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철학 - 니체를 읽는 아홉 가지 키워드
이수영 지음 / 동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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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에 대해서 궁금했다기보다 '명랑철학'이라는 모순형용적 어법에 호기심이 끌려서 읽게 되었다. 그래서 니체에 대한 책이란 걸 알게된 것은 그 다음이다. 니체에 대해서는 초반에 나오다시피 오해가 진실을 가리고 있다. 


 나도 또한 어줍잖게 들어온 초인과 권력에의 의지라는 니체의 개념에 대해, 이상이나 환상을 좇는 추상적인 사유를 하는 철학자인 줄 알았다. 그닥 논리적이지 않은 서술에 이성이 주가 되는 철학을 좇던 개괄적인 내용 외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증오, 위계, 양심의 가책, 사유, 질병, 공부 등의 키워드를 대상으로 하여 풀어나가는 니체의 이야기는 사실 솔직히 어렵다. 철학에 다가가기 위해서 원전보다는 2차 저작물을 많이 접해온 나는 이해하기 위해 경계하고 머리를 많이 굴려야 했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니체의 사상이 복합적이고 많은 비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석도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활자를 마주하는 순간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말로 나를 속이려는 지적 허영이 아닌가하면서 계속 읽고, 쉬는 과정중에 내가 이해하는 폭이 조금씩 넓어지는 걸 느낀다.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을 속여온 그 내면의 것을 파헤치기 위해 모순적인 구성을 취하는 가 싶지만,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때로는 그 경계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낯설고 혼란스럽다.


 지금도 내가 이해하는 니체의 철학이 바로 니체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모든 것을 의심하는 데 탁월한, 하지만 삶의 긍정은 포기하지 않은 본인만 좀 명랑한 철학을 접근하는 새로운 책을 보았다. 니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푸코가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파헤친 것이 듣도보도 못하게 갑자기 나타난 사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으며 상식과 관습에 물든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쉽지만은 않지만 세상 문제도 그리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해진 세상을 풀어갈 앞선 위버멘쉬(초인)를 꿈꾸고 알리려 했던 사람의 이야기에 세계의 해석을 맡겨도 좋을 듯 하다. 자신은 세상의 선구자이기 때문에 2000년 경의 사람들은 자신의 책을 보고 있을 거라는 자신감 넘치는 예언의 한 실현이 되어준 나는 계속 책을 볼 수 박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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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 -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
고병권 지음, 정문주.정지혜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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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을 위한 철학 책 중에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은 처음 접해보는 것 같다. 수유+너머 연구원인 고병권씨의 저작인 '생각한다는 것'은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한다. 철학자의 유명하지만 통찰을 불러일으키는 말도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부담스럽지 않게, 디오게네스 이야기나 가끔 몇몇의 이야기가 들어갈 뿐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철학책의 좋은 점은 어려운 용어로 쓰이지 않아 술술 읽히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삶을 제대로 행복하게 사는 기술이고 또한 다르게 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인데 이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닫고, 즐기게 한다. 그래서 이런 것을 공부라고 말하고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하는 공부는 또한 자유를 가져온다. 하지만 자유는 혼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접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한계를 넘어설 때 온다. 대충 결론은 철학이 행복이고 우정이고 자유이고 공부라는 것이다.


 책은 욕심부리지 않지만 좋은 말들을 해준다


철학이라는 기술을 익히면 삶을 망치는 위험한 짓이나 바보 짓을 많이 줄일 수 있지요. 그런데 더 나아가면 삶 자체를 즐겨요. 다소 위험이 따르는 모험에 뛰어들기도 하고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일에 도전도 하고, 남들이 편견에 빠져 손가락질하는 일도 열린 눈으로 살펴볼 용기를 갖지요. - p.38~39


철학을 미리 배웠더라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 비슷하다.


또한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도하는 것, 낯선 것과 마주하는 것, 스스로 한계라고 믿었던 데서 한 발 더 나가 보는 것, 이 모든 게 생각을 맞이하는 준비입니다. 생각은 그 때 우리에게 일어나지요

-p.78


니체의 말이나 디오게네스의 말도 귀에 잘 들어온다. 가끔 본질적인 의미나 개념을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생소한 용어들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일상 언어로 더 새롭게 낯선 말들을 사랑할 수 있는 생각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아이들, 그리고 자라지 못한 어른들도 이 같은 더 좋은 철학 입문서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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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 - 유목적 사유의 탄생
이정우 지음 / 아고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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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정우는 다양한 학문을 접한 사람이다. 대학 때 전공은 공학이었으며 대학원에서는 철학으로 방향을 바꿨다. 어린시절부터 접한 문학에 이어, 건축에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지적 편력이 심하다. 좋은 의미로 그는 학문을 넘나들고 그래서 '아트앤스터디'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그 곳에서 들은 저자의 깊은 사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전하는 깊은 사유와는 달리 이 책은 상당히 쉬운 문체로 쓰여있다. 다행히도 그가 지나온 세월과 관심 분야는 비슷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접했던 문학, 학부 시절의 전공인 과학, 그리고 철학을 지나오는 그의 지적 탐구과정을 볼 수 있다. 과학은 수식도 등장해서 낯설지만 철학에서의 엄밀성과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 몰고오는 생각의 또다른 실마리를 느낄 수 있다. 


