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도덕에 도전하다 니체의 도덕계보학 Easy 고전 20
박찬국 지음, 신명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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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의 사상은 수많은 편견으로 인해 접하기가 힘들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신은 죽었다', 그리고 허무주의를 상징하는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또한 초인을 강조하는 그의 사상은 이육사의 시를 연상케 하지만, 또한 우리 삶과 직접 와닿지 않는 생각만을 내보이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니체의 사상은 그렇게 허무하거나 파괴적이지 않다. 다이너마이트일 수도 있지만 새로움을 창조하는 생명력을 지녔다. 니체에 관한 입문서를 한 권 읽고난 후 그의 사상의 또다른 면을 알게 되었지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기 힘들었다. 독해력의 부족으로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입문서나 2차 문헌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지만 또한 어느 정도의 눈과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다. 이 책은 다행히 니체 사상을 가르치는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가 청소년들에게 니체를 알리기 위해 쉽게 쓴 책이다. 평소에도 박찬국 교수의 책은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라 알고 있고 이 책 역시 부담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도덕계보학은 마냥 쉽게만 읽을 수는 없겠지만 박찬국 교수의 글로 서양 전통 사상사에 대한 이해와 선과 악, 죄와 양심의 가책, 금욕주의적 이상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정도의 글이라면 니체를 몰랐던 학생들이나 일반인들도 니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직접 니체의 책을 들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니체의 사상에 대한 핵심 개념들의 소개도 마음에 들며, 니체에 대한 과한 포장보다는 니체의 도덕 계보학에 관해 담백하게 읽을 수 있다.


 니체의 영향력은 현재 20세기 철학에도 영향을 미쳐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도 맞닿는 맥락이 있다. 그의 사상은 서양 전통 사상을 뒤엎으려는 위험한 시도일수도 있지만, 우리는 확실히 그러한 시도 덕분에 우리의 도덕 관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강자의 도덕을 알게 되었다. 니체의 철학이 난해하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이러한 입문서로 디딤돌을 찾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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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나이절 워버턴 지음, 박수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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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은 '공부법'에 관한 책이 아니라 철학을 공부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원제는 <Philosophy:the essential study guide>이다. 물론 철학이 만학의 왕이라는 속설을 감안할 때 이 책에서 배우는 공부법을 일상생활에서 생각하는 '공부'에 적용해도 된다.


 나이젤 워버턴은 팟캐스트 <Philosophy bites>를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 초반에 나오는 데이비드 애드먼(?) 그리고 나이젤 워버턴이라는 이름이 매우 낯익었는데 <철학 한 입: Philosophy bites> 외에도 그의 저서가 나온 걸 반기게 되었다.


 저자의 말 중 인상깊은 것은 철학을 공부하는 과정은 철학자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엄청나게 독창성 있는 이론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논증 과정을 통해서 깊게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해석을 내놓고 독특한 나만의 사례를 드는 것이 아마 자신의 철학을 차이짓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건 아마 질 들뢰즈라는 철학자가 칸트, 흄, 니체 등의 철학을 설명해나가면서 자신의 철학의 자양분을 삼는 것을 예로 삼으면 될 것 같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읽기, 적극적으로 듣기, 적극적으로 토론하기 그리고 적극적으로 쓰기를 통해 철학 공부를 해나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철학은 관람용 스포츠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소극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고하기를 외면한 채 타인의 말과 글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p.15)이다. 반면에 적극적인 방식은 독창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남의 견해를 바라보며,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이끌어내고, 검토하며, 검증하기를 바란다. 치밀하게 사고하며 논증을 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글에는 힘이 실리게 된다.


책에 적용된 공부법들은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필요한 기술들이라 생각한다. 질문을 하고 강의상의 난점들을 극복하고 스스로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 누군가, 철학자가 되기 위해 점검해봐야할 사항들을 보여준다. 간간이 삽입된 철학자들의 말들은 철학을 배우는 과정중에 충분히 자극되는 동기를 부여한다. 짧지만 누구나 한 번은 읽고 자신의 공부법과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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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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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이 유명할까? 이 책이 더 유명할까? 지금이라면 당연히 전자이겠지만, 예술을 배우는 사람이거나 인문학에 조금 관심을 가진 사람은 후자를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추천도서로 뽑혀서 알게되었으며, 그 동안 너무나 무관심했던 미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치밀한 입문서이다.


 실존미학이나, 미학적 접근이라는 일상 용어나 인문학 서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이지만 예술과 관련된 철학 그 이상으로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이 책은 미학사를 어렵고 힘든 개념어 나열이 아니라 삽입된 회화나 조각 이미지들과 함께, 그리고 진중권 특유의 쉽게 쓰는 능력과 함께 이해할 수 있다.


