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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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천천히 읽었다. 매일 조금씩 읽었다. 5일정도 걸렸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날짜가 8월14일이었다. 또한 그 무렵 도서계의 최고 인플루언서인 문재인 전대통령이 <하얼빈>을 추천했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쓴다는 것이 두려웠던 시기였다.

1. 나는 김훈 선생의 거의 모든 책을 읽었던 것같다. 이번에도 예약판매 시기에 구입한 듯하다. 짧은 문장과 간결한 표현에 더하여 사실적 묘사와 관찰자적 서술이 김훈선생 글의 매력아닐까 싶다.

2. 1905년부터 1909년까지의 상황...어찌보면 1894년 청일전쟁부터 1945년까지 확대할 수 있는 동아시아 역사 시기와 현장에서 1909년 일주일간의 안중근의사와 이토의 행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3. 청년 안중근에게 있어 ‘가족은 무엇인가‘와 천주교 입장에서 ‘피살(죽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곰ㄴ하게 만든다. 하얼빈역으로 가족들을 불렀던 청년 안중근보다 그 가족(아내와 자식 2명)이 먼저 도착했다면, 하얼빈의 결심은 어찌되었을까? 생각해본다. 그 시기 동학을 탄압하고 경쟁했던 서학(천주교) 신자의 입장과 살인을 인정하지 않는 교리와의 갈등은 1980년대에 와서야 드디어 매듭이 풀린다.

4. 황해도 양반 집안의 자제로서 동학 탄압에 앞장선 천주교 신자로서, 거사의 고민이 드러나 있다. 포수란 직업은 의병 활동의 한계에서 벗어나 거사를 실행하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

5. 몇 일간의 행적과 그 이후 재판 및 감옥에서의 올곧음의 이면에 한 개인, 한 가장,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그려져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김훈선생의 글에는 항상 아버지가 그려진다. 아무 말없이 밥만 먹는 아버지, 먼 산을 바라보며 쓴담배를 피우던 아버지, 조상의 무덤에서 풀을 뽑는 아버지가 생각난다. 왜 김훈선생은 지금 시기에 안중근 의사를 소환했을까? ˝세계평화˝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 마음속 깊이 남아있는 ˝아버지˝를 소환했다면 오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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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20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근대의 아버지를 복원하고 그 가치성을 되살리려는 안간힘이 김훈작가님 글에서는 항상 두드러집니다. 역사든 가정이든 아비의 자리의 복원이랄까? 제가 김훈작가님의 글을 너무 좋아하지만 항상 머뭇거리고 진저리나게 싫다고 말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해서 김훈작가님의 책을 읽는던 언제나 애증이 교차하네요.
하얼빈에서 생각하며 봐야할 지점들 짚어주신 것 잘 읽었습니다.

mailbird 2022-08-20 15:29   좋아요 1 | URL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아버지 상을 그려내는 것도 김훈선생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심어린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