 철학에서 그가 낯선 언어로 설명할까봐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푸코의 철학이 가져다주었던 설렘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감탄은 그가 왜 수많은 학문을 가로지르는 횡단을 계속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지향점과 맞닿은 학문의 방법론 때문일 것이다. 상당히 많은 책과 인물을 실어놓아서 개개인에 대한 매력적인 부분, 학문의 깊이를 심오하게 느낄 수는 없을지라도 그가 여지껏 진행해온 지적 여정의 과정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즐겨읽은 책을 늘 궁금해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가진 생각을 가장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강의보다 그가 쓰는 글이 더 흥미로운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써서 저자의 이름이 보이지 않더라도 잘 쓴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글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가 가진 필력, 그리고 깊은 사유의 심층에는 역시 책을 탐독하는 학자의 생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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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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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 단순히 병리학적 증상이 아니다


 저자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다. 이 책이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예상과는 달리 110여쪽의 얇은 이 책은 단순히 피로사회만을 담은 것은 아니고 저자의 제안에 따라 우울사회를 덧붙인 책이다. 


 피로사회와 우울증이라는 말을 표지에서 보았을 때, 우리가 아파하는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성과사회로의 진입 이후 자기 착취로 변화한 상태에서 겪는 우울증은 독일 사회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뼈아픈 말을 남겼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p.7)"



타인을 위한 착취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착취로의 변화


이전 사회는 규율사회로 불린다. 푸코가 분석한대로 근대는 강제와 규율이 사회를 억누르고 감시하는 사회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은 감시로 인한 부작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태를 보인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우리 자신을 다스리며(이상적인 신체를 향한 욕구, 능력있는 주체를 향한 열망) 긍정적인 격려를 사방에서 받는다. 


 자기 계발서나 TV에서 볼 수 있는 강연은 거의 "할 수 있다"를 외친다.  모두가 오바마처럼 "Yes We Can"이라 스스로 되뇌이며 긍정성을 자발적으로 띤다. 이것은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이어서 더 강력한 동인이 된다. 규율보다 성과를 내는 것이 더 큰 권력, 그리고 자발적인 힘으로 내면화된다.


긍정성의 과잉 - 부정성이 없는 무한증식 상태 


저자는 긍정성의 과잉이 불러오는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과거 사회에 대해서 병리학적 비유는 면역 사회로 설명된다. 타자나 이질적인 것에 대한 반발, 그것을 공격하고 동일성을 유지하려는 면역작용이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무한한 긍정성의 과잉, 활동상태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상의 상태인데 왜 우리는 아파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서 부정성이 없는 활동이 더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긍정성과 활동성의 과잉을 떠올리며 무한한 생성을 보여주는 우리 몸의 이상상태, 암세포가 떠올랐다. 면역성이 제대로 기능을 못한다는 점 그래서 무한증식이 보여주는 삶의 생생한 표시이면서 죽음을 향해가는 상태이다., 혹은 이것이 지나친 생리학적 비유일수도 있겠지만 부정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가 늘 최상의 상태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어쨌든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무한한 자유, 이상적 자아와의 괴리


 근대 이후로 우리는 자유와 이를 지닌 주체를 부르짖으며 이것이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실현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포스트모던사회에서 우리는 충분한 자유, 혹은 지나친 자유를 지녔지만 오히려 더 불안하다. 공격성은 타인을 향하기보다는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현실의 자아를 공격하고 부인하며 자신에게 폭력적이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바라던 사회인가? 왜 우리는 사방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데도 더 침잠하며 우울해지는가?


프로이트의 논리가 대표하는 억압과 규율은 끝났다


 정신분석학적인 억압과 규율이 지배했던 규율사회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을 효과를 잃었다. 현재 정치철학적인, 윤리학적인 입장에서 새로이 관심을 얻는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도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호모 사케르이면서 주인이다. 타자와의 관계가 끊어진 자아는 오히려 더 무형성을 띠며 유대관계마저도 얇아졌다. 우리가 기댈 곳은 어디인가? 이 책은 이에 관한 완벽한 해답은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짧은 글에서 이상이 없다고 느꼈던 현상의 이면에 가려진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큰 반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안내하는 길 중의 하나는 깊은 심심함, 긍정성을 제대로 조절할 수 있는 사색의 힘, 과잉 활동을 멈추고 생각하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로 돌아가는 것이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것은 컴퓨터 혹은 기계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우리의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이다. 이 책은 성과를 내기 위해 어린 아이부터 부모까지 가족 자체를 쫓아오는 성과의 압박, 이 현실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한국 사회에게 오히려 더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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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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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괴로운 이유