 가상과 현실의 분리 또는 통합 과정을 통해 고대 예술부터 근대 예술까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에셔의 그림을 통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있을 수 없는 존재세계를 상상하고 시각화해볼 수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기존의 철학적 접근 및 미에 관한 관점 설명도 잘 정리되어 있어서 철학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고대 그리스 철학적 지식 없이도 미학에 대한 전통적 관점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칸트의 형식 미학이었던 것 같다. 이성의 한계를 알아보고 인식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한 그는 미에 대해서는 공통감을 내놓으며 미는 속성이 아니지만 미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며 보편적인 공통감이 있어야 한다는 조금 아리송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에셔의 흥미로운 그림을 보면서 다음 편 미학 오디세이의 구성과 복잡한 현대 예술을 어떻게 설명해 나갈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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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한 철학자의 책읽기
박이문 지음 / 베스트프렌드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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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순히 서평집에 대한 궁금증은 아니고 박이문이라는 저자에 대한 호기심에 대해서 읽게 되었다. 철학자로 살면서 30년간 프랑스, 미국, 한국을 넘나들며 이전 세대에게 철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 세계를 알리는 책들을 써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상학과 분석철학>을 다는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깔끔한 문장력과 통찰력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하고 주위에서도 추천하고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면, 동시에 그 사람이 읽은 책들이 궁금하다. 그 사람의 지식 세계를 해체하고 나도 그와 닮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으로 이 책을 고른 것은 조금 실수였다. 이미 자신만의 지적 세계에 대한 완결을 이룬 철학자에게 여기 나온 책들은 검토의 대상인 것 같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력을 지닌 분석철학자로서, 각각의 책을 비평하는 솜씨는 감탄할 만하다. 에드워드 윌슨 등의 책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구성이나 미완된 주장에 대해서 해답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 독자가 넘길 수 있는 빈틈을 보여주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고난 후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철학과 굴뚝청소부>인데 3세기 동안의 현대 철학을 '주체'와 '진리'를 중심으로 중립적이지만은 않게 잘 쓴 글이라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난 후 읽어야 할 책이 또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지만 또 각각의 책을 우연히 읽게 되는 설렘은 조금 사라지겠지만, 이러한 도움을 받는 것은 무리하게 책만 읽었다는 표시만 얻고싶었던 나에게 필요하다. 좀 더 비판적으로 책을 읽고 해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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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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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이면서 청춘임을 자각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누군가는 너희는 왜 움직이지 않느냐고 역정을 내고 누군가는 원래 아프다고 병리학적인 접근을 보이기도 했다. 도대체 이 세대가 무엇을 해야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80년대 대학생들처럼 이익보다는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거? 아니면 세상을 우리가 쉽게 움직일 수 없으니 일단은 순응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라는 건지, 순간의 위로는 될 수 있어도 정작 이 세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대답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지금은 약간 청춘을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드는 나이에 청춘에 대한 책으로는 꽤 추천을 많이 받은 이 책을 들게 된 것은 과연 기존의 말들과는 어느 정도 다른건지 궁금해서였다. 저자의 단순한 판단은 아니라 수업에 참관한 청춘들의 글들을 인용하면서 이야기한다. 내가 특이한 상황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떤 주제는 전혀 동의할 수 없었고 어떤 주제는 수긍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잉여에 관한 글은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인데, 우리가 즐거워하는 것조차도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자학하는 내 모습, 그리고 내 주위의 모습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재미'가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게 어떨까? 난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삶의 이유라고 혼자 되뇌이고 있던 중이었다.


 청춘은 사회에 순응하고 있다. 적극적 수동성이나 지식 권력의 폐해자다. 세상에 뛰어들고 싶지만 이전 세대와는 너무나 다르게 이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자유롭지는 않다. 불나방처럼 유행을 쫓고 있지만, 스며드는 어두운 우울함도 다 알고 있다. 가끔은 우리는 너무 괴로운 감옥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청춘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하면서 정작 청춘 자신들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게 아이러니다. 이 책은 청춘이 힙겹게 꺼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마지막에 꺼내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는 철학 교양을 들으면서 나 자신의 처지에 대해 자각하면서 느낀 생각과 비슷해서 놀라웠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를 통해서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것이다. 남들의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보다 우리 자신의 살아갈 선택의 윤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따라야 할 '진리'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공유하는 것이 청춘에게 주어진 비극을 뒤집어놓을 진정한 첫 단추라는 생각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열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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