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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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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 정영문 옮김 | 빛소굴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가 스스로의 글 중 가장 좋아한 작품이라고 알려진 [쇼사]... 책을 보니 알 것 같다. 왜 작가가 이토록 이 작품을 아꼈는지는 말이다. 평소 유대인들의 문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 속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뭔가를 발견하려고 한 작가... 하지만 홀로코스트 속 유대인들에게 과연 신이 있었는가? 저자는 고통 속에는 신의 얼굴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 그 답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고통에 경중이 있겠는가? 얼토당토않은 고통을 당할 만큼 이유 있는 그 무엇은 존재하지 않는다. 답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고통에 대한 답과 그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즐겨보는 유튜브에서 작가이자 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가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우주에는 죽음으로 가득 차 있고, 어찌 보면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는 것이다. 맞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느끼고 태어난다. 태어남은 고통이다. 최근 시각장애가 있는 4살 딸아이를 때려서 사망케한 친모 사건이 있었다. 그 4살 아이의 잘못은 무엇인가? 태어난 것이 잘못인가? 왜 그 고통은 경중을 가리고 않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오는가? 고통은 그만큼 답이 없는 것이다.

저자 싱어의 모습이 소설 속 주인공인 아론 그라딩거에 대입해서 보인다. 많은 유혹적인 삶에도 불구하고 그는 쇼사를 선택한다. 외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여자인 쇼사를 말이다. 그에게는 전부터 사귄 공산주의자인 도라도 있었고, 그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는 중년의 여성인 셀리아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베티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아론이건만 그는 쇼샤를 선택했다.

쇼샤는 그에게 누구였을까? 그것은 바로 순수의 결정체이자 훼손되지 않을 결정이었다. 아마 그는 그 결정을 지키고자 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쇼샤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쇼샤가 그를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담대하게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한 그들... 그래, 고통에는 이유가 없다. 어쩌면 그렇기에 고통만이 가장 순수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작 싱어는 살아남은 것을 부끄러워했을까? 많은 유대인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갈 때 그는 그랬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하나님을 원망했다. 내 형제들이 고통받고 있을 때 우리의 하나님, 유대인의 하나님이신 당신은 과연 어디에 계셨는지... 그는 끊임없이 찾고 반문한다. 하지만 답은 없다. 어쩌면 오지 않을 답을 알면서도 외치는 것이리라...... . 아이작 싱어가 랍비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모든 종류의 유대교 예배를 거부한 것은 아마도 이런 배경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은 삶을 살았다. 유대인 공동체와의 접점을 계속 이어나가며 자신의 민족과 형제들을 사랑했다. 아마 쇼샤는 바로 작가에게나 주인공인 아론에게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 시절 신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든 존재의 대표자로 쇼샤를 내세운 것이리라..... . 쇼사를 선택하고, 떠나지 않음으로 그는 신이 할 일을 대신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답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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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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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게이 소설 |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 서재

첫 장부터 왠지 취향 저격한 니타도리 게이의 [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이다. 읽으면서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와카타케 나나미도 떠올려졌다. 미스터리 장르 중 하나인 코지 미스터리는 대개가 여성 아마추어 주인공을 모델로 하여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남학생으로 게다가 그는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다. 너무 참신한 설정 같았다. 꼭 비범하고 뛰어난 사람만이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들 마주칠 법한 우리네 이웃들이 모두 주인공이라는 생각들이 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인 니타도리 게이의 경력도 신선했다. 홋카이도 대학 로스쿨 재학 중에 소설로 아유카와 데쓰야상 가작에 입선하면서 작가로 데뷔하게 된다. 그 후 여러 장르를 넘어 보이면서 글을 쓰고, 그의 글들은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다고 한다. 아직 그의 작품으로 된 드라마를 못 봤지만 [서술 트릭의 모든 것]이나 [서점의 명탐정] 등 인기 있는 작품들은 꼭 나중을 기회 삼아 읽어보고 싶다.

소설 주인공은 대인기피증이지만 호기심이 많은 대학생이다. 홀로 강의실에 앉아서 고급 우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장면은 이 소설을 여는 안성맞춤의 설정이었다. 왠지 그의 속마음이 계속 궁금해지고, 그의 추리력이 이런 사소한? 것에 쓰이는 것이 다소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우리들이 언젠가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상 속 사건들이다. 그런 소소한 사건들을 미스터리라는 틀 안에서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니타도리 작가만의 능력일 것이다.

대인기피증, 대인 울렁증이어도 후지무라의 관계성은 계속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혼자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사건을 하나 둘 해결하면서 그의 이런 성향을 잘 이해해 주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오히려 그의 재능이 그에게 새로운 활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후지무라 주변의 친구들인 미하루, 미나키, 사토나카...... . 과연 앞으로 이들이 펼치는 학창 시절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왠지 이번 책 이후의 책들이 더 궁금해진다. 후지무라 시리즈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후지무라의 끊임없는 계속되는 속마음과의 싸움, 그리고 중얼거림... 오히려 그는 외적인 자극을 피하는 편이지만 내적으로는 몹시 극도의 긴장상태를 언제나 유지해오고 있다. 후지무라의 속삭임은 어쩔 때는 시끄럽기까지 하다. 왜 그렇게까지 생각해야 하는가?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다그쳐야 하는가? 후지무라의 과거,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아마 그 모습들은 작가인 니타도리만이 알고 있을 듯하다. 대인기피증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왠지 이 소설이 작은 위로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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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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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장편소설 |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작은 공이 굴러서 위태롭게 서 있는 무언가를 쓰러뜨린다. 책 앞표지는 그런 느낌이다. 아마도 소설의 전체적인 인상을 암시하는 듯한 표지이다. 과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모든 일들은 우연을 가장한 척 일어나는 것일까? 정말 필연적인 일이 있는 것일까? 못 피하는 운명 같은 것 말이다. 끔찍한 운명이라면 피하고 싶지만 제 발 앞의 구멍도 못 본 채 빠져들고야 마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은 운명이라면...... .

