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내게 로쟈라는 인물은 방송통신대학교 TV OUN에 나오는 '책을 삼킨 TV'에서였다. 20여분간 한 책을 놓고 이야기하는 그는 왠만한 책은 까내렸으며 보통 비평의 이유가 꽤 합당하고 납득이 가서 호감을 가지지도 반감을 가지지도 않았다. 늘 그를 소개하는 말이 유명한 블로거이며 로쟈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그래서 그가 러시아문학을 전공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알라딘 서재에서 나중에 읽는 글은 그가 보통 수준의 블로거는 아니라는 생각이 한순간에 들게했다. 그가 전문가로서 가지는 학문의 수준이 일반의 블로그가 가지는 이야기의 질을 넘어선다는 것은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불렀다.


 이 책, 400쪽이 되지만 한순간에 넘기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어줍잖게 라캉, 들뢰즈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철학 페이퍼는 넘겼지만(그가 어떻게 들뢰즈나 데리다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고 있는지 경이감이 들었다) 나 또한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또한 번역서에 대한 짜증과 안타까움이 섞인 마지막 페이퍼는 그나마 쉽게 읽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지젝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거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아서 그가 말하는 '인문학 서재'에 가장 적합한 이 책의 컨텐츠가 아니었나 싶다. 'MTV철학자'라는 누군가의 조소 섞인 별명이 말하듯 대중을 향해 말하는 괴물을 향한 접근을 조금 쉽게 해주었다.그리고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유학을 다녀온 그가 경험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러시아 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일반의 영미권 학자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포착한다는 점 또한 좋았다.


 이 책을 이해하는 독서력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나의 독서력이 그 벽을 넘기에는 지금은 미약하다. 그의 말은 비문이 아니라서 이해하기가 명쾌하지만, 서문에서 그가 클라시쿠스와 김구의 글을 이야기하며 한껏 띄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고양된 나의 의식은 종종 시험에 들게되었다. 


 이 책은 즐길 수 있는 책이었는가? 단순하게 오락적인 재미는 없었지만(공감할 부분이 적었다) 올라갈 산이 높다는 과제를 안기면서 하나의 즐길거리의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현재보다 앞으로 즐길 수 있을 책이라는 말로 미완의 대답을 남기게 된다. 그는 겸손하게 10년만 넘기면 자기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날이 올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 책이 내용보다 형식이 낯설다는 점에서 다소 현학적이라는 점에서 책의 가치를 까내릴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인문학 책을 두고 그가 '책을 삼킨 TV'에서 '읽어볼 만한 책의 목록'의 수준이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이제서야 그게 자랑이 아니고 자기가 느끼는 바 그대로라는 것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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