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숲, 길을 묻다 네이버 캐스트 철학의 숲
박일호 외 지음 / 풀빛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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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캐스트에 연재된 철학의 숲 중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근대철학까지 연재된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철학사를 알아가는 수많은 책 중의 하나이다.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면 철학사의 인물 중심으로 핵심이 되는 질문과 사상을 조금 더 많이, 입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는 것이다.


 애초에 내가 네이버캐스트에 연재된 한 철학자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는 화가 나면서 짜증도 났다. 아마 현대철학자에 대한 글 같은데, 포털 사이트에 연재된 수준 치고는 너무나 난해해서이다. 이 연재물의 의도는 아마 대중에게 철학을 쉽게 안내하려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쉽게 인도하는 길마저 따라가지 못하는 독해력에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는 대신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다시 읽어본 철학의 숲은 정말 재밌다. 네이버에 연재된 기획물은 각 인물 중심으로 수록되어 있다면 이 책은 각 시대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들어있는데 구성과 설명 이유가 명확하게 들어있고 인물 중심의 철학 속에서(철학자들은 아마 철학의 숲이 각 나무에 해당할 것이다)방향과 중요한 문제를 잊기 쉬운데 그 흐름을 잊지 않게 한다. 내 기준에는 고대 철학을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철학을 통해 플라톤의 철학관이 형성되었다는 것이 충분히 이해간다.


 4인의 저자가 각 인물을 담당했기 때문에 아마 일관성이 떨어지기 쉽다고 생각했는데 한 권의 책으로 보니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이 담겨있어서 일관성이나 수준의 차이는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을 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의 맥락을 놓치지 않고 해결되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 아포리아를 끝까지 주시하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근대 합리론과 경험론을 새롭게 완성하려 한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 독일 관념론의 철학자와 19세기 철학자까지 다 수록되지 못한 것이다. 이후의 철학사는 이 기획물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이었던 서동욱의 <철학 연습>에서 현대철학까지 그 맥락을 볼 수는 있지만, 독일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역시 빠져있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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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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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로쟈라는 인물은 방송통신대학교 TV OUN에 나오는 '책을 삼킨 TV'에서였다. 20여분간 한 책을 놓고 이야기하는 그는 왠만한 책은 까내렸으며 보통 비평의 이유가 꽤 합당하고 납득이 가서 호감을 가지지도 반감을 가지지도 않았다. 늘 그를 소개하는 말이 유명한 블로거이며 로쟈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그래서 그가 러시아문학을 전공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알라딘 서재에서 나중에 읽는 글은 그가 보통 수준의 블로거는 아니라는 생각이 한순간에 들게했다. 그가 전문가로서 가지는 학문의 수준이 일반의 블로그가 가지는 이야기의 질을 넘어선다는 것은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불렀다.


 이 책, 400쪽이 되지만 한순간에 넘기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어줍잖게 라캉, 들뢰즈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철학 페이퍼는 넘겼지만(그가 어떻게 들뢰즈나 데리다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고 있는지 경이감이 들었다) 나 또한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또한 번역서에 대한 짜증과 안타까움이 섞인 마지막 페이퍼는 그나마 쉽게 읽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지젝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거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아서 그가 말하는 '인문학 서재'에 가장 적합한 이 책의 컨텐츠가 아니었나 싶다. 'MTV철학자'라는 누군가의 조소 섞인 별명이 말하듯 대중을 향해 말하는 괴물을 향한 접근을 조금 쉽게 해주었다.그리고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유학을 다녀온 그가 경험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러시아 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일반의 영미권 학자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포착한다는 점 또한 좋았다.


 이 책을 이해하는 독서력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나의 독서력이 그 벽을 넘기에는 지금은 미약하다. 그의 말은 비문이 아니라서 이해하기가 명쾌하지만, 서문에서 그가 클라시쿠스와 김구의 글을 이야기하며 한껏 띄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고양된 나의 의식은 종종 시험에 들게되었다. 