사건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청 공무원인 유미는 어느 날 전화를 받는다. 얄궂은 협박으로 한 여성의 개인정보를 어느 남성에게 넘기게 되고, 그 일로 인해 지하 아이돌 멤버 중 한 명이었던 오기쿠보 히토미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히토미는 스토커를 피해서 이사까지 왔건만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 일은 곧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만다. 한 공무원의 미성숙한 일 처리로 인해 개인정보가 범인한테 넘어갔다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유미는 직장에서 퇴직하고 만다. 이 일은 이렇게 해서 일단락이 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3년 후 유미에게 누군가가 찾아온다. 바로 예전 살인사건에 대해 검증해 보자면서 말이다. 그리고 인상적인 말을 하는데... 바로 유미가 범인에 의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우연은 아니었다는 것... 과연 이게 무슨 일인가? 유미와 아이돌 살인사건, 그리고 범인과의 인과관계는 무엇인지... 또 그녀를 찾아와서 대뜸 사건 현장 검증을 요구한 이 사람은 누구인지... 소설은 한 호흡으로 읽힌다. 역시 히라시노 게이고의 판단이 옳았다. 현실을 묘사하고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작가에 대한 칭찬...

요즘처럼 인간관계를 맺는 일이 쉽고도 어려운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 싫다고 해도 걱정, 좋다고 해도 걱정인 세상이다.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토킹 살인사건 전주환에 대한 사건 공판이 있었다. 나름 치밀한 준비를 하고 살인을 했지만 곧바로 덜미를 잡힌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남아있다. 이것뿐이 아니라 길을 가다가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망치는 피해자를 끝까지 쫓아가서 결국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세상엔 이렇듯 상상초월한 범죄들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있는 것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이돌과 팬의 관계설정이라는 면에서 영화 [성덕]이 생각났다. 한 남성 아이돌에 대해 진심으로 팬이었던 한 여성이 그 남성 아이돌이 끔찍한 범죄 사건의 가해자로 연루되자 자신이 팬이었던 것에 대해서도 일말의 가책을 느끼고, 책임감을 느끼는 그런 류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정말 팬에게 이런 상실감을 안겨주다 못해서 절망감까지 안겨주는 아이돌이라니 그 일생이 악연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 [악연]에서 새롭게 알게 된 존재는 지하 아이돌이라는 설정이었다. 일본에서는 아이돌 데뷔가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지하 아이돌은 소극장 콘서트 등을 개최하거나 길거리 노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그 팬들은 성인 남성들이 많다고 한다. 아마 작은 소규모이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아이돌의 이미지라서 그런지 팬들하고도 돈독하게 관계를 유지했을 것 같다.

잘못된 연으로 인해 범죄자의 희생양이 된 유미, 그리고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게 된 히토미...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억울한 사람들... 자신들 잘못이 아닌데 자신의 탓이라고 끊임없이 자책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비극은 결코 한 사람의 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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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르미날 1~2 - 전2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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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은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빠른 길은 바로 독서다. 그리고 인간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바로 잘 잊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것이 약점이라고도 할 수는 없지만... (슬픈 기억을 평생 갖고 있는 것만큼 불운한 일은 없기에...)

매일 배우고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배우고 깨달을 때 즐거움을 얻는다. 잊는 것은 잊는 것이고, 또 깨달을 때는 깨닫는 것이다. 에밀 졸라가 지금 우리 시대에게 주는 이 글은 다시금 깨닫으라는 당부의 글인 것 같다. 아직 일한 만큼의 공정한 대가를 받는 세상은 오지 않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일을 하지만 고작 손에는 몇 만 원이 주워질 뿐이고, 어떤 이는 놀면서도 돈을 번다. 돈이 또 돈을 벌어준다. 일, 즉 노동은 신성하지만 열매는 아직도 쓰다. 언제 노동의 단 열매를 맛볼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은 요원한 일이지만 최소한 격차를 줄이고자 작은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닌지... 그냥 희망?, 요원한 희망 사항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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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악마의 시 1~2 세트 - 전2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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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상에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느낀다. 반면 진실된 말 역시 어떤 이는 농담으로 여긴다. 그리고 어떤 때는 농담이 통하는 때가 있고, 그렇지 못한 때가 있다. 판단은 그때 그때 다르다. 오늘 내가 옳다고 여겨서 한 행동도 다음날 상황이 되면 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리다고나 해야할까...... . 과연 그런데 종교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까? 종교의 영역은 꽤 복잡하고 미묘하다. 어떤 이에게는 별일 아닌 것이 어떤 이에게는 땅이 꺼질 듯 치명적인 일이 되기도 한다. 그 판단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 하나는 이것 아닐까? 글과 말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의 행동과 태도로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 말이다. 말이 거짓 될 수 있는 것처럼 글도 거짓으로 씌여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만은 그렇지 않다. 부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말과 글로 상처입거나 판단되지 않길...... . 자신이 쓴 책으로 인해 끊임없이 살해위협을 당하고, 또한 이란 종교 지도자로 부터 사형선고를 당한 살만 루시디... 숙연해지는 그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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