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비결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세바스티안 라이트너 지음, 안미란 옮김 / 들녘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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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부법에 대해서 여러 책이 있다. 누구는 성공을 위한 열망, 의지를 강조하고

복습을 강조하기도 한다. 둘 다 맞다. 이 책의 저자 세바스티안 라이트너는

독일에서 공부법(학습법)에 대한 다 알고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해서

화제를 모았다.


 공부를 시작할 때, 똑똑한 머리 지능이라는 건 존재하기 때문에 적성에 안맞거나

장애물을 만나면 적성이 아니기 때문에, 재능이 없어서 저버리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학 실험에 나오는 고전적인 파블로프, 스키너의 실험을 다시 반복하며

현재 심리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지심리학에서 강조되지 않는 조건화의 중요성 역시

말해준다. 성공을 위한 조건화, 보상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10가지 배우는 비결은 다른 공부법 책들보다 현실성 있게 들린다.

엄청난 성공신화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부를 향한 동기는 결론적으로 크거나 작은

성공을 보상으로 필요로한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새롭게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해준다.


 학습을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운영하기는 들으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돈이 눈에 보이고 그 보상이 학습 후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집중을 제대로 못하는 나의 경우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저자는 학습카드를 이용하기를 원하는데. 5칸으로 나눈 세로 30cm 가로 11cm 높이 5cm

의 상자 속에 학습카드를 배열하면서 쉽게 외울 수 있는 것은 점점 뒤로 옮기고, 시간을 요하는 것은

계속 반복하게 함으로써 학습을 도운다. 이 방법은 꼭 필요한 것에 집중을 도우기 때문에 

기존에 학습카드를 이용하는 방식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문제를 설명을 이용하여 풀 수 있거나, 예측, 발명을 이용해 풀 수 있는 문제로 나뉜다. 설명은 단순히 정의를 묻는 왜? 라는 질문에 해답을 내놓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으며, 예측은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

 발명은 현실 속에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설을 세우고 이것을 검증하는 것으로 이 3가지의 해결 방법을 늘 연습하고 성격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지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학습을 다시 생각한다면 배우는 것을 내 것으로 익히는 습習의 과정도 중요하다. 이 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0.5초이다. 0.5초보다 빠른 것도 의미가 딱히 없다. 0.5초 내에 배운 것을 제대로 말하거나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머리를 감고 있는 사람을 영어로 표현하는 wash my hair라는 표현이 보자마자 나오는 것이다. 이 또한 학습의 반응속도로 익히고 있으면 꽤 유용한 지식이었다.


 한국식 제목으로 공부의 비결이라 번역한 듯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평생학습의 비결이다. (원제 So lernt man lernen은 So you learn to learn '배우는 것을 배우기'라 한다)뇌의 노쇠는 진행되지만 평생 배우는 것으로 그 정도를 줄일 수 있고,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통계는 단지 현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그 정도를 뛰어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한다. 


 천재를 만드는 비결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집중력과 공부를 반복하게 하는 기제를 차분히 또한 재미있고 위트있는 문체로 설명한 책이다. 한국의 수많은 자기계발서적이나 공부법 책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할 법한 이야기를 해주는 독일의 공부법 책을 알게 되어서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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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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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는 데 있어서 가장 끌렸던 것은 16인의 노벨상 수상자들이라는 것이었다. 세상에 대해 이제서야 소리를 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문학에 대해서 무지했다. 정작 이 작가들 중에서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오직 3명 뿐이었다. 하지만 책에 나온대로 사진을 실은 김에 그 밑에 한 문장이 필요했던 기획은 그들의 삶을 인터뷰한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진이 나타내는 그들의 현재 모습도 멋졌다. 책 속의 내용이라 하면 어떻게든 실제와는 멀리있고 왜인지 우리들의 현실과는 분리되는 세계에 살고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사진을 통해서 전해오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살고있는 장소, 도시, 국가의 분위기마저 생생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지했지만 그들은 16인의 유명한 문학상 수상자가 아니었다.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공통된 키워드는 반란자다. 삶을 고요하게 살아오지 않은 것이 그들이 그들을 반영하는 세계를 직접 지었던 원동력이었겠지만, 부당한 것에 분노하고 싸워오고 심지어 자국민에게 공격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수상자의 영예보다는 현실과 싸워오는 그들의 모습, 또한 사진을 통해 짠해오는 감정이 들었다. 