 이 책은 즐길 수 있는 책이었는가? 단순하게 오락적인 재미는 없었지만(공감할 부분이 적었다) 올라갈 산이 높다는 과제를 안기면서 하나의 즐길거리의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현재보다 앞으로 즐길 수 있을 책이라는 말로 미완의 대답을 남기게 된다. 그는 겸손하게 10년만 넘기면 자기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날이 올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 책이 내용보다 형식이 낯설다는 점에서 다소 현학적이라는 점에서 책의 가치를 까내릴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인문학 책을 두고 그가 '책을 삼킨 TV'에서 '읽어볼 만한 책의 목록'의 수준이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이제서야 그게 자랑이 아니고 자기가 느끼는 바 그대로라는 것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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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읽는 현대 철학 - 30개의 키워드로 현대 철학의 핵심을 읽는다
남경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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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를 다루는 철학은 여지껏 철학사에 있어서 가장 혼란스러운 다양한 사상들을 말하고 있다. 경험론, 합리론, 중세철학, 근대철학, 관념론 등 이제껏 철학사는 그나마 주된 흐름 속에서 이해가능했다. 하지만 19세기를 넘어서 현대에 다다르는 철학은 혼란 그 자체이다.


 이성과 주체를 반박하는 현대철학은 우리가 사는 동시대를 비판하고 이전 시대마저 비판하지만 막상 뚜렷하거나 확실한 해답보다는 과정으로서의 철학, 그리고 완결되지 않은 주장을 편다. 확실함 보다는 차이, 그리고 관계, 상호작용을 내세우며 공통된 담론보다는 담론이 형성되는 권력을 경계하며 각자가 보는 다양한 분야를 내세운다. 아직 통합은 철학을 마주하는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수많은 담론을 대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이제껏 철학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의 31명의 사상가를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상가로 말하는 것은 순수한 철학자가 아닌 정신분석가, 언어학자, 과학자들도 현대철학의 범위에 포함된 사상을 말했기 때문이다. 


 어려움과 난해함이 가득하다면 이를 도와줄 책이 필요하다. <철학>,<개념어 사전>, <종횡무진 서양사> 시리즈 등을 집필한 남경태 작가의 이 책은 완벽한 요약은 아니겠지만, 각 철학자들을 이해할 핵심 개념이나 맥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나름대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니체나 라캉, 내 기준에서는 매우 어려워서 접근할 엄두도 안나는 철학가들에 대한 이해할 만한 설명을 들었다.  부르디외나 내가 그나마 이해하는 몇몇 사상가들은 내가 이해했던 만큼의 임팩트 있는 사상의 설명이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책을 읽고나서는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다(현대철학에 관한 다른 추천할만한 도서는 <현대철학의 모험>인데 철학아카데미에서 발간한 책이다. 현재 한 유명 인터넷쇼핑몰에서만 구매 가능하고 절판이다. 도서관에서 찾아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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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2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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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1>과 연이어서 그리고 두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었기 때문에 내게는 연작으로 느껴진다. 1권에서 끝난 여정은 쾨니히스베르크, 베를린, 런던, 바젤 그리고 시대를 건너서 아테네, 그리고 중세의 도시까지 이어진다.


 반드시 시간순서, 그리고 연속된 느낌을 기대하지 않아도 좋다. 이번 책에서는 칸트의 선험적이라는 개념을 애써서 써놓은 작가의 열의가 느껴져서 좋았고(비록 쉽지는 않더라도) 헤겔과 니체를 기존의 도식적 정의가 아니라 절정기가 꼭 아니라해도 그 배경을 읽어내는 것이 좋았다 기존 역사서술의 주인공은 인물이지 도시가 아니었던 것처럼 이 책에서 강조하는 도시 역시 철학을 이해하는 배경으로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피렌체와 아테네를 이어서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1권의 피렌체, 2권의 아테네) 그리고 또한 왜 여정이 중세에서 마무리되었는지 미리 예상하고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동안 암흑시대로만 이해되었던 중세가 과연 어두움만 있었을지 그리고 그 혼돈의 과정과 현대의 철학은 반대편에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두 시대에서 우리가 철학에 대해서 가지는 혼돈은 공통점이라해도 좋을 것 같다.