 철학은 왜 많은 이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까? 수많은 알 수 없는 개념어들과 난해한 문장구조들? 일상어가 아닌 외래어들이 난무해서 단지 언어가 주는 혼돈이 그 이유인가? 생각해보건대, 나는 가끔 철학이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비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엄습하는 두려움에 알면서도 쳐다보기 싫었던 부분은 애써 비추려하는, 바라지 않는 정직성 때문에 외면하고 싶었다. 현대철학은 엄청난 전쟁의 두려움, 계몽의 기획의 실패가 던지는 그림자를 추적한다. 가끔 드러난 현실, 본질은 고통을 유발한다. 철학은 그래서 괴롭다.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거울


 하지만 플라톤이 폄하했던 유사 영상(phantasma) 혹은 환타지에 삶을 맡길 수는 없다. 환상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원하지 않는 곳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본래적으로, 혹은 구조적으로 원래 그곳으로 필연적인 운동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성 혹은 절대적인 이데아를 추구하는 움직임에 반해서 우리는 보이지 않았던 사실을 보아야 한다. <철학 연습>은 그래서 스피노자, 키에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에서 볼 수 있는 현대철학의 기본 사상을 미리 알려준다. 불안, 예속에 빠지는 어리석은 사람들, 플라톤과 기독교를 전복시키고 새 가치를 추구하는 움직임, 의식이 사라진 곳에서 볼 수 있는 무의식 등 심층적인 사유를 통해 현대철학이 가지는 난해함의 맥락, 기원을 미리 이해한다.


1부 현상학과 구조주의 - 현대 철학의 두 흐름


 그래서 1부에서 만나는 현대철학은 현상학과 구조주의로 양분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에 속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식에 대해서 고민했던 후설, 존재와 존재자에 대해 사유했던 하이데거,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았지만 새로운 익명의 의식과 저주받은 자유를 이야기한 사르트르, 의식에서 타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레비나스, 의식이 가지는 보이지만 애써 거부한 몸을 이야기한 메를로 퐁티는 현상학의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구조주의는 인류가 가지는 심층적인 공통된 구조를 발견하려 했던 <슬픈 열대>의 레비스트로스, 선험적 지식을 만들어내는 에피스테메,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파헤친 푸코, 스피노자와 니체의 영향 아래서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원리를 탈주하려는 들뢰즈, 전통 서양철학의 순수성을 해체하고 비근원적인 것, 순수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그 근거들을 지탱해왔던 침입이라는 것을 이야기한 데리다는 구조주의 아래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철학자과 엄밀하게 두 사상에 의해서 이야기되는 것은 아니기에 현상학과 그 너머, 구조주의와 그 너머로 말하고 있다.


 1부에서 의외로 전체주의의 기원, 거대담론으로만 이해되었던 헤겔의 사상이 사실은 현대철학의 태동을 이끄는 중요한 주춧돌이 되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지식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 수많은 지식들 중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 등 헤겔의 수많은 저서에서 푸코와 하이데거, 들뢰즈는 이야기를 시작해나가고 있다. 단순히 현대철학이 기존 철학에 대한 반발이라고만 이해했는데, 이전 철학자의 사상의 연결 혹은 발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기존 상식을 깨는 즐거움을 주었다.


2부 철학 연습 - 거울이 된 철학으로 비추는 보이지 않는 현실  


 이 책의 기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2부는 현실의 보이지 않는 부분은 현대철학의 사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가장 시원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관상으로 헤겔의 시원한 목소리(관상학자의 따귀를 때리며 골상학자의 머리를 부수다)를 들을 수 있으며, 인간의 본질은 행위이며 인간의 운명은 의지와 행위를 통해 개척할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듣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후련해진다. 


 사랑과 정치, 존재 등 이야기를 쉽게 이어나가기 힘들 것 같은 일상의 모습을 철학으로 보는 것은 늘 유쾌하지는 않다. 진리는 오히려 고통스럽고 그러한 고통은 감정을 수반하며 인간의 감정은 의식과는 달리 수동적으로 나타나는 유일한 것이다(어디서 봤는데 누구의 주장인지 뚜렷이 기억나지 않는다.) 롤랑 바르트가 이야기한 풍크툼처럼 우리가 철학을 이야기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그 아픔 때문일 것이다. 


 아프지 않기 위해, 삶의 괴로움이 가져다 주는 아픔을 없애기 위해 생각하는 과정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처럼 피하고도 싶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마주쳤을 때, 내가 알지 못한 타자의 존재와 곳곳에 드러나는 새로운 길 때문이라도 철학은 계속 이어나가게 만드는 여정을 반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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