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894년 여름 -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여행기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지음, 정현규 옮김, 한철호 감수 / 책과함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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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현재 생활속에 남아있지 않다. 우리를 가장 밑바탕에서 끌어안고 있는 사상은 공자의 유교사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이며 오히려 전통의 흔적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 광복을 맞이한 이후 전통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 끊어진 과거의 모습을 알기 보다는 현재의 다양한 것들을 알려고 했다.


 1894년은 정말 한반도의 운명이 급변하는 해였다. 동학 농민 운동이 일어낫으며 그것을 빌미삼아 커져버린 중국과 일본과의 전쟁을 또다시 한반도에서 보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한국사 책에서 학교에서 배운 바는 이와 같다. 그와중에 좀 더 세밀한 눈을 가진 다른 관찰자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그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던 우리의 과거의 민중, 일반 백성들의 모습을 알고 싶어서이다.


 자기객관화할 수 있도록, 과거의 잘못을 우리만의 눈으로는 완벽하게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오스트리아에서 힘든 길을 거쳐서 조선이라는 땅까지 당도한 한 모험정신이 뛰어난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이야기를 2012년 118년이 지난 후에 듣게 되었다. 이전에도 출판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 여행가의 눈이 아마 유럽화된 정신과 생활상을 가진 현재 우리들의 눈과 가장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원제, <Eine Sommerreise nach dem Lande der Morgenruhe 1894>는 <1894 아침의 조용한 나라로의 여름 여행>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나가사키를 통해 부산, 제물포를 거쳐 서울에 당도하기까지 그는 많은 불편함을 거쳤다. 그래서 그의 한국에 대한 적나라한 시선과 말에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세부적인 체제의 모순, 생활상, 복식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눈에 고마웠다.


 많은 책들이 당시 조선을 직접 방문한 것이 아니라 흘려듣는 것으로 소설에 가까운 책을 써낸 것에 반해 이 모험심 많은 저자는 많은 것을 직접 알려 했으며 보기를 원했다. 당시의 폐쇄적인 외교정책과 분위기로 인해 그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의 탐구심으로 인해 많은 보기 드문 객관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잊었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성공적이었다. 일부의 것은 당시 외국에 대해 개방정책을 취했던 일본의 변화로 인해 역사적 사실조차 의심스러워하는 면에서 살아있다면 직접 말해주고 싶지만 시의적절한 변화의 기회를 놓친 까닭에 중국과 일본에 대해 비교당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가 갖는 유럽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그가 말해주는 꽤 정확한 자료들을 놓치는 것은 섣부른 결정일 것이다. 당시의 복식과 국가를 지배하는 세도가의 비리에 대해 정확한 판단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당시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있었지만, 당시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옥죄는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우리는 이 당시 벌어진 뺴앗긴 주권에 대해 안타까워했지만 그보다도 일반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했던 조선의 무능력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를 묘사한 그의 말들이다. 넘치는 식욕과(중국인, 일본인들이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과는 달리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는 것) 건장한 체구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가지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었으며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남성들의 한가한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금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삶의 모습에서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글을 통해 떠올려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상상해보고 비교해보게 된다. 


 이 책이 갖는 것은 과거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 아니라 또한 다소는 쓰릴 수 있는 객관화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되었는가를 생각케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또한 세세한 것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저자의 꼼꼼함으로 인해 역사책을 꾸역꾸역 삼키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았던 1894년의 조선인들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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