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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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학계보다 언론계에서 더욱 활약을 많이 한, 그렇다고 해서 한동안은 그 어느 곳에도 고정되어있지 않은 인물이다. 독일에서 미학 박사학위를 수료하고 오기는 했지만, 그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대학교수의 근엄함이 아니다. 오히려 배틀필드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그의 전투력이 그에 대해 시선을 집중하게 했다.


 단순히 키워드 워리어가 아니었던 날카롭고도 언짢게 하는 그의 어투는 플라톤이 한 말을 반박하기 위해 닭털을 뽑고서 두발로 걸어가는 닭을 인간이라 칭한(호모 플라토니쿠스) 디오게네스를 닮았다. 밝은 대낮에 등불을 키고 진정한 인간을 찾는 퍼포먼스를 행한 디오게네스를 인터넷에서, 지금은 트위터에서 활보하는 그에게서 본다.


 그는 미학자이지만 학계에 고정된 적을 둔 것은 최근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취임하면서부터인 것 같고 오히려 나는 그가 철학자(아무도 심각하게 그리 생각하지는 않았지만)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통해서, 그의 미학자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던 미학 대중서 <미학 오디세이>,<놀이, 예술 그리고 상상력>,<교수대 위의 까치>를 읽으면서 그의 필력, 새롭게 해석하는 그의 눈을 부러워했고 정재승 교수와 함께 쓴 <크로스> 를 읽으며 더욱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책을 읽은 이후에 그가 말하는 본격적인 철학적 이야기를 그래서 고대하게 되었다. 철학에 대해서 무비판적인 이성은 정말 경계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의 이야기와 수준은 정말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씨네 21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ICON>은 내 기대에 부응한 책이다.


 그가 이 책을 내게 된 이유도 상당히 계몽적인데, 아이콘을 통해 복잡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게 이해했으면 한다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그가 목차를 편찬한 분류를 따라가면, 현대철학의 책 이름과도 비슷하고 이전 저서와는 다른 방향의 밀도있는 이야기도 쏟아진다.(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도 이전 도서와 달리 상당히 밀도있다)


 그래서 책은 사놓았고 한 번 읽었지만 쏟아져내리는 철학자의 이름과 생소한 철학적 개념 때문에 자신있게 이해한다고 말하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최근에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터넷에 게시된 씨네 21의 칼럼을 최근 것까지 다 읽으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느꼈다.


 그가 이야기하는 철학은 차별성이 있다. 그가 단순히 철학적인 눈을 가졌다는 것, 그것 때문은 아니라 그가 기본적으로는 미학자라는 것, 그리고 디오게네스처럼 사람들에 대한 냉소를 가지고 또한 소크라테스처럼 거리, 지금은 트위터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그가 가진 학문의 내공이 잘 발휘되게 하는 글빨도 있다는 것이 그가 내놓는 책에 많이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이 책은 스테디셀러가 될 것 같은데, 그가 많이 먹는 욕만큼 그의 책이 인기가 없다는 게 조금 신기하다. 화제는 덜 되었고, 그 이유는 이 책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생소한 개념어는 가끔씩 들추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없이 떠오르는 사실과 해석 속에, 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철학적 아이콘을 몇 개라도 추리다보면 현상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만화경을 얻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내게 새로운 만화경은 구토를 진리를 판단하는, 이성과는 또다른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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