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는 내 의지와 다소 관계없이 읽었던 책들이다.
물론 그 책들 모두 현대 철학 및 논문을 써야하는 내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책들이지만
당장 읽고 싶었던 책들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2월에는 다소 하스스톤에 정신을 빼앗기며 공부를 안하기는 했지만
뒤늦게 noo-politics라는 이상한 용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고심하며, cortex와 axon,
dendrite를 배웠던 것을 떠올리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괜시리 발동했다.
그래서 유시민의 정치카페를 들으며 충동구매했던 <김대식의 빅퀘스천>을
시험 대비 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보았다.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인정받는 학자이면서 다른 분야에 사람이 보기에도
인문학적 지식이 충만한 과학자의 글쓰기는 너무 부러웠다. 사건의 본질적 핵심을 잘 건드리며
과학이 갖는 장점인 미래 사회에 대한 기술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점에
철학이 하는 역할은 다소 무력하기도 한 것 같다.
현실과 분리된 체계의 정합성만을 논의하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별로 추구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과학기술로 인해 사회의 부, 소유, 민주주의, 생활방식, 생명이 변화할진데
현실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는 논박은 사회에 실질적으로 무슨 정치적 효과를 던질 지
의심스럽다.
새로운 지식이 더해지는 중이라서 뉴턴의 프린키피아처럼 완전한 체계를 서술하는 작업보다는
새로운 진리가 검증받고 추가되는 생성하는 과정으로서의 과학에 대한 지식을 흡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생각해보고 미래 사회에 대한 예상 및 위상변화를
감지해보고 싶다.
김대식의 빅퀘스천은 별 5개를 모두 주고 싶다.
러셀의 과학의 미래는 별 4개. 당시 시대의 과학적 발견에 비해 현대의 과학적 진리는
그의 글에 의문을 품게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러셀의 재기넘치는 문체와 통찰 때문에
책을 꼼꼼하게 보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2를 사면서 내 독서 습관도 많이 바뀌었는데, 정말 중요하고 내 주의가 수반되어야 하는 책의 부분은
타이핑을 치고, 아니면 camscanner로 사진 찍는다.
또 이제 논문 작성을 하려면 책을 많이 빌려야 해서 무슨 책을 빌려야하나 생각하면서
도서관 대출내역을 꾸준히 봤는데 빌리기만 해놓고 안 본 책이 90% 넘는다.
정작 봐야할 책은 2년 반 동안 3번 빌리고 읽다가 말아서 안타까운데,
그 책은 T. Lemke의 <Biopolitics-an advanced introduction>이다. 그래서 또 4번째 빌릴 예정이다.
어쨌든 대출내역을 보며 다시 빌릴 책을 정리하니 18여 권정도 된다.
논문도 다 찾아서 정리하고, 책도 다 일괄해야하니 참 할 일은 많다.
과학 관련 도서를 빌리는 것은 아마 지금 해야할 일을 안하기 위한 반발적 독서일진데
그래도 급변하는 현실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독서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예정이다.
또 느낀 건 러셀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과학자 김대식의 차이는
문체의 정합성이나 재기넘침, 심도의 깊이가 다르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