그들의 소설이 그들의 몸을 통해, 그들의 말을 통해 또한 들려온다. 그들이 꿰뚫었던 현실은

아직도 그들이 희망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노년의 작가에게마저도 너그럽지 않은 삶을 살지만

그들의 눈과 손을 찍은 사진은 그들만의 아우라를 전해준다. 또한 장수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던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답게 대부분이 노인이 되었지만 사진을 통해서 인터뷰를 통해서 이해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어떤 젊은이보다 더 생기있게 보인다.


 그래서 책의 권위에 억눌리기 싫지만, 흥미로운 그들의 삶과 문제의식 때문에 그들의 소설을

이제서야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아들 히카리를 감동을 전해주는 유명한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는 잠시 잊고 있었다가 다시 생각났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치열한

16인의 삶 중에서 가장 잔잔하고 여운이 깊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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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894년 여름 -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여행기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지음, 정현규 옮김, 한철호 감수 / 책과함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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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현재 생활속에 남아있지 않다. 우리를 가장 밑바탕에서 끌어안고 있는 사상은 공자의 유교사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이며 오히려 전통의 흔적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 광복을 맞이한 이후 전통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 끊어진 과거의 모습을 알기 보다는 현재의 다양한 것들을 알려고 했다.


 1894년은 정말 한반도의 운명이 급변하는 해였다. 동학 농민 운동이 일어낫으며 그것을 빌미삼아 커져버린 중국과 일본과의 전쟁을 또다시 한반도에서 보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한국사 책에서 학교에서 배운 바는 이와 같다. 그와중에 좀 더 세밀한 눈을 가진 다른 관찰자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그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던 우리의 과거의 민중, 일반 백성들의 모습을 알고 싶어서이다.


 자기객관화할 수 있도록, 과거의 잘못을 우리만의 눈으로는 완벽하게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오스트리아에서 힘든 길을 거쳐서 조선이라는 땅까지 당도한 한 모험정신이 뛰어난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이야기를 2012년 118년이 지난 후에 듣게 되었다. 이전에도 출판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 여행가의 눈이 아마 유럽화된 정신과 생활상을 가진 현재 우리들의 눈과 가장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원제, <Eine Sommerreise nach dem Lande der Morgenruhe 1894>는 <1894 아침의 조용한 나라로의 여름 여행>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나가사키를 통해 부산, 제물포를 거쳐 서울에 당도하기까지 그는 많은 불편함을 거쳤다. 그래서 그의 한국에 대한 적나라한 시선과 말에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세부적인 체제의 모순, 생활상, 복식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눈에 고마웠다.


 많은 책들이 당시 조선을 직접 방문한 것이 아니라 흘려듣는 것으로 소설에 가까운 책을 써낸 것에 반해 이 모험심 많은 저자는 많은 것을 직접 알려 했으며 보기를 원했다. 당시의 폐쇄적인 외교정책과 분위기로 인해 그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의 탐구심으로 인해 많은 보기 드문 객관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잊었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성공적이었다. 일부의 것은 당시 외국에 대해 개방정책을 취했던 일본의 변화로 인해 역사적 사실조차 의심스러워하는 면에서 살아있다면 직접 말해주고 싶지만 시의적절한 변화의 기회를 놓친 까닭에 중국과 일본에 대해 비교당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가 갖는 유럽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그가 말해주는 꽤 정확한 자료들을 놓치는 것은 섣부른 결정일 것이다. 당시의 복식과 국가를 지배하는 세도가의 비리에 대해 정확한 판단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당시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있었지만, 당시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옥죄는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우리는 이 당시 벌어진 뺴앗긴 주권에 대해 안타까워했지만 그보다도 일반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했던 조선의 무능력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를 묘사한 그의 말들이다. 넘치는 식욕과(중국인, 일본인들이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과는 달리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는 것) 건장한 체구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가지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었으며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남성들의 한가한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금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삶의 모습에서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글을 통해 떠올려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상상해보고 비교해보게 된다. 


