡기지 않을 텐데." - P34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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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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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펄롱은 딸들이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걸 보며-성당에서 무릎 절을 하거나 상점에서 거스름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 이 애들이 자기 자식이라는 사실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한 기쁨을 느끼곤 했다. - P20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 P24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림을 만들면서도 펄롱의 생각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요일, 아내와 딸들과 함께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일, 그리고 누구한테 받을 돈이 얼마인지, 주문받은 물건을 언제어떻게 배달할지, 누구한테 무슨 일을 맡길지, 받을 돈을어디에서 어떻게 받을지에 닿아 있었다. 내일이 저물 때도생각이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또다시 다음 날 일에 골몰하리란 걸 펄롱은 알았다. - P29

여자들이 힘과 욕구와 사회적 권력을 가진 남자들을 겁내는 건 그럴 만하지만, 사실 눈치와 직관이 발달한 여자들이 훨씬 깊이 있고 두려운 존재였다. - P32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44

펄롱은 소박한 방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젖은 채 잠시 서서 머릿속 한편이 여기 이 집에서 저 사람을 아내로 삼아사는 삶은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흘러가도록 두었다. 최근에 펄롱은 가끔 다른 삶, 다른 곳을 상상했고 혹시 그런 기질이 자기 핏속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기아버지도 갑자기 불쑥 영국행 배를 타고 떠나버린 건 아니었을까? 삶에서 그토록 많은 부분이 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그럴 만하면서도 동시에 심히 부당하게 느껴졌다. - P64

아이는 창문을 쳐다보고 숨을 들이마시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으로 혹은 오랜만에 친절을 마주했을 때 그러듯이. - P82

일요일이 너무나 공허하고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왜 펄롱은 다른 남자들처럼 미사 마치고 맥주 한두 잔 마시면서 쉬고 즐기고저녁 배부르게 먹고 불가에서 신문을 보다가 잠들 수 없는걸까? - P93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그 아이가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 P99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자기 집으로 가는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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