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광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도쿄 일기 & 읽기
김정운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sbs TV 심야뉴스에서 인요한씨와 앵커와의 인터뷰를 보았다. 생방송이지만

그의 한국어 실력은 그냥 한국인이었다. 그가 나온 이유는 이제 한국 국적을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것이었다. 5대째 한국에 살면서 선교, 봉사, 북한 지원 활동을 해온 것이었다.

그가 한국 국적을 받은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살다보면 사람사는 맛이 있다는 그 이야기가

나는 한국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표현보다 진심으로 들렸다.


 한국 사회에서 살다보면 이것저것 부조리함에 불만이 터져 나오게된다. 하지만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입국해본 사람들이라면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한국은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며칠간의 여행에서도 그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다.  


 일본을 바라보는 나의 입장은 그래서 미묘하다. 일본은 확실히 살기 좋은 나라이다. 하지만

과거 억압적으로 식민통치를 지배당한 국가의 상처는 이상하게도 그 세대를 전혀 기억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삶이 좋다라고도 말하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환상은 일본땅을 밟고 난 후에 실체를 경험함으로써 조금 사라지고

또 새로운 호기심으로 지식의 결핍을 불러온다 


최근 '힐링캠프'에서의 방송으로.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남자의 물건'으로 화제가 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과거 책이다. 당시에도 바쁜 일상에 쫓긴 그가 일본에 가서 취한

안식년동안 그가 가진 일본에 대한 분석책이다. 현재 그들의 앞서나간 경제에 대한 열등감은

충분히 많이 상쇄되긴 했지만, 그동안 애니메이션과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화산업으로 나타난 

그들의 문화경쟁력은 끊임없이 분석되어왔다.


 산업적 이해를 제외하면 그들의 순수한 문화는 '일본은 없다' 등의 도서 등으로 설명되었다. 

다들 일본에 대한 맹목적 시선은 나타내지 않았지만 지적호기심으로 나타나는 간접적인

호기심은 그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올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열의가 한 풀 꺾인 그 당시 왜 제목을 일본열광으로 지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다른 저서들은 묘한 거부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을 쓰기는 하지만 

이건 너무 거부감이 든다.('일본은 없다'등의 부정적 제목을 생각해보자면_

 하지만 책 내용을 보면 그의 이야기와 그가 내놓는 해석에 고개를 조금씩 끄덕거리게 된다.


 그가 제목에서 인지부조화적인 심리적 효과를 만들었다면, 책 내용에서는 

'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들은 하얀 팬티를 입는 것일까?'

러브호텔, 불륜기차, 결핍의 정원 등 하나같이 인간의 숨기고 싶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소재들로 글을 엮어나간다. 문화적 다양성이 이상한 형태로 존재하는 나라에서 

약간 변태로 비칠 수 있는 호기심은 그러나 일본 문화를 기존의 설명이 

그려내지 않은 시선으로 그 맥락을 이야기한다.


 그는 정말 책을 쉽게 잘 쓰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지루해지는 타이밍과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는 그 접점, 연결이 매우 자유스럽다.

그래서 엄숙하게 읽을 필요도 없다. 최근에 내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쉽게 읽었다.

그러나 그 내용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도덕적 마조히즘, 아버지를 죽이지 못한

그들의 문화, 그리고 결핍으로 문화적 동력을 가진 신기한 국가인 일본.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 왜 학원 공포물이 인기를 끄는지(나는 일본의 이토준지 만화를 좋아한다)

그 근원적 이유 또한 설명한다.


 모두의 시선을 잡아끄는 소재로 시작한 이야기는 일본인의 미성숙함, 결핍, 부재를

이야기한다. 그의 설명방식은 비고츠키와 프로이드로 설명된다. 이 두 학자의 

이론을 이해하고 있더라도 그가 해주는 그만의 설명은 그래도 흥미롭다. 또한 그가 

일본에서 찍은 사진 곳곳은 그가 머무는 시선의 호기심을 적절하게 드러내주는

좋은 장치이다. 이 책을 보면 이규형씨가 쓴 일본에 관한 도서들이 왠지 떠오른다.


 이러한 프로이트식 해석방식이 일본처럼 잘 먹히는 국가가 없다는 그의 말에 

수긍한다.그래서 문화심리학자인 그의 이야기는 쉽게 전해진다. 독일에서 또한 

수학을 마친 진중권이 제시하는 파격적인 한국인에 대한 해석인 '호모 코레아니쿠스'와는 

정반대의 감정으로 읽을 수 있다. 진중권이 이야기하는 한국인은 읽기만 해도 적나라한 곳을 

지적당해 아프고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면, 그런 감정적 인식에서 벗어난 일본인에 대한 우리의

적절한 호기심은 학문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것을 자연스럽게 허락한다.


 TV를 보면서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약간 변태스러운 학자, 이경규가 말하는 사짜 느낌도

조금 나지만 그의 분석은 일본을 보면서 느낀 약간의 당황스러움,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듯한 이상한 일들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적절히 잠재우고, 그만의 쉽고 공감이 가는 문체로

재미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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