 이 책이 갖는 것은 과거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 아니라 또한 다소는 쓰릴 수 있는 객관화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되었는가를 생각케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또한 세세한 것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저자의 꼼꼼함으로 인해 역사책을 꾸역꾸역 삼키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았던 1894년의 조선인들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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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 - 일생을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청춘의 독서법 80
센다 타쿠야 지음, 이지현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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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정말 가지고 싶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고 용감하게 외치는 제목도 끌렸고 게다가 이 책을 쓰게 된 저자는 대학 입학 이전에는 책을 단언하건데 1권도 안 읽었다고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저자가 어떻게 책에 빠지게 되고, 1억원의 돈을 써서 1만권을 읽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저자는 그가 대학 내내 읽은 1만 권의 도서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적일수도 또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의 다치바나 다카시 식의

독서에 관한 방법론 서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머릿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의 최종 목적은 독서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겪은 변화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 같다.


 책의 판형도 마음에 드는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빈약하다고

느낄 수 없다. 80가지의 독서법으로 책과 어떻게 만나는지 속도감 있는 필체로 써놨다

80가지가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문장력은 한 가지의 이야기 각각 

물흐르듯이 읽힌다. 또한 그가 제시한 독서법은 그동안 몰랐던 몇몇의 이야기들도 제시해서

독서 방법론류의 서적에 익숙한 독자들도 충분히 새롭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계발서적으로는 단순히 책만 읽어서 이 바쁘고 빨리 움직이는 세상을 따라잡겠냐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책을 읽어서 5장. 지식을 넘어, 성공으로 이어지는 독서법

6장. 책을 읽으면 평생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라고 주장한다.

책을 즐거움 삼아 읽는 사람들도 솔깃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책에 흥미를 읽은 누군가에게

동기부여를 해줄만큼 강한 메세지를 던짐과 동시에 책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방식을 벗어날 인생과 마주하는 독서법도 제시한다.


 인생을 책으로 배워나가는 그의 방식 중 나에게 새로웠던 부분은 

52 책을 너무 많이 구입해서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

26 좋아하는 저자의 입장이 되어 원고를 써보라 

30 저자의 약력에서 인간 관찰력을 기른다

34 지식독서법 - 세 권의 책을 비교해가며 읽는다

43 그저 그런 책을 근사한 책으로 바꾸는 능력

57 책의 띠지에서 돈이 되는 흐름을 발견한다

78 만나고 싶은 저자의 책을 전부 읽으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80 난독(?을 해도 자는 동안에 정리되어 남는다 

등이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주장들이 책을 읽는 새 쉼없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개인의 어려운 시기와 역경을 넘어서서 새로운 인생을 향한 코칭을 해주는

목차의 순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난 단순히 저자가 제시한 80가지의 방법들 중 

한 가지 주장만으로도 책 한 권의 주제가 될 정도로 밀도있다고 생각했다.


 저자 센다 타쿠야가 책을 쓴 와중에 SNS라는 내용이 본문에 나와서 찾아봤더니 작년 2011년에

출판된 책이다. 과거에는 2~3년 전 화제가 된 책을 번역했다면 이제는 번역의 주기도 빨라진

것 같다. 책과 멀리했던 그가 멋진 필력을 가진 저자가 된 이야기와 그 세세한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여타의 반복적인 주장과 방법론과 차별을 둔 책이라고 여겨졌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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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광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도쿄 일기 & 읽기
김정운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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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sbs TV 심야뉴스에서 인요한씨와 앵커와의 인터뷰를 보았다. 생방송이지만

그의 한국어 실력은 그냥 한국인이었다. 그가 나온 이유는 이제 한국 국적을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것이었다. 5대째 한국에 살면서 선교, 봉사, 북한 지원 활동을 해온 것이었다.

그가 한국 국적을 받은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살다보면 사람사는 맛이 있다는 그 이야기가

나는 한국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표현보다 진심으로 들렸다.


 한국 사회에서 살다보면 이것저것 부조리함에 불만이 터져 나오게된다. 하지만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입국해본 사람들이라면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한국은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며칠간의 여행에서도 그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다.  