책을 맨 처음 접했을 적과 다른 것은 도시에 모인 철학자가 경험한 세계를 조금 알게 된 것이다. 베를린의 자유와 분단 이후의 상황이 헤겔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고풍스러운 모습을 담은, 또한 박물관과 갤러리를 자유스럽게 드나들며 열린 공간인 공원이 인상깊던 런던과 그 발전과정의 그림자를 목격한 마르크스는 무슨 관계였는지 그 흔적이 어떻게 남게 되었고 변화해가는지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예상해보게 된 재미도 생긴 것 같다.


 철학의 여정은 다시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를 되묻게 된다.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혹은 가까워진 어느 나라의 한 도시의, 지금의 상황은 우리의 철학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꼭 대표적인 인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후대의 누군가가 이해할만한 지적 유산이나 희망을 보여주고 있을지 또한 절망 속에서의 또다른 사상이 피어날 준비가 된 곳인지 상상해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읽은 것은 시대의 변화, 전환이 일어난 도시공간의 상황과 그 상황을 현명하게 읽어내었던 누군가의 생각과 그 미래를 목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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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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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학계보다 언론계에서 더욱 활약을 많이 한, 그렇다고 해서 한동안은 그 어느 곳에도 고정되어있지 않은 인물이다. 독일에서 미학 박사학위를 수료하고 오기는 했지만, 그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대학교수의 근엄함이 아니다. 오히려 배틀필드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그의 전투력이 그에 대해 시선을 집중하게 했다.


 단순히 키워드 워리어가 아니었던 날카롭고도 언짢게 하는 그의 어투는 플라톤이 한 말을 반박하기 위해 닭털을 뽑고서 두발로 걸어가는 닭을 인간이라 칭한(호모 플라토니쿠스) 디오게네스를 닮았다. 밝은 대낮에 등불을 키고 진정한 인간을 찾는 퍼포먼스를 행한 디오게네스를 인터넷에서, 지금은 트위터에서 활보하는 그에게서 본다.


 그는 미학자이지만 학계에 고정된 적을 둔 것은 최근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취임하면서부터인 것 같고 오히려 나는 그가 철학자(아무도 심각하게 그리 생각하지는 않았지만)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통해서, 그의 미학자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던 미학 대중서 <미학 오디세이>,<놀이, 예술 그리고 상상력>,<교수대 위의 까치>를 읽으면서 그의 필력, 새롭게 해석하는 그의 눈을 부러워했고 정재승 교수와 함께 쓴 <크로스> 를 읽으며 더욱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책을 읽은 이후에 그가 말하는 본격적인 철학적 이야기를 그래서 고대하게 되었다. 철학에 대해서 무비판적인 이성은 정말 경계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의 이야기와 수준은 정말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씨네 21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ICON>은 내 기대에 부응한 책이다.


 그가 이 책을 내게 된 이유도 상당히 계몽적인데, 아이콘을 통해 복잡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게 이해했으면 한다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그가 목차를 편찬한 분류를 따라가면, 현대철학의 책 이름과도 비슷하고 이전 저서와는 다른 방향의 밀도있는 이야기도 쏟아진다.(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도 이전 도서와 달리 상당히 밀도있다)


 그래서 책은 사놓았고 한 번 읽었지만 쏟아져내리는 철학자의 이름과 생소한 철학적 개념 때문에 자신있게 이해한다고 말하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최근에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터넷에 게시된 씨네 21의 칼럼을 최근 것까지 다 읽으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느꼈다.


 그가 이야기하는 철학은 차별성이 있다. 그가 단순히 철학적인 눈을 가졌다는 것, 그것 때문은 아니라 그가 기본적으로는 미학자라는 것, 그리고 디오게네스처럼 사람들에 대한 냉소를 가지고 또한 소크라테스처럼 거리, 지금은 트위터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그가 가진 학문의 내공이 잘 발휘되게 하는 글빨도 있다는 것이 그가 내놓는 책에 많이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이 책은 스테디셀러가 될 것 같은데, 그가 많이 먹는 욕만큼 그의 책이 인기가 없다는 게 조금 신기하다. 화제는 덜 되었고, 그 이유는 이 책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생소한 개념어는 가끔씩 들추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없이 떠오르는 사실과 해석 속에, 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철학적 아이콘을 몇 개라도 추리다보면 현상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만화경을 얻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내게 새로운 만화경은 구토를 진리를 판단하는, 이성과는 또다른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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