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역사 - 지금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생산, 고용, 수익 창출이 온전히 국경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드레스에 붙어 있는 미국산이라는 라벨은 레토릭으로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직물에 쓰인 염료는 저 먼 제3세계로부터 몇 나라를 거쳐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 또한 그 옷은 말레이시아나 타이완 혹은 한국에서 만들어져 로스앤젤레스의 자바시장Jobber Marker에서 출고 직전에 상표만 붙였을 수도 있다. 심지어 그 상표를 붙이는 일을 하며 임금을 받는 멕시코 출신 노동자는 차로 두 시간 거리의 멕시코 국경에 사는 가족들을 부양하는 가장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이미 1980년대, 경제의 글로벌화는 애국주의의 장벽으로 막아낼 수 없는 거대하고 도도한 흐름이었던 것이다.

_ 애국소비 중 - P389

미국의 저술가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두 보이스W. E. B. Du Bois, 1868~1963는 "소비자로서 니그로Negro는 생산자로서보다 훨씬 가깝게 백인들과의 경제적 평등에 접근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_ 밋시피 버닝의 뒷이야기 중 - P396

흑인인권운동의 역사에서 이 불매운동의 의의는 매우 크다. 흑인들이평등을 성취하고자 한 다양한 행동들 가운데 아마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자신들의 구매력이 엄청나게 영향력 있는 무기임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소비사회의 필수적인 구성원인 소비자로서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의 지위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준 것이다. 백인의 부당한 통제를 거부하는 한편, 쇼핑을 민주적인 경험으로 규정했던 것이다. 소비자로서 흑인들은 상점과 같은 소비의 장에 백인들과 행동하세 진입할 권리를 추정했고, 그것은 다른 불평등에 대한 척결로 이어질 터였다.

_ 미시시피 버닝의 뒷이야기 중 - P405

그런데 이 현상은 단지 대량생산된 상품의 국내 판로를 찾기 위한 경제적 해법만은 아니었다. 당시 소련의 볼셰비즘이 위협적으로 확대되자 이에대적할 정치적 방안을 모색하던 중 계획된 진부화를 동원하게 된 것이다. 자유주의 기업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계급투쟁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기 위해 소비문화의 확산과 계획된 진부화를 적극 이용했다. 결국 대중은 정치나 이념 문제보다는 유행을 좇기에 바쁘고, 그 자체를 사회적 성취의 중요한 척도로 여기게 되면서 기존 정치체제는 무리 없이 유지될수 있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은 이제 소비자가 자신이 항상 잘못된 물건을 산 것은 아닌지, 혹은 자신에게 제대로 된취향이 없는지를 의심하며, 생활양식이나 유행을 다루는 잡지를 의식하면서 스스로가 구식으로 보이지 않는지를 걱정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_ 소비의 정치성 중 - P415

하지만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소비자의 탄생이나 소비자운동은 나름의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단 지역별로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양한 탓에 해결해야 할 과제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공통의 아젠다를 추진하는 데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동성애를 노출시킨 광고에 대해 많은 나라에서는 환영하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던 반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는 서구식 물질문화의 유입에 대한 경계가 소비자운동의 한 축을 이룬다. 서구식 생활방식이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파괴하고 의미 없는 개인주의만 낳을 것이라는 불만 때문이다. 한편, 일정한 경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급선무인 저개발 국가에서는 소비자운동이 불가피하게 개발 논리 및 개발 기구들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심지어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대부분 문맹인 소비자들을 새로운 시장경제에 적응시키는 것이 소비자운동의 급선무이다.

_ 소비의 정치성 중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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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1-2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는데,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

mailbird 2023-01-2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일부러 천천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