 일본을 바라보는 나의 입장은 그래서 미묘하다. 일본은 확실히 살기 좋은 나라이다. 하지만

과거 억압적으로 식민통치를 지배당한 국가의 상처는 이상하게도 그 세대를 전혀 기억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삶이 좋다라고도 말하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환상은 일본땅을 밟고 난 후에 실체를 경험함으로써 조금 사라지고

또 새로운 호기심으로 지식의 결핍을 불러온다 


최근 '힐링캠프'에서의 방송으로.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남자의 물건'으로 화제가 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과거 책이다. 당시에도 바쁜 일상에 쫓긴 그가 일본에 가서 취한

안식년동안 그가 가진 일본에 대한 분석책이다. 현재 그들의 앞서나간 경제에 대한 열등감은

충분히 많이 상쇄되긴 했지만, 그동안 애니메이션과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화산업으로 나타난 

그들의 문화경쟁력은 끊임없이 분석되어왔다.


 산업적 이해를 제외하면 그들의 순수한 문화는 '일본은 없다' 등의 도서 등으로 설명되었다. 

다들 일본에 대한 맹목적 시선은 나타내지 않았지만 지적호기심으로 나타나는 간접적인

호기심은 그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올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열의가 한 풀 꺾인 그 당시 왜 제목을 일본열광으로 지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다른 저서들은 묘한 거부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을 쓰기는 하지만 

이건 너무 거부감이 든다.('일본은 없다'등의 부정적 제목을 생각해보자면_

 하지만 책 내용을 보면 그의 이야기와 그가 내놓는 해석에 고개를 조금씩 끄덕거리게 된다.


 그가 제목에서 인지부조화적인 심리적 효과를 만들었다면, 책 내용에서는 

'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들은 하얀 팬티를 입는 것일까?'

러브호텔, 불륜기차, 결핍의 정원 등 하나같이 인간의 숨기고 싶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소재들로 글을 엮어나간다. 문화적 다양성이 이상한 형태로 존재하는 나라에서 

약간 변태로 비칠 수 있는 호기심은 그러나 일본 문화를 기존의 설명이 

그려내지 않은 시선으로 그 맥락을 이야기한다.


 그는 정말 책을 쉽게 잘 쓰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지루해지는 타이밍과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는 그 접점, 연결이 매우 자유스럽다.

그래서 엄숙하게 읽을 필요도 없다. 최근에 내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쉽게 읽었다.

그러나 그 내용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도덕적 마조히즘, 아버지를 죽이지 못한

그들의 문화, 그리고 결핍으로 문화적 동력을 가진 신기한 국가인 일본.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 왜 학원 공포물이 인기를 끄는지(나는 일본의 이토준지 만화를 좋아한다)

그 근원적 이유 또한 설명한다.


 모두의 시선을 잡아끄는 소재로 시작한 이야기는 일본인의 미성숙함, 결핍, 부재를

이야기한다. 그의 설명방식은 비고츠키와 프로이드로 설명된다. 이 두 학자의 

이론을 이해하고 있더라도 그가 해주는 그만의 설명은 그래도 흥미롭다. 또한 그가 

일본에서 찍은 사진 곳곳은 그가 머무는 시선의 호기심을 적절하게 드러내주는

좋은 장치이다. 이 책을 보면 이규형씨가 쓴 일본에 관한 도서들이 왠지 떠오른다.


 이러한 프로이트식 해석방식이 일본처럼 잘 먹히는 국가가 없다는 그의 말에 

수긍한다.그래서 문화심리학자인 그의 이야기는 쉽게 전해진다. 독일에서 또한 

수학을 마친 진중권이 제시하는 파격적인 한국인에 대한 해석인 '호모 코레아니쿠스'와는 

정반대의 감정으로 읽을 수 있다. 진중권이 이야기하는 한국인은 읽기만 해도 적나라한 곳을 

지적당해 아프고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면, 그런 감정적 인식에서 벗어난 일본인에 대한 우리의

적절한 호기심은 학문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것을 자연스럽게 허락한다.


 TV를 보면서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약간 변태스러운 학자, 이경규가 말하는 사짜 느낌도

조금 나지만 그의 분석은 일본을 보면서 느낀 약간의 당황스러움,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듯한 이상한 일들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적절히 잠재우고, 그만의 쉽고 공감이 가는 문체로

